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새로운 정당성 확보를
이 국 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정치학
새정부 출범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인 설날 연휴에 노무현 당선자가 표방하는 새 정치의 전도에 불안한 징조를 보이는 뉴스가 전해졌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 위협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고, 북한은 주러시아 대사를 통해 “미국의 어떤 공격도 물리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경한 의사를 표명하였다.
국내에서는 대북 송금 문제의 규명을 두고 대치정국이 시작되었다. 더구나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 직전 핵문제의 타개를 위해 북한에 간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조차 못하고 돌아왔다. 즐거운 설날 연휴에 한반도에 불길한 ‘먹구름’이 몰려온 셈이다.
올해 1월 17일 현 정부는 ‘정책평가보고회’를 통해 김대중 정부의 치적을 자평했다. 총리실 산하 심의기구인 정책평가위는 치적 중에서 특히 대북 포용정책의 일관된 추진으로 남북간 긴장완화 및 화해-협력이 이뤄진 점을 성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이후 보름도 지나지 않아 임 특사의 면담 실패와 현대상선이 투명하지 못한 대북 송금을 한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현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는 햇볕정책의 본질적인 성과가 의혹을 받고 있다.
‘카우보이’와 ‘무법정권’ 사이에서
이미 발표된 새정부의 10대 국정과제는 역대 정권의 국정과제에 비해 국제적인 구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새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벌써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의 건설’이라는 상위의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국내외 정세는 양호한 편이 아니다.
북미 갈등의 전개과정을 보면, 대한민국의 ‘제왕적 대통령’도 세계 패권국인 미국의 ‘카우보이’ 부시 대통령과 이 ‘카우보이’가 ‘무법정권’으로 지칭한 북한 정권 사이에서 맡을 수 있는 중재 역할의 범위는 별로 크지가 않은 듯하다. 고로, 신임 대통령은 세계보안관을 자임하는 ‘카우보이’와 동북아의 ‘무법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더구나 상황에 따라서는, 노 당선자는 역대 어느 정부의 대통령도 직면해보지 못한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국내외 정세를 감안하면, 햇볕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재평가할 시점이 되었다. 마침 대통령직인수위가 대통령·국회의장·여야 정당 지도자가 만나 국정현안을 협의할 ‘전국정상회의’(가칭)의 정례화를 검토했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 직후 이 모임을 개최하여 북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새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간의 중재 역할을 ‘제왕적’으로 결정하지 않을 용의를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새정부는 앞으로 추진할 북한정책의 정당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 정책의 방향이 햇볕정책의 발전적 계승이든 시한적 유보든 완전 수정이든지 간에, 정당성이 없이는 북미 양국의 강경한 태도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한다. DJ식 햇볕정책의 단순한 답습은 다른 개혁정책의 추진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노 당선자가 취임 이후 조만간 북한 핵사태의 결말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결단은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합의 및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배경으로 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 정부의 치적이 외환위기 극복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내에서 별로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민생개혁에 실패한 때문이다.
대선 이전의 총선, 지방선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완패한 요인은 연이은 부패스캔들 탓도 있지만, 김대중 정부 하에서 소득분배가 매우 악화된 사회 상황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 부패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분배의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명분이 없다.
국민적 합의 위한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소득분배구조는 ‘국민의 정부’ 후반기에 개선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소득분배의 악화로 인하여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서민층이 대선 이전의 모든 선거에서 김대중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노 당선자의 대선 승리는 지지자들이 북한문제보다는 민생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투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시종일관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중간평가(선거)에서 모두 완패를 당했다. 이제 대한민국 정부는 햇볕정책을 재평가할 여유를 가지고, 민생개혁의 내치에 전념할 시기가 되었다.
새정부는 대선승리가 모든 정책의 정당성을 보장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가와 민족의 운명에 엄청난 영향을 줄 북한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이국영 교수 정치경제학전공
이 국 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정치학
새정부 출범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인 설날 연휴에 노무현 당선자가 표방하는 새 정치의 전도에 불안한 징조를 보이는 뉴스가 전해졌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 위협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고, 북한은 주러시아 대사를 통해 “미국의 어떤 공격도 물리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경한 의사를 표명하였다.
국내에서는 대북 송금 문제의 규명을 두고 대치정국이 시작되었다. 더구나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 직전 핵문제의 타개를 위해 북한에 간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조차 못하고 돌아왔다. 즐거운 설날 연휴에 한반도에 불길한 ‘먹구름’이 몰려온 셈이다.
올해 1월 17일 현 정부는 ‘정책평가보고회’를 통해 김대중 정부의 치적을 자평했다. 총리실 산하 심의기구인 정책평가위는 치적 중에서 특히 대북 포용정책의 일관된 추진으로 남북간 긴장완화 및 화해-협력이 이뤄진 점을 성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이후 보름도 지나지 않아 임 특사의 면담 실패와 현대상선이 투명하지 못한 대북 송금을 한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현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는 햇볕정책의 본질적인 성과가 의혹을 받고 있다.
‘카우보이’와 ‘무법정권’ 사이에서
이미 발표된 새정부의 10대 국정과제는 역대 정권의 국정과제에 비해 국제적인 구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새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벌써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의 건설’이라는 상위의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국내외 정세는 양호한 편이 아니다.
북미 갈등의 전개과정을 보면, 대한민국의 ‘제왕적 대통령’도 세계 패권국인 미국의 ‘카우보이’ 부시 대통령과 이 ‘카우보이’가 ‘무법정권’으로 지칭한 북한 정권 사이에서 맡을 수 있는 중재 역할의 범위는 별로 크지가 않은 듯하다. 고로, 신임 대통령은 세계보안관을 자임하는 ‘카우보이’와 동북아의 ‘무법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더구나 상황에 따라서는, 노 당선자는 역대 어느 정부의 대통령도 직면해보지 못한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국내외 정세를 감안하면, 햇볕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재평가할 시점이 되었다. 마침 대통령직인수위가 대통령·국회의장·여야 정당 지도자가 만나 국정현안을 협의할 ‘전국정상회의’(가칭)의 정례화를 검토했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 직후 이 모임을 개최하여 북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새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간의 중재 역할을 ‘제왕적’으로 결정하지 않을 용의를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새정부는 앞으로 추진할 북한정책의 정당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 정책의 방향이 햇볕정책의 발전적 계승이든 시한적 유보든 완전 수정이든지 간에, 정당성이 없이는 북미 양국의 강경한 태도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한다. DJ식 햇볕정책의 단순한 답습은 다른 개혁정책의 추진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노 당선자가 취임 이후 조만간 북한 핵사태의 결말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결단은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합의 및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배경으로 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 정부의 치적이 외환위기 극복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내에서 별로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민생개혁에 실패한 때문이다.
대선 이전의 총선, 지방선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완패한 요인은 연이은 부패스캔들 탓도 있지만, 김대중 정부 하에서 소득분배가 매우 악화된 사회 상황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 부패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분배의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명분이 없다.
국민적 합의 위한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소득분배구조는 ‘국민의 정부’ 후반기에 개선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소득분배의 악화로 인하여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서민층이 대선 이전의 모든 선거에서 김대중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노 당선자의 대선 승리는 지지자들이 북한문제보다는 민생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투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시종일관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중간평가(선거)에서 모두 완패를 당했다. 이제 대한민국 정부는 햇볕정책을 재평가할 여유를 가지고, 민생개혁의 내치에 전념할 시기가 되었다.
새정부는 대선승리가 모든 정책의 정당성을 보장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가와 민족의 운명에 엄청난 영향을 줄 북한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이국영 교수 정치경제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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