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 박사의 집이야기

집은 인물평가 척도가 아니다

지역내일 2003-02-26 (수정 2003-03-03 오전 11:09:14)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의 전개를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묘사한 것이 소설이라면 소설 속에서 집은 어떠한 의미와 역할로 나타날까.
먼저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주택은 등장인물의 사회경제적 신분을 나타내는 소재로서의 역할을 한다. 주택이 어디에 위치하는 지, 넓이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유형의 집인지에 따라 독자는 등장인물이 부자인지 가난한 지, 또한 무대가 농촌인지 도시인지를 알게 된다. 아마 많은 소설이 ‘집’을 하나의 소도구로 활용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주택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번개에 맞아 죽어버린 커다란 고목이 내버려진 채 있는 집’과 ‘싸리나무 울타리 사이로 보이는 채송화, 봉숭아가 어울리게 피어있는 화단이 있는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같은 성격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에드가 알렌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에서도 ‘황폐한 담과 멍하니 크게 뜬 눈처럼 보이는 창’에 대한 묘사를 통해 소설속의 등장인물이 어떠한 사람들인지를 묘사하고 있다.
주택이 상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 주택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 1970년대 급격한 근대화를 거친 한국 사회를 고발하는 소설 속에서 주택은 가진 자들의 투기의 수단이요, 가난한 자에게는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재산증식의 유일한 길로 묘사된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아파트는 난장이 가족의 꿈으로 묘사된다.
또한 주택을 건물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가족’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예를 들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불러 모으기 위하여 새 집을 지은 아버지가 등장하는 1997년 아쿠다가와(茶川)상 수상작가 유미리의 ≪풀 하우스≫에서의 ‘하우스’는 ‘가족’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소설속의 주택이 이처럼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되듯이 현실에서도 주택의 크기나 주택의 위치, 주택의 종류, 자가냐 임차냐에 따라 사람이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집 크기나 거주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그 사람의 행동이 그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이 아닌 그가 가진 것으로 상대의 삶을 측정하고 저울질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는 첩경이 아닐 수 없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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