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대선 전리품인가
안병준 편집위원장
노무현 정권 출범을 한달 앞두고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정대철 최고위원이 “개혁성이 요구되는 정부의 공기업이나 산하단체에 민주당내 인사 200~300명을 추천하겠다”고 발언해 ‘낙하산 인사’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의 말에는 비중이 실려 있다. 최고위원이면서 지난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이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폐습 중의 하나다. 역대 정권에서 공기업이나 산하단체의 인사는 권력핵심들의 정실과 논공행상으로 이뤄졌다.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5·6공에 이르기까지에는 대부분 군출신들이 공기업을 ‘점령’했다. 김영삼 정권 때는 그의 ‘민주산악회’를 비롯한 상도동 주변인사들이 공기업을 장악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논공행상 ‘낙하산 인사’는 권력 나눠먹기 폐습
5년 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교동계가 중심인 권력 실세들이 줄지어 서있는 당내 인사들에게 자리를 나눠 주었다. 명분은 “30년 넘게 민주화 투쟁하느라 그동안 춥고 배고팠으므로 이를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인들도 대거 공기업에 보냈다. 이에 더해 공동정부라는 족쇄 때문에 자민련 김종필 총재 언저리 인사들에게까지 자리를 나눠줘야 했다.
이처럼 상당수 공기업 사장들이 정치인 군출신 관료로 채워진 후유증은 심각하다. 국가경제 발전과 기업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요 공기업이라 할 수 있는 토지·도로·주택공사 3개사만의 총부채만 해도 현 정부 들어 30조원을 웃돌고 있다.
나아가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 때문에 공기업이나 산하단체에서는 또 다른 폐습이 파생되었다. 공기업 직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철밥통으로 똘똘 뭉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낙하산 사장을 아예 ‘철새’로 규정하되 ‘황제’처럼 모신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없는 사장들이므로 판공비를 수백만원씩 쓰게 하고, 주로 행사 참석만 하도록 일정을 짠다. 때문에 사장들은 대부분 국회나 정부 부처에 “우리 회사 직원들은 훌륭하다”는 식으로 보고한다. 그리고 떠날 때는 부채만 남겨놓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 공기업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 최고위원의 당내인사 추천 발언이 있은 후 공기업 노조들은 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조차 반개혁적 인사를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내 일부에서도 이를 비판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측은 과거 권력실세들이 자리를 나눠주는 방식에서 탈피, 당내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신주류의 한 의원은 “각료 추천과 관련, 인터넷을 활용한 국민추천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식구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려 하는 모습은 개혁의 역행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자질과 능력, 개혁성 갖춘 CEO 발탁해야
낙하산 인사가 대선 승리의 전리품이 되어선 안 된다. 공기업 인사가 선거 논공행상과 정실로 농단되어서는 개혁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당선자 주변에서 얘기되고 있는 ‘뗏목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30대와 ‘노사모’의 지지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국정을 운영하게 되면 그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뗏목론의 요체다. 한마디로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내부 출신 외부 출신을 떠나 공기업 사장은 전문성과 능력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역대 정권하 공기업 사장 중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문성 능력 도덕성은 공기업 개혁을 이룬 전문경영인 출신 일부 사장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마지막으로 정 최고위원측이 말하는 공기업 인사추천위가 순기능을 다해야 한다. 현행 정부투자관리기본법에도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장 선발방법과 기준을 정하도록’ 돼있다. 문제는 그것이 유명무실화 돼있다는 점이다. 권력실세가 임명한 위원들인데다 사장은 이미 ‘내정’되었었기 때문이다.
흔히 ‘인사는 만사’라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기업 인사원칙으로 제시한 경영능력, 전문성, 개혁성의 3대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공기업 인사에 승복할 수 있다.
안병준 편집위원장
안병준 편집위원장
노무현 정권 출범을 한달 앞두고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정대철 최고위원이 “개혁성이 요구되는 정부의 공기업이나 산하단체에 민주당내 인사 200~300명을 추천하겠다”고 발언해 ‘낙하산 인사’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의 말에는 비중이 실려 있다. 최고위원이면서 지난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이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폐습 중의 하나다. 역대 정권에서 공기업이나 산하단체의 인사는 권력핵심들의 정실과 논공행상으로 이뤄졌다.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5·6공에 이르기까지에는 대부분 군출신들이 공기업을 ‘점령’했다. 김영삼 정권 때는 그의 ‘민주산악회’를 비롯한 상도동 주변인사들이 공기업을 장악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논공행상 ‘낙하산 인사’는 권력 나눠먹기 폐습
5년 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교동계가 중심인 권력 실세들이 줄지어 서있는 당내 인사들에게 자리를 나눠 주었다. 명분은 “30년 넘게 민주화 투쟁하느라 그동안 춥고 배고팠으므로 이를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인들도 대거 공기업에 보냈다. 이에 더해 공동정부라는 족쇄 때문에 자민련 김종필 총재 언저리 인사들에게까지 자리를 나눠줘야 했다.
이처럼 상당수 공기업 사장들이 정치인 군출신 관료로 채워진 후유증은 심각하다. 국가경제 발전과 기업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요 공기업이라 할 수 있는 토지·도로·주택공사 3개사만의 총부채만 해도 현 정부 들어 30조원을 웃돌고 있다.
나아가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 때문에 공기업이나 산하단체에서는 또 다른 폐습이 파생되었다. 공기업 직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철밥통으로 똘똘 뭉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낙하산 사장을 아예 ‘철새’로 규정하되 ‘황제’처럼 모신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없는 사장들이므로 판공비를 수백만원씩 쓰게 하고, 주로 행사 참석만 하도록 일정을 짠다. 때문에 사장들은 대부분 국회나 정부 부처에 “우리 회사 직원들은 훌륭하다”는 식으로 보고한다. 그리고 떠날 때는 부채만 남겨놓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 공기업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 최고위원의 당내인사 추천 발언이 있은 후 공기업 노조들은 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조차 반개혁적 인사를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내 일부에서도 이를 비판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측은 과거 권력실세들이 자리를 나눠주는 방식에서 탈피, 당내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신주류의 한 의원은 “각료 추천과 관련, 인터넷을 활용한 국민추천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식구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려 하는 모습은 개혁의 역행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자질과 능력, 개혁성 갖춘 CEO 발탁해야
낙하산 인사가 대선 승리의 전리품이 되어선 안 된다. 공기업 인사가 선거 논공행상과 정실로 농단되어서는 개혁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당선자 주변에서 얘기되고 있는 ‘뗏목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30대와 ‘노사모’의 지지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국정을 운영하게 되면 그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뗏목론의 요체다. 한마디로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내부 출신 외부 출신을 떠나 공기업 사장은 전문성과 능력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역대 정권하 공기업 사장 중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문성 능력 도덕성은 공기업 개혁을 이룬 전문경영인 출신 일부 사장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마지막으로 정 최고위원측이 말하는 공기업 인사추천위가 순기능을 다해야 한다. 현행 정부투자관리기본법에도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장 선발방법과 기준을 정하도록’ 돼있다. 문제는 그것이 유명무실화 돼있다는 점이다. 권력실세가 임명한 위원들인데다 사장은 이미 ‘내정’되었었기 때문이다.
흔히 ‘인사는 만사’라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기업 인사원칙으로 제시한 경영능력, 전문성, 개혁성의 3대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공기업 인사에 승복할 수 있다.
안병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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