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노무현 당선자는 그동안 지방분권을 강조해왔다. 그 일환으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지방분권과 행정수도 이전이 정말 가능하다고 보는지.
임현진 교수=지방분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동안 각종 사회 문화 이벤트 등을 통해 지역발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지방자치단체 마다 능력과 재원에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방분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재설정돼야 한다. 중앙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한편, 지방 나름대로 지방자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방한 바 있다. 외국을 봐도 행정수도를 이전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부지 마련과 건설 비용만 몇십조가 들고, 10년 이내에 옮기려면 수백조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재원이 있다면 오히려 국토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사용되는 것이 지방분권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거 공약이라고 무조건 추진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김용호 교수=지방분권 확립을 위해서 세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60-70년대에는 일본과의 경제적 교류가 많았고, 그래서 남해와 동해 지역의 개발이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이 필요하다. 국가의 전체적인 발전 전략에 다라 지방분권 정책도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지방분권 확립은 중앙중심에 따른 병폐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간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 특히 예산, 인사, 치안 등을 중앙과 지방이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정치개혁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 최근 지방에서도 주민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자발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같은 요구를 어떻게 수렴해서 자발적인 요구나 참여로 이끌어내느냐가 지방분권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다.
행정수도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향후 발전 전략, 남북한 교류 및 통일,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 등에 따라 행정수도의 위치와 이전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공약을 했다고 임기내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하기보다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김수진 소장=두 분 말씀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분명한 것은 분권화가 현대 민주주의의 부인할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이다. 다만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듯이 지방분권이 성급하게 추진되다보면 지역간 불균형을 중앙정부가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들어 사회복지를 탈집중화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맡길 경우 경제력에 따라 지역간 불균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차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완하지 않는다면 분권화가 지역간 갈등을 키우는 결과만을 낳을 수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생각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북한 핵문제가 노 정권 초기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북한 핵문제는 비단 남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문제이기도 한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또 최근 우리사회의 불고 있는 반미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임=크게 보면 한국과 미국 이해가 충돌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와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주도층이었던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한-미 혈맹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요즘 30~40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미 종속론''이 대두되고 있다.
혈맹관계에서 지배종속관계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시점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세대간 격차는 매우 크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에서 젊은 층들은 북한과 미국 중 누구편을 들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하지만, 기성세대는 당연히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차이는 세대간 갈등을 넘어 이념적 갈등으로도 심화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를 국익과 민족공영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군주둔문제의 경우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동북아 열강들의 역학관계에서 볼 때 동북아에서 우리의 세력을 유지하는 데 미군이라는 군사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족감정에서 보면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지만 남북한 민족 공영과 동북아 세력균형 문제에서 접근하면 협소한 민족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도 과거 친미세력과 반미세력이 갈등하면서 용미라는 주장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우리에게도 용미가 필요하다. 문제는 용미할 수 있을 만큼 미국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미국 인맥을 찾아 해결하려고 하는 데 그만큼 미국을 모른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있어왔다.
미국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상황에서 단지 미국이 좋다 나쁘다가 주장하기 전에 미국을 잘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도 지한파, 협한파 등 한국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채널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용=북한 핵문제와 한미 동맹의 문제는 세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9.11 테러이후 국제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대외군사 전략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테러 제거가 최우선 아젠다가 된 것이다.
북미관계나 한미관계가 꼬이고 있는 것은 부시라는 한 인물 때문이 아니라 9.11 사태 이후 국제사회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둘째로 동북아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애를 써서 GNP상으로 세계 100위에서 10위권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바로 우리 옆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있고, 향수 수년내에 1위를 노리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자부심만 갖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우리 세력을 지킬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면 향후 수년 안에 중국에게 완전히 무시당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로 북핵문제가 이번 한번이 아니라 그동안 여러차례 문제가 됐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이 문제만큼은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한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수=두분이 가장 중요한 핵심을 정확히 짚으셨다고 생각한다.
대미관계나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친미냐 반미냐, 아니면 용미냐를 떠나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김 교수님 말씀대로 9.11 테러사태 이후 세계 질서와 미국과 각 국가들의 전략적 입장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맞은 대외정책을 구사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핵문제나 대미관계가 대중추수주의적인 방향으로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도 반미와 친미시위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대립은 범국민적 분열로 나갈 뿐이다.
미국이 한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자신들의 국익에 입각한 선택을 바꾸거나 조정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라크 전만해도 범 세계적 여론이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의 기조는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의 대중주의 흐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국익에 따라 미군을 철수하면서도 한국 국민들이 원했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세울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미국정부의 행동에 대한 불필요한 명분을 제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럴러면 미국 정부의 의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에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 북한은 대미불가침 협정을 먼저 맺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프로그램을 먼저 포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보면 북한과 미국이 각 요구사항을 동시에 약속하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제네바합의를 해놓고 지켜지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는 것, 특히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약속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이슈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괄타결방식을 추진하면서도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단계로 북한은 핵개발 포기를, 미국은 불가침을 약속하고, 2단계에는 북한이 사찰을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이 경제제제를 풀어나가고 3단계에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식으로의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방식도 중요하다.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은 북-미협상이나 남북협상으로 진행돼 왔지만 이 경우 한국이 소외되거나 미국의 불신을 낳기도 했다. 민족 공영차원에서도 북한에 3자협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최근 경기가 위축되면서 특히 중하위층 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어려운데다 재벌개혁문제 등도 얽혀 있어 신 정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새 정부가 경제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임=DJ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완료했다고 하지만 구조조정은 몇 년 사이에 완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치논리로 이같은 선언이 있었을 뿐이다. 이번 대북송금 문제만 해도 우리 경제의 불투명성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개혁의 의미도 퇴색시키는 것이었다고 본다. 금융 기업 정부 노동 부분의 개혁작업이 신정부에서도 지속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J정부의 구조조정은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적인 방법을 기본으로 하고 조합주의적인 기재가 부분적으로 사용됐으나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이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중요시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기조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취업구조확대나 연수제도 활성화 등 노동유연화의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벌개혁 문제의 경우, DJ정부 초기 출자총액 제한 등 개혁적인 구호를 내걸었지만 결국 중간에 흐지부지 됐다. 신정부에서 DJ정권 초기에 원칙을 되살릴 수 있다면 서로 마찰을 피하면서도 원칙대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지난 5년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점을 되짚어 4대 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해 가면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단 구조조정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DJ 정부에서는 구조조정과정에서 경기부양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부작용도 많았다. 가계대출을 대폭 늘려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외화가 늘어난 것도 따지고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가와 환율정책에 의한 무역수지 개선의 효과가 컸다. 실제 우리가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한다.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의 경제잠재력이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용=노무현 행정부의 경제분야 최대 핵심 국정과제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의 도약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오해가 없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능가하는 중심국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물류와 금융서비스의 요충지가 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너무 기대를 크게 가져서는 안된다.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의 문제도 쉽지는 않다. 지난 정부에서는 외환위기라는 급박한 상황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었다. 이같은 처방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구조조정과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에 입각해 시장의 왜곡을 시정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개입해 대기업 비서실을 없애자 대기업들은 다시 구조조정본부를 만들어 똑같은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같은 우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재벌정책과 관련해서는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게 아니라 중요한 핵심정책을 정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꾸준히 집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사문제의 경우는 노동자의 인권과 소득불평등 해소도 중요하지만 법집행을 철저히 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김수=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한 경제 및 노동사회분야 정책공약을 보면 개입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재벌이나 금융 구조조정도 그렇고, 노동 복지 분야에서도 시장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개혁하고 중재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개입주의에는 딜레마가 있다. 개입주의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민과 노동자의 협조를 구해야 하지만 이들을 설득할만한 성과를 단기간에 가시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같은 딜레마는 노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 금융 개혁이 임금소득과 고용 등 피부로 맞닿는 부분까지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지만 서민층이 이를 기다려 줄지는 의문이다. 또 조직노동자의 리더들 중에서도 정책의 장기적 효과를 위해 당장 인내하자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노정권도 DJ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DJ정부도 초기 개입주의적 정책을 구사했지만 국제사회와 대내적인 압력에 밀려 신자유주의 노선을 걷게 됐다. 노 정부의 조합주의적 정책 역시 흐지부지되면서 중간에 표류할 위험성이 다분히 있다고 본다.
사회=과거 청산문제가 새정부의 짐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 대북송금 사건으로 특검제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김용=노 당선자로서는 빨리 해결하고 가는 것이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데 유리하다. 시간말 끌다가 보면 지지부진해지고 다른 분야에도 악영향을 줄 뿐이다.
임=정치적으로 털어버리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빨리 실체를 규명해야만 국론통합이나 남북관계, 대미관계에도 좋다.
김수=DJ가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대북관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올바른 방향을 정립되는 것도 중요한 국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임=대개 정권을 잡으면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 과거 YS정권이나 DJ정권이 모두 그랬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50년을 내다보고 5년을 준비기간으로 삼아 국가의 틀을 만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좋은 정책이 다음 정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높다. 또다시 기대로 시작해 불행하게 끝나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임현진 교수=지방분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동안 각종 사회 문화 이벤트 등을 통해 지역발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지방자치단체 마다 능력과 재원에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방분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재설정돼야 한다. 중앙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한편, 지방 나름대로 지방자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방한 바 있다. 외국을 봐도 행정수도를 이전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부지 마련과 건설 비용만 몇십조가 들고, 10년 이내에 옮기려면 수백조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재원이 있다면 오히려 국토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사용되는 것이 지방분권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거 공약이라고 무조건 추진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김용호 교수=지방분권 확립을 위해서 세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60-70년대에는 일본과의 경제적 교류가 많았고, 그래서 남해와 동해 지역의 개발이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이 필요하다. 국가의 전체적인 발전 전략에 다라 지방분권 정책도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지방분권 확립은 중앙중심에 따른 병폐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간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 특히 예산, 인사, 치안 등을 중앙과 지방이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정치개혁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 최근 지방에서도 주민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자발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같은 요구를 어떻게 수렴해서 자발적인 요구나 참여로 이끌어내느냐가 지방분권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다.
행정수도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향후 발전 전략, 남북한 교류 및 통일,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 등에 따라 행정수도의 위치와 이전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공약을 했다고 임기내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하기보다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김수진 소장=두 분 말씀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분명한 것은 분권화가 현대 민주주의의 부인할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이다. 다만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듯이 지방분권이 성급하게 추진되다보면 지역간 불균형을 중앙정부가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들어 사회복지를 탈집중화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맡길 경우 경제력에 따라 지역간 불균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차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완하지 않는다면 분권화가 지역간 갈등을 키우는 결과만을 낳을 수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생각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북한 핵문제가 노 정권 초기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북한 핵문제는 비단 남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문제이기도 한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또 최근 우리사회의 불고 있는 반미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임=크게 보면 한국과 미국 이해가 충돌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와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주도층이었던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한-미 혈맹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요즘 30~40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미 종속론''이 대두되고 있다.
혈맹관계에서 지배종속관계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시점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세대간 격차는 매우 크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에서 젊은 층들은 북한과 미국 중 누구편을 들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하지만, 기성세대는 당연히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차이는 세대간 갈등을 넘어 이념적 갈등으로도 심화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를 국익과 민족공영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군주둔문제의 경우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동북아 열강들의 역학관계에서 볼 때 동북아에서 우리의 세력을 유지하는 데 미군이라는 군사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족감정에서 보면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지만 남북한 민족 공영과 동북아 세력균형 문제에서 접근하면 협소한 민족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도 과거 친미세력과 반미세력이 갈등하면서 용미라는 주장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우리에게도 용미가 필요하다. 문제는 용미할 수 있을 만큼 미국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미국 인맥을 찾아 해결하려고 하는 데 그만큼 미국을 모른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있어왔다.
미국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상황에서 단지 미국이 좋다 나쁘다가 주장하기 전에 미국을 잘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도 지한파, 협한파 등 한국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채널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용=북한 핵문제와 한미 동맹의 문제는 세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9.11 테러이후 국제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대외군사 전략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테러 제거가 최우선 아젠다가 된 것이다.
북미관계나 한미관계가 꼬이고 있는 것은 부시라는 한 인물 때문이 아니라 9.11 사태 이후 국제사회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둘째로 동북아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애를 써서 GNP상으로 세계 100위에서 10위권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바로 우리 옆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있고, 향수 수년내에 1위를 노리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자부심만 갖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우리 세력을 지킬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면 향후 수년 안에 중국에게 완전히 무시당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로 북핵문제가 이번 한번이 아니라 그동안 여러차례 문제가 됐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이 문제만큼은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한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수=두분이 가장 중요한 핵심을 정확히 짚으셨다고 생각한다.
대미관계나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친미냐 반미냐, 아니면 용미냐를 떠나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김 교수님 말씀대로 9.11 테러사태 이후 세계 질서와 미국과 각 국가들의 전략적 입장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맞은 대외정책을 구사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핵문제나 대미관계가 대중추수주의적인 방향으로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도 반미와 친미시위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대립은 범국민적 분열로 나갈 뿐이다.
미국이 한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자신들의 국익에 입각한 선택을 바꾸거나 조정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라크 전만해도 범 세계적 여론이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의 기조는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의 대중주의 흐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국익에 따라 미군을 철수하면서도 한국 국민들이 원했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세울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미국정부의 행동에 대한 불필요한 명분을 제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럴러면 미국 정부의 의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에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 북한은 대미불가침 협정을 먼저 맺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프로그램을 먼저 포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보면 북한과 미국이 각 요구사항을 동시에 약속하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제네바합의를 해놓고 지켜지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는 것, 특히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약속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이슈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괄타결방식을 추진하면서도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단계로 북한은 핵개발 포기를, 미국은 불가침을 약속하고, 2단계에는 북한이 사찰을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이 경제제제를 풀어나가고 3단계에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식으로의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방식도 중요하다.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은 북-미협상이나 남북협상으로 진행돼 왔지만 이 경우 한국이 소외되거나 미국의 불신을 낳기도 했다. 민족 공영차원에서도 북한에 3자협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최근 경기가 위축되면서 특히 중하위층 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어려운데다 재벌개혁문제 등도 얽혀 있어 신 정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새 정부가 경제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임=DJ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완료했다고 하지만 구조조정은 몇 년 사이에 완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치논리로 이같은 선언이 있었을 뿐이다. 이번 대북송금 문제만 해도 우리 경제의 불투명성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개혁의 의미도 퇴색시키는 것이었다고 본다. 금융 기업 정부 노동 부분의 개혁작업이 신정부에서도 지속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J정부의 구조조정은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적인 방법을 기본으로 하고 조합주의적인 기재가 부분적으로 사용됐으나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이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중요시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기조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취업구조확대나 연수제도 활성화 등 노동유연화의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벌개혁 문제의 경우, DJ정부 초기 출자총액 제한 등 개혁적인 구호를 내걸었지만 결국 중간에 흐지부지 됐다. 신정부에서 DJ정권 초기에 원칙을 되살릴 수 있다면 서로 마찰을 피하면서도 원칙대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지난 5년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점을 되짚어 4대 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해 가면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단 구조조정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DJ 정부에서는 구조조정과정에서 경기부양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부작용도 많았다. 가계대출을 대폭 늘려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외화가 늘어난 것도 따지고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가와 환율정책에 의한 무역수지 개선의 효과가 컸다. 실제 우리가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한다.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의 경제잠재력이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용=노무현 행정부의 경제분야 최대 핵심 국정과제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의 도약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오해가 없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능가하는 중심국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물류와 금융서비스의 요충지가 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너무 기대를 크게 가져서는 안된다.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의 문제도 쉽지는 않다. 지난 정부에서는 외환위기라는 급박한 상황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었다. 이같은 처방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구조조정과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에 입각해 시장의 왜곡을 시정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개입해 대기업 비서실을 없애자 대기업들은 다시 구조조정본부를 만들어 똑같은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같은 우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재벌정책과 관련해서는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게 아니라 중요한 핵심정책을 정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꾸준히 집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사문제의 경우는 노동자의 인권과 소득불평등 해소도 중요하지만 법집행을 철저히 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김수=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한 경제 및 노동사회분야 정책공약을 보면 개입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재벌이나 금융 구조조정도 그렇고, 노동 복지 분야에서도 시장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개혁하고 중재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개입주의에는 딜레마가 있다. 개입주의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민과 노동자의 협조를 구해야 하지만 이들을 설득할만한 성과를 단기간에 가시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같은 딜레마는 노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 금융 개혁이 임금소득과 고용 등 피부로 맞닿는 부분까지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지만 서민층이 이를 기다려 줄지는 의문이다. 또 조직노동자의 리더들 중에서도 정책의 장기적 효과를 위해 당장 인내하자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노정권도 DJ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DJ정부도 초기 개입주의적 정책을 구사했지만 국제사회와 대내적인 압력에 밀려 신자유주의 노선을 걷게 됐다. 노 정부의 조합주의적 정책 역시 흐지부지되면서 중간에 표류할 위험성이 다분히 있다고 본다.
사회=과거 청산문제가 새정부의 짐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 대북송금 사건으로 특검제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김용=노 당선자로서는 빨리 해결하고 가는 것이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데 유리하다. 시간말 끌다가 보면 지지부진해지고 다른 분야에도 악영향을 줄 뿐이다.
임=정치적으로 털어버리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빨리 실체를 규명해야만 국론통합이나 남북관계, 대미관계에도 좋다.
김수=DJ가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대북관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올바른 방향을 정립되는 것도 중요한 국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임=대개 정권을 잡으면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 과거 YS정권이나 DJ정권이 모두 그랬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50년을 내다보고 5년을 준비기간으로 삼아 국가의 틀을 만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좋은 정책이 다음 정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높다. 또다시 기대로 시작해 불행하게 끝나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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