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처럼 졸업식에 환상을 품고 찾아간 학교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을 느낀다.
퇴색한 졸업식 풍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학교는 이 사회의 못자리이고 모델이며 희망의 산실이었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회는 마을의 축제였고, 가장 중요한 지역의 행사는 운동장에서 열리고, 송사와 답사가 애절하게 오가는 졸업식은 눈물의 바다였다.
학교는 그런 곳이었고, 졸업식은 각자의 해방감과 아쉬움을 한군데로 모아 뒤섞는 성인식 비슷한 행사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노래 소리에 선후배가 눈물바다를 이룬 사연도, 송사와 답사 사이에서 손수건을 적신 선생님들의 감회도, 미운정과 고운정이 모아져 동정(同情)으로 거듭나는 기적(?)을 송두리째 공유하게 만들었던 것도 생활주기(life cycle)를 담은 ‘학교’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는 공부와 놀이가 농축된 생활의 마당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빛 바랜 한 장의 흑백사진에 담긴 졸업식의 풍경에 코끝이 찡해지고, 구리가 많이 섞인 녹슨 졸업반지에서조차 학창시절의 추억을 온통 떠올리는 것이다.
이제 졸업식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느 시대나 졸업이 학교의 존재 의미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졸업식은 ‘오직 하나’이던 문화행사에서 ‘여럿 중 하나’의 행사로 인식되는 의미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대부분이 조금씩은 뒤집어썼던 밀가루 세례도 불량끼 있는 소수 아이들의 전유물로 변질되었고, 행가래를 치던 문화 역시 사고에 따른 배상문제로 인해 사라졌고, 송사와 답사는 아예 폐기처분되었다.
지역의 주민 전체가 공유하던 졸업식 문화는 가족사진 찍기로 축소되었고, 도시의 공장과 시내의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영영 진로가 엇갈리는 운명의 졸업식은 전체가 한 구역의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정거장으로 탈바꿈되었다.
학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모아내던 과거와는 달리 학교 밖의 ‘여러 학교‘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려는 새로운 문화를 어른들은 진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졸업장을 배부하는 기관으로 대상화되지 않으려면 학교는 지금의 학교체제를 ‘졸업’해야 한다.
/ 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퇴색한 졸업식 풍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학교는 이 사회의 못자리이고 모델이며 희망의 산실이었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회는 마을의 축제였고, 가장 중요한 지역의 행사는 운동장에서 열리고, 송사와 답사가 애절하게 오가는 졸업식은 눈물의 바다였다.
학교는 그런 곳이었고, 졸업식은 각자의 해방감과 아쉬움을 한군데로 모아 뒤섞는 성인식 비슷한 행사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노래 소리에 선후배가 눈물바다를 이룬 사연도, 송사와 답사 사이에서 손수건을 적신 선생님들의 감회도, 미운정과 고운정이 모아져 동정(同情)으로 거듭나는 기적(?)을 송두리째 공유하게 만들었던 것도 생활주기(life cycle)를 담은 ‘학교’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는 공부와 놀이가 농축된 생활의 마당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빛 바랜 한 장의 흑백사진에 담긴 졸업식의 풍경에 코끝이 찡해지고, 구리가 많이 섞인 녹슨 졸업반지에서조차 학창시절의 추억을 온통 떠올리는 것이다.
이제 졸업식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느 시대나 졸업이 학교의 존재 의미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졸업식은 ‘오직 하나’이던 문화행사에서 ‘여럿 중 하나’의 행사로 인식되는 의미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대부분이 조금씩은 뒤집어썼던 밀가루 세례도 불량끼 있는 소수 아이들의 전유물로 변질되었고, 행가래를 치던 문화 역시 사고에 따른 배상문제로 인해 사라졌고, 송사와 답사는 아예 폐기처분되었다.
지역의 주민 전체가 공유하던 졸업식 문화는 가족사진 찍기로 축소되었고, 도시의 공장과 시내의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영영 진로가 엇갈리는 운명의 졸업식은 전체가 한 구역의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정거장으로 탈바꿈되었다.
학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모아내던 과거와는 달리 학교 밖의 ‘여러 학교‘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려는 새로운 문화를 어른들은 진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졸업장을 배부하는 기관으로 대상화되지 않으려면 학교는 지금의 학교체제를 ‘졸업’해야 한다.
/ 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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