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어문학과를 졸업한 김모(26)씨. 2년째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서만 벌써 수십군
데 이상 넣어봤지만 오라는 곳이 없다.
지난 9월에 모 그룹에 인터넷을 통해 지원해 봤지만 역시 연락이 없었다. 고등학교때 비슷
한 성적이었던 친구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 김씨는 그 이유를 서울소재 대학과 지방대
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서울로 진학하지 않은 자신을 타박한다.
가톨릭대 졸업예정자인 정모(22·여)씨는 몇 달 전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800점이 넘는 토익
점수와 유창하다고 생각하는 외국어 구사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최근 들어 자신의 능력이 소용없음을 깊게 깨닫고 있다. 6군데 기업체에 원서를 접
수했지만 면접조차 보지 못한 스스로가 그렇게 미울 수 없다.
지역 대학 출신 취업예정자들은 채용규모가 지난해 보다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도통
체감되지 않는다.
낙타 구멍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지방대 출신이 대기업군에 취업하는 경우를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격
으로 비유되고 있다. 하지만 이젠 ‘구멍’조차 없다.
지역 상위대학의 공대, 경상대 출신을 제외한 나머지 졸업자 및 예정자들은 문턱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업무적응 능력과 외국어 구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 지방대생을 채
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슷한 대학 등급이면 지방대 출신보다 서울지역 출신을 더 선호하
고 있는 것이다.
‘눈 높이’를 낮춰 중견 기업 쪽으로 방향을 돌려보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10명 안팎
을 채용하는데 수 백 명이 몰려들었다.
지역 중위권 이하 4년제 대학 출신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학교에서 배운 건 관리직인데 갈
수 있는 곳은 생산현장이다. 임금 역시 2년제 출신 수준이다. 차라리 취업을 미루는 게 낫다
는 심산으로 포기하는 예가 허다하다.
외면 당하는 여성·인문계열 출신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에 육박하고 있지만 취업률은 이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 IMF 관리체
제 이후 여성 대졸자의 취업률은 급감 했다
자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력을 정리한 기업들이 업무강도를 여성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
로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점, 외국어 구사능력 등에서 다소 처져도 채용순위에서는 앞서고 있
다.
전문직종을 제외한 나머지 여성 취업률은 20%가 안 될 정도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이 같
은 추세는 몇 년 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학습지 회사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업종은 최근 몇 년 동안 시장규모에 비해 경쟁사들이 너무 많이 뛰어든 탓에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쟁률이 만만찮다.
같은 대학에서도 학과간의 취업률 편차는 심각하다. 인문계열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다.
경북대 컴퓨터 공학과와 전자공학과는 이미 100% 이상 취업이 됐다. 졸업생들이 자신의 입
맛에 맞는 기업을 선택할 여지까지 있다.
경상대 계열 학과 역시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한 학생이라면 졸업직후 80∼90% 정도가 취업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문계열을 그렇지 않다. 오라는 곳이 없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순수 취업률은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너진 지역 기업, 지역출신 홀대하는 대기업…대졸 취업난 부채질
지난 몇 년 동안 대구 굴지의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했다. 동국, 갑을의 워크아웃, 청구 등
대형 주택건설업체의 부도 등 지역 경제를 지탱해 왔던 섬유와 건설산업이 붕괴됐다.
이는 곧바로 대졸 취업예정자들의 앞길을 막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수백명 이상씩
대졸자를 채용했던 지역 대기업군들은 몇 년째 신규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산과 달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올 들어 신규채용에 나섰지만 그 규모는 아주 적은 실정이
다.
살아남은 업체들의 채용이 다시 시작되긴 했지만 규모는 미미하다.
지난 3년 동안 단 한 명도 정규직 사원을 뽑지 않은 대구은행은 올 해 역시 채용여부를 결
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운영상 신규 사원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금융권 구조조정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올 들어 20명 안팎의 대졸자를 선발했거나 할 예정이다.
서울 소재 대기업들은 지방대 특히 지역 출신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능력의 차이도 분명
작용하고 있지만 지역출신들은 지역특유의 보수적 성향과 소극적 업무 스타일이 몸에 뱄다
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비상 걸린 대학
올 3월, 경북대의 순수취업률은 48%정도이며 영남, 계명대 등은 이 보다 약간 높은 수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중·하위권 4년제 대학은 더 심각하다. 이들 대학의 취업률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모 대학 취업담당자는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각 대학 취업담당자들은올 하반기는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1월 이후 중견기업들의
채용시즌이 시작되면 조금씩 숨통이 터 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내년 3월에는 올해 보다 20% 정도 더 높은 취업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취업률보다 취업의 질도 같이 높여야 하는 부담과 대기업 지향적인 성향을 갖
고 있는 학생들을 설득해야 하는 고충도 함께 안고 있다.
취업 담당자들은 본인의 경쟁력을 생각한 취업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대기업 취업만이 능사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권유한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적성
에 맞는 업종과 분야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계명대 취업지원실 이상윤씨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취업 패턴을 바뀐다는 점과 어느 곳이
자신에게 맞는 지를 깊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을 잘 흡수해 줄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태 기자 youst@naeil.com
데 이상 넣어봤지만 오라는 곳이 없다.
지난 9월에 모 그룹에 인터넷을 통해 지원해 봤지만 역시 연락이 없었다. 고등학교때 비슷
한 성적이었던 친구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 김씨는 그 이유를 서울소재 대학과 지방대
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서울로 진학하지 않은 자신을 타박한다.
가톨릭대 졸업예정자인 정모(22·여)씨는 몇 달 전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800점이 넘는 토익
점수와 유창하다고 생각하는 외국어 구사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최근 들어 자신의 능력이 소용없음을 깊게 깨닫고 있다. 6군데 기업체에 원서를 접
수했지만 면접조차 보지 못한 스스로가 그렇게 미울 수 없다.
지역 대학 출신 취업예정자들은 채용규모가 지난해 보다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도통
체감되지 않는다.
낙타 구멍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지방대 출신이 대기업군에 취업하는 경우를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격
으로 비유되고 있다. 하지만 이젠 ‘구멍’조차 없다.
지역 상위대학의 공대, 경상대 출신을 제외한 나머지 졸업자 및 예정자들은 문턱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업무적응 능력과 외국어 구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 지방대생을 채
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슷한 대학 등급이면 지방대 출신보다 서울지역 출신을 더 선호하
고 있는 것이다.
‘눈 높이’를 낮춰 중견 기업 쪽으로 방향을 돌려보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10명 안팎
을 채용하는데 수 백 명이 몰려들었다.
지역 중위권 이하 4년제 대학 출신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학교에서 배운 건 관리직인데 갈
수 있는 곳은 생산현장이다. 임금 역시 2년제 출신 수준이다. 차라리 취업을 미루는 게 낫다
는 심산으로 포기하는 예가 허다하다.
외면 당하는 여성·인문계열 출신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에 육박하고 있지만 취업률은 이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 IMF 관리체
제 이후 여성 대졸자의 취업률은 급감 했다
자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력을 정리한 기업들이 업무강도를 여성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
로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점, 외국어 구사능력 등에서 다소 처져도 채용순위에서는 앞서고 있
다.
전문직종을 제외한 나머지 여성 취업률은 20%가 안 될 정도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이 같
은 추세는 몇 년 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학습지 회사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업종은 최근 몇 년 동안 시장규모에 비해 경쟁사들이 너무 많이 뛰어든 탓에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쟁률이 만만찮다.
같은 대학에서도 학과간의 취업률 편차는 심각하다. 인문계열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다.
경북대 컴퓨터 공학과와 전자공학과는 이미 100% 이상 취업이 됐다. 졸업생들이 자신의 입
맛에 맞는 기업을 선택할 여지까지 있다.
경상대 계열 학과 역시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한 학생이라면 졸업직후 80∼90% 정도가 취업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문계열을 그렇지 않다. 오라는 곳이 없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순수 취업률은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너진 지역 기업, 지역출신 홀대하는 대기업…대졸 취업난 부채질
지난 몇 년 동안 대구 굴지의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했다. 동국, 갑을의 워크아웃, 청구 등
대형 주택건설업체의 부도 등 지역 경제를 지탱해 왔던 섬유와 건설산업이 붕괴됐다.
이는 곧바로 대졸 취업예정자들의 앞길을 막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수백명 이상씩
대졸자를 채용했던 지역 대기업군들은 몇 년째 신규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산과 달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올 들어 신규채용에 나섰지만 그 규모는 아주 적은 실정이
다.
살아남은 업체들의 채용이 다시 시작되긴 했지만 규모는 미미하다.
지난 3년 동안 단 한 명도 정규직 사원을 뽑지 않은 대구은행은 올 해 역시 채용여부를 결
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운영상 신규 사원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금융권 구조조정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올 들어 20명 안팎의 대졸자를 선발했거나 할 예정이다.
서울 소재 대기업들은 지방대 특히 지역 출신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능력의 차이도 분명
작용하고 있지만 지역출신들은 지역특유의 보수적 성향과 소극적 업무 스타일이 몸에 뱄다
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비상 걸린 대학
올 3월, 경북대의 순수취업률은 48%정도이며 영남, 계명대 등은 이 보다 약간 높은 수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중·하위권 4년제 대학은 더 심각하다. 이들 대학의 취업률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모 대학 취업담당자는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각 대학 취업담당자들은올 하반기는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1월 이후 중견기업들의
채용시즌이 시작되면 조금씩 숨통이 터 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내년 3월에는 올해 보다 20% 정도 더 높은 취업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취업률보다 취업의 질도 같이 높여야 하는 부담과 대기업 지향적인 성향을 갖
고 있는 학생들을 설득해야 하는 고충도 함께 안고 있다.
취업 담당자들은 본인의 경쟁력을 생각한 취업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대기업 취업만이 능사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권유한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적성
에 맞는 업종과 분야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계명대 취업지원실 이상윤씨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취업 패턴을 바뀐다는 점과 어느 곳이
자신에게 맞는 지를 깊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을 잘 흡수해 줄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태 기자 you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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