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수 진단

정부에 기대지 말자

지역내일 2003-03-14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마치 97년 IMF 가 다시 와 ‘폭삭’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라크전 사태와 북핵문제 등 외생변수로 가뜩이나 약해진 체력에 ‘SK쇼크’가 겹친 꼴이다. 그러나 현 금융시장의 신용불안 사태가 꼭 이라크전이나 SK 분식 회계 수사발표 때문일까. 이들 요인들이 기폭제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처럼 시장이 요동을 치게 된 데는 훨씬 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화근은 DJ정부의 경제정책에 있다. DJ정부는 물러나면서 경제치적으로 IMF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의 경쟁력을 높였으며, 세계경제가 다 어려운데 6%대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노라고 내세웠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했다. 왜 성공적으로 극복되고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높아진 금융부분에서 다시 위기의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인가.
소제목: 구조조정 했다는 금융에서 또 위기 징후
온 국민들의 ‘금 모으기’라는 국난 극복운동 때문에 DJ의 IMF 위기 탈출은 성공적으로 될 수 있었다.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금융구조조정을 비롯한 4대 부분 구조조정 역시 순조롭게 시작됐다. 예컨대 재벌의 강력한 저항이나 기득권층의 교묘한 방해를 비교적 덜 받으며 ‘개혁’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총선을 치르고 집권의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 념 장관의 기용과 함께 4대부분 구조조정 마무리가 선언됐다. “개혁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 정상이니 상시점검을 통해 국민의 정부 개혁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말로만 치자면 옳은 말이다. 그러나 개혁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다면 뭐 하러 요란하게 개혁정권이니 재벌개혁이니 하겠는가. 이때부터 재벌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벌개혁 5+3원칙’ 등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개혁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됐다. 그 결과 SK의 분식회계와 같은 시장원리에 따른 개혁을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을 안하니 당연히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진 념 경제팀이 또 벌인 일이 바로 오늘날 금융위기 징후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기부양’이다. DJ 집권 후반기 들어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자 진 념 팀은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카드를 통한 소비진작과 건설경기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사상 유래 없는 초저금리 아래서 개인들이 주택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을 일으켜 너나없이 부동산 투기 시장에 뛰어들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또 길거리에서 사실상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카드 발급이 남발되면서 흥청망청 소비가 일어났다. 정부가 조장한 덕분에 온 국민들이 빚잔치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경기는 상승했다. 6%대의 경제성장은 그래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 같은 주택담보 대출과 카드빚 등 가계대출이 결과적으로 500조원대에 육박하면서 이 중 연체되는 부분이 금융시장에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당장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가계대출이 72조원이며 이 중 카드채가 약 46조원으로 이들 카드사들의 부도위기가 오늘날 금융불안의 핵심이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묵인 아래 불량 연체자들을 대환대출이라는 돌려 막기를 통해 차일피일 만기를 연장하며 화근 덩어리를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는 곪으면 터진다. 그 카드대란의 위기가 터질 때가 된 것이다. 이것 역시 금융개혁을 제대로 안한 정부의 방기 탓이다. 역시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결과이다.
소제목: 시장원리 따른 카드빚 해결이 관건
서양의 속담에 ‘공짜 점심은 쥐덫 위에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청소년의 카드빚은 마치 경제적 판단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현금을 거의 공짜로 줘서 마구잡이로 소비를 벌이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성장률은 높아져 정부는 세금을 더 걷게 되고 욕 안 먹어서 좋을지 모르나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갈 세대들에게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심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정부가 청소년들을 쥐덫 위로 몰아넣은 것이다.
개혁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이런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노무현 경제팀도 아직까지 뭐가 개혁적이고 DJ정부보다 나은지 잘 알 수가 없다. 첫 국무회의에서 카드빚 해결을 위해 또다시 가계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관치’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름이 살이 되지는 않는다. 고통스럽지만 시장의 원리를 적용해 경제적 해법으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첫 조치를 바라보는 기업들은 벌써부터 ‘정부에 기대할 것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귀담아 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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