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경제부총리의 조건(이승구 2003.02.18)

지역내일 2003-02-17 (수정 2003-02-18 오전 11:13:48)
경제부총리의 조건
이승구 경제평론가



노무현 새 정부의 조각 내용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에 이어 청와대 비서진의 구성이 거의 마무리 되었으므로 국무위원 인선작업은 이번 주 최대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진작 새 정부가 출범하는 25일 이전에 내각구성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어 금주(17~23일) 중 새 국무위원의 명단이 확정될 것은 분명하다.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또 각 분야에서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정부부처의 우두머리인 장관은 어느 직책을 막론하고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이번 조각에서 초미의 관심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모아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정책 전반을 직접 관장했다. 경제 비서관실을 통해 매일의 주식시세를 보고 받을 정도였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경제는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한 일도 있다. 본인 스스로 경제전문가임을 자처했다.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상대적으로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과 뚜렷한 대조를 나타낸다. 우선 청와대의 개별 비서실을 없앴다. 당연히 옥상 옥으로 경제부처 위에 군림하던 경제 비서관실도 폐지됐다. 그 동안 노 당선자가 밝힌 여러 가지 어록과 현재의 정황으로 미루어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때보다 훨씬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도 부총리 인선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장관들의 면면이 드러나면 안개 속을 헤매던 경제정책의 방향이 가시화 할 것이다. 어려운 작금의 경제사정도 새로운 인물을 향한 기대와 맞물려 부총리 인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혁·도덕성 갖추고 경제난 극복할 인물 필요
김대중 정부 5년간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사람은 모두 5명이다. 평균 수명은 1년에 불과했다. 이규성 이헌재 강봉균씨는 장관으로, 진념 전윤철씨는 직제 개정에 따라 부총리 겸 장관을 지냈다.
내각책임제가 아닌 대통령중심제에서 우리나라만큼 장관을 자주 바꾸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뚜렷한 경질 이유도 없었다. 강봉균 진념씨는 각각 국회의원과 도지사 후보로 차출됐다. 인재를 이렇게 낭비한 예는 역대 정권 중 김대중 정권이 유일하다. 거의 모든 장관이 대통령의 임기동안 같이 일하는 미국을 우리도 본받을 수 없는지.
노 당선자는 교육부총리를 자신의 재임 기간인 5년 동안 같이 일할 사람으로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겠지만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다른 장관들도 마찬가지가 돼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경질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속죄양으로 장관을 경질하는 행태는 이제 구태가 됐고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경제부총리 인선에서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요소는 행정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과거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친 거대 부처다. 공정거래업무와 예산업무가 분리되긴 했으나 금융 세제 경제정책 총괄 경제협력 등 주요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다. 업무를 모르는 인사가 장관이 된다면 업무파악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또 경제부처의 리더로서 타 부처의 업무도 총괄해야 한다. 외부인의 등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장관에 학계 인사가 기용된 예가 있다. 그러나 한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패한 인사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두 번째로는 국제화(globalization)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 이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말만 떠들었을 뿐 정작 경제정책의 책임자는 전혀 국제화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세계가,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 것도 몰랐다. 그래서 외환위기가 덮친 것이다. 현재의 우리 경제는 그때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개방되었고 국제화 됐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주구성을 보면 도저히 우리나라 토종기업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외국인 주주의 비율이 높다.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다.

행정 경험·국제 감각 뛰어난 전문가 발탁해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는 국제적인 시야에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부총리의 머리는 당연히 세계로 열려 있어야 한다. 기업만 세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다른 경쟁국의 정부와 경쟁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경제전쟁에서 패배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정치권과 재계도 달라져야 한다. 장관들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권한을 주었으면 결실을 기다리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선거에 내세우는 일은 끝내야 한다. 처음에는 굽실대다가 시간이 지나면 뒤에서 흔드는 일이 우리나라 기업의 장기다.
아무쪼록 능력 있고 신뢰 받는 경제부총리가 등장하여 앞으로 5년간 우리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5천만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승구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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