빈약한 예산이 경찰을 사지로 내몬다

경찰 특수성 고려해 예산 결정돼야

지역내일 2000-08-28 (수정 2000-08-29 오전 10:38:27)
우유배달에다 방안 가득 본드냄새를 풍기며 신발 밑창을 붙여 살림을 꾸려온 한 경찰관 아내
가 경찰청 홈페이지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한 경찰간부는 “피서지 여름파출소
경찰관의 한끼 식대가 1000원밖에 안 된다”며 국가와 경찰조직을 원망했다.
대개혁의 기치를 내건 경찰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증액 요구분 16.7%만 반영
경찰은 2001년 예산으로 올해 대비 41%가 증액된 5조 1948억원을 요구했다. 기획예산처는
무리한 액수라고 하지만 경찰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과 부족
한 수사비, 낡은 장비로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현재 기획예산처는 경찰 증액 요구분의 16.7%만을 반영한 선에서 1차 조정안을 확정, 8월
31일 경 대통령에게 중간보고를 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 이병화 과장은 “경찰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타 부처나 전체 예
산을 고려해 볼 때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1차 조정안 결과가 알려지면서 “경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편성”이라는 불만
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차 조정안 검토결과 가장 기대를 걸었던 수사활동비 인상은 타부처 인상요구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증액되지 않았고,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형사기동대 등 월 10만원의 위험수당 신설
도 반영되지 않았다.

해장국 먹기에도 부족한 수당
경찰의 독자적인 임금체계가 없어 소방직과 동일한 임금표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항목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순경초임(3호봉)의 봉급은 월 46만원. 군인 중사(3호봉)보다 5만원이 적다. 총경(22호
봉)은 147만원으로 대령(14호봉) 164만원보다 적다. 이처럼 경찰 봉급 수준은 다른 공안직
에 비해 10∼15% 정도 낮고 민간기업의 60∼70%에 불과하다.
경찰대 출신의 6년차 경위가 받는 임금의 총액은 146만원으로 대졸 출신 대기업 대리 임금
189만원의 70% 수준이다. 각종 수당도 터무니없이 적다. 파출소 직원의 경우 월 168시간을
초과근무하고 야간근무를 15일이나 하지만 시간외 근무수당은 최대 75시간까지만 지급된다.
26일 새벽 순찰을 마치고 파출소로 들어선 이 모 순경은 “우의를 입었는데도 속옷까지 젖었
다”며“꼬박 밤 새고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3473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순경이 밤새 순찰
돌고 받는 돈은 4000원짜리 해장국을 먹기에도 부족하다.

경찰 특성상 늘 위험에 노출
경찰서의 꽃이라고 불렸던 수사 방범부서도 요즘은 모두 기피한다. 수당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에 근무하는 이주성 경장(39)은 훈련 중 사고로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다. 이 경장은 “고도의 훈련이 요구되는 특공대는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위험
수당은 월 2만원에 불과하다. 대원들이 심리적 위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경장은 군 시
절 대테러부대에 근무할 때 월 25만원의 위험수당을 받았다.
99년 실태조사 결과 경찰 1인의 월평균 수사비는 70만원 이상 소요된 것으로 나타나 현재 지
급되는 액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급지 경찰서 수사비는 월 24만원. 서울에서 부산 출장 한번 다녀오기에도 모자라는 돈이다.
“부족한 수사비를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질문에 서울청 강력반 이 모 경위는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경찰은 신통하게도 범인 검거에 탁월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99년 주
요 5대 범죄 발생과 검거현황을 보면 20만 277건에 18만 5991건을 해결, 범인검거율 92.9%
를 기록했다.
수사비 문제를 거론하자 서울청 유 모 경위는 “출장비가 부족할 때는 국회도 가고, 성공한 고
향 선배가 찔러주는 돈까지 받는다”며 “잘한다고 상도 받고 유능하다는 얘기도 듣지만, 가끔
민원인들 앞에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동창회에 가지 않는다. 주머니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회비를 면제해주는 게 싫어
서다.

무형간접자본 개념 생겨야
이무영 청장은 지난해 12월 ‘경찰 개혁은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라며 개혁의 신호탄을 올렸
다.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는 슬로건 아래 △방범순찰함 폐지 △감찰카드 소각 △파출소
3교대제 등이 실시됐다. ‘3금운동’(금품수수·인사청탁·정보유출 금지)과 금품을 받았을 경우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포돌이 양심방’ 운영도 본격화됐다.
경찰의 대국민 이미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최루탄이 사라지고 여경들이 폴리스
라인 최전방에 나섰다. 미국 3대 경제지의 하나인 <비지니스위크>가 이무영 청장을 아시아
의 스타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립경찰대학교 이상안 교수는 “경찰의 기능은 사회 무형간접자본에 속한다”며 “경찰보수
및 수당체계를 개설할 경우 범죄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
했다. 교통사고를 포함한 연 20조원의 범죄손실 비용을 10조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다.
이 교수는 “국가재정이 어려우면 민간 보험회사를 활용해서라도 직무위험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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