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안요원에겐 명절이 없다

출동요원·관제·영업 각 분야서 활동 사고 예방 한몫

지역내일 2003-01-22


지난 20일 오후 8시 30분. 서울 구로구 KT텔레캅 관제실에 비상벨이 울렸다. 구조를 요청한 곳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부근. 위기상황에만 울리는 비상벨의 특성 탓에 관제실은 순간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술기운이 묻어나는 목소리였지만 가입자가 틀림없었다. 실수로 잘못 눌렀단다.
그런데 ‘느낌’이란 참 이상한 것이었다. 왠지 불안했다. 혹시나 하는 심정에서 경찰서 112지령실과 현장출동요원에 연락을 취했다. 잠시 후 같은 곳에서 또다시 비상벨이 울렸다. 확인 전화를 하자 이번에는 받지 않았다.
“마침 현장출동요원들이 근처에 있어 3분이 채 안돼 도착했죠. 들어가니까 상황은 정말 위기일발이었어요. 가입자가 여직원을 막 성추행하려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가입자는 현장에서 체포됐죠.”
역시 ‘여성의 감’은 대단했다. 자칫 수렁에 빠질 뻔한 한 여성의 인생을 ‘느낌’으로 구조한 KT텔레캅 관제실의 진성애(30)씨. 진씨는 이 일로 다시 한번 보안업체의 ‘막중한 임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성 요원 10명도 안돼= ‘민족 대이동’의 시기, 모두들 고향을 찾아 떠나는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보안업체 여성들에게는 명절이 없다. 오히려 바짝 긴장해야 하는 비상근무태세에 돌입한다. 장기간 집을 비우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명절 특수(?)’를 노리는 이들 또한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500여개에 이르는 보안업체 수에 비하면 여성요원의 숫자는 미미하지만 맡고 있는 역할은 진씨처럼 관제업무를 비롯해 현장 출동요원, 영업까지 거의 전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무인경비업체에 여성들의 얼굴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 업계 최초로 삼성 에스원에서 10명의 여성을 채용한 것이다. 강남지사 박현선(24)씨는 이때 입사한 여성 공채 1기 가운데 한 명. ‘나이는 어리지만’ 박씨는 여성 보안요원시대를 연 1세대인 셈이다.
박씨는 그 중에서도 여성이 가장 드문 현장 출동요원. 업계 전체를 통틀어 여성은 채 10명이 안 되는 규모다. 때문에 박씨는 경력 2년차 이지만 어디가나 주목을 받는다.
◇3개월간 혹독한 훈련 거쳐= 체대 출신인 박씨는 한때 국가대표였을 정도로 뛰어난 유도 실력에 검도, 태권도 각 공인 1단. 입사 후 체력단련과 시스템 교육, 다시 무술 연습, 서비스교육으로 이어지는 3개월간 남성들도 낙오자가 속출한 혹독한 훈련을 통과했다.
일의 강도도 훈련 못지 않다. 아침 6시 30분, 출근하자마자 사고소식이 밀려있다. 문이 안 열린다, 선을 잘못 건드려 끊어졌다, 보안시스템 때문에 컴퓨터가 안 된다 등등 사고유형은 각양각색. 때론 1시간 가까이 천장에서 전선과 씨름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팔이 끊어져 나가는 것 같다. 무선 메시지로 현장과 현장을 뛰어 다니는 일은 오후 7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된다.
◇고객과의 신뢰형성이 관건= 911안전시스템의 이지은(26)씨는 약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여성이 드문 보안업체에서도 가장 드문 분야인 영업을 ‘뛰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정보통신을 전공한 이씨가 시스템 연구분야를 알아보다가 무인경비시스템을 접한 것이 1년 8개월 전.
“기술부 쪽에 바로 지원했죠. 합격했는데 회사 쪽에서 시스템을 설치하는 기술부는 여성에게 벅찬 일이라며 내근 업무를 맡기더라구요. 근데 3개월 지나니까 좀이 쑤셔서 못하겠더군요. 출동요원을 자원했죠.”
그 자신감의 바탕에는 중학교 때부터 다져온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의 실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6개월 후, 이씨는 다시 영업 쪽을 자원했다. 모험은 성공했다. 이씨는 영업사원 가운데 항상 수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바꿔”=그런데 ‘여성’이기에 꼭 거쳐야 하는 슬픈 관문이 있다. 좋게 말하면 여성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 나쁘게 말하면 ‘여자가 뭘’하며 시비를 거는 이들에 대한 ‘심판’이다. 박씨가 전하는 얘기다.
그래서 박씨가 자주 듣는 말은 ‘남자 바꿔’.
‘금녀 구역’을 개척해 온 선구자들답게 이들 보안업체 여성들의 목표는 각 분야 최고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 보안요원들의 성적은 합격점. 에스원이 여성요원을 추가로 채용했고, 타 업체도 여성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2003년 1월 21일자·567호
손정미 기자 jmsh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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