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이 정치개혁의 핵심
이국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정치학
헌법재판소가 2001년 10월 내린 “선거구 인구편차와 비례대표방식에 대한 위헌판결”을 근거로 국회는 올해 4월15일까지 선거구획정의 재조정을 마쳐야 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논의할 선거구획정위원회 조차 구성하지 못해, 입법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 스스로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각계의 비난을 받았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 전대통령은 임기의 전반 2년 동안 선거제도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이후 수차 선거제도의 개혁을 언급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못하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세계경제에 직면하여 한국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구조의 급속한 변화를 고려하면, 다양한 사회계층 및 사회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는 정당체제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당체제의 형성에 장애가 되는 것이 현행 선거제도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개혁은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보통 소선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방식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다수대표제, 엄밀히 말해 민주주의의 원리에서 보면 문제점이 있는 상대다수대표제다.
국회, 위헌판결 외면 선거구 획정 시한 넘겨
다수대표제란 후보자가 선거구에서 다수(절대다수 또는 상대다수)를 획득하여 의원으로 선출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단점은 의회내의 다수가 유권자의 실제 다수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한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나 노 대통령이 제안하고 있는 2~5인 중대선거구제는 모두 상대다수대표제의 하위 유형일 뿐이다. 다수대표제와 대조가 되는 제도가 비례대표제다.
노 대통령이 일본식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한 것은 지역분할의 정치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 선거구제는 오히려 파벌정치를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한 정당에서 동일한 중대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를 공천할 때, 파벌 간의 야합으로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 지역에서 한 정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비례대표제의 기본목표와 배치된다. 비례대표제란 개별정당이 획득한 득표의 비율이 거의 정확하게 의회의 의석배정에 반영되는 제도다. 한 지역에서 한 정당의 득표율이 90%라면 의석도 거의 동일하게 90%가 배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관만 비례대표제이지 실제로는 ‘불비례대표제’다. 다수대표제의 단점을 되풀이해서 실행하는 셈이다. 과거 유신시대의 전국구를 비례대표제라고 오인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또다른 전형적인 불비례대표제다.
선거제도는 사회테크노크라트적 측면이나 기능주의적 관점으로 결정돼서는 안된다. 비록 지역분할은 극복해야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나 노 대통령이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가 없다. 만약 그런 선거제도가 도입되어도, 한 지역의 패권적 정당 이외에 그 지역에서 ‘2중대 정당’이 출현하면 타지역 패권정당은 발을 붙일 수가 없을 것이다.
원외정당과 사회단체는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는 권력관계의 표현”이라는 주장처럼,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현 선거제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개별 국회의원 및 원내정당에 의해서 거부되고 있다. 그러나 1인1구 다수대표제(=지배적인 소선거제)가 유지되면, 한국정치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중대선거구제는 파벌정치 조장 우려
해결책은, 현재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의원수를 증가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선거제에 기득권이 있는 원내세력과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통해 의회진출을 모색하는 원외세력 간의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간 국회 운영의 파행성 때문에 의원들에게 세비를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간간히 나왔지만, 제도개혁에 의해 의원의 자질과 국회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면, 국회의원 증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인구를 고려하면 의원수는 사실 국제비교에서도 적은 편이다. 영국은 인구 5990만에 하원의원만 659명이고, 독일도 인구 8200만에 하원의원만 655명이다.
국회의원 수가 적을수록 오히려 의원 개인에게 집중되는 권력은 더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세비를 낮춘다는 전제하에, 의원수를 500명(지역구 250명, 비례대표구 250명) 정도로 늘리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국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정치학
이국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정치학
헌법재판소가 2001년 10월 내린 “선거구 인구편차와 비례대표방식에 대한 위헌판결”을 근거로 국회는 올해 4월15일까지 선거구획정의 재조정을 마쳐야 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논의할 선거구획정위원회 조차 구성하지 못해, 입법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 스스로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각계의 비난을 받았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 전대통령은 임기의 전반 2년 동안 선거제도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이후 수차 선거제도의 개혁을 언급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못하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세계경제에 직면하여 한국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구조의 급속한 변화를 고려하면, 다양한 사회계층 및 사회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는 정당체제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당체제의 형성에 장애가 되는 것이 현행 선거제도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개혁은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보통 소선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방식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다수대표제, 엄밀히 말해 민주주의의 원리에서 보면 문제점이 있는 상대다수대표제다.
국회, 위헌판결 외면 선거구 획정 시한 넘겨
다수대표제란 후보자가 선거구에서 다수(절대다수 또는 상대다수)를 획득하여 의원으로 선출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단점은 의회내의 다수가 유권자의 실제 다수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한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나 노 대통령이 제안하고 있는 2~5인 중대선거구제는 모두 상대다수대표제의 하위 유형일 뿐이다. 다수대표제와 대조가 되는 제도가 비례대표제다.
노 대통령이 일본식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한 것은 지역분할의 정치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 선거구제는 오히려 파벌정치를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한 정당에서 동일한 중대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를 공천할 때, 파벌 간의 야합으로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 지역에서 한 정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비례대표제의 기본목표와 배치된다. 비례대표제란 개별정당이 획득한 득표의 비율이 거의 정확하게 의회의 의석배정에 반영되는 제도다. 한 지역에서 한 정당의 득표율이 90%라면 의석도 거의 동일하게 90%가 배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관만 비례대표제이지 실제로는 ‘불비례대표제’다. 다수대표제의 단점을 되풀이해서 실행하는 셈이다. 과거 유신시대의 전국구를 비례대표제라고 오인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또다른 전형적인 불비례대표제다.
선거제도는 사회테크노크라트적 측면이나 기능주의적 관점으로 결정돼서는 안된다. 비록 지역분할은 극복해야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나 노 대통령이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가 없다. 만약 그런 선거제도가 도입되어도, 한 지역의 패권적 정당 이외에 그 지역에서 ‘2중대 정당’이 출현하면 타지역 패권정당은 발을 붙일 수가 없을 것이다.
원외정당과 사회단체는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는 권력관계의 표현”이라는 주장처럼,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현 선거제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개별 국회의원 및 원내정당에 의해서 거부되고 있다. 그러나 1인1구 다수대표제(=지배적인 소선거제)가 유지되면, 한국정치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중대선거구제는 파벌정치 조장 우려
해결책은, 현재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의원수를 증가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선거제에 기득권이 있는 원내세력과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통해 의회진출을 모색하는 원외세력 간의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간 국회 운영의 파행성 때문에 의원들에게 세비를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간간히 나왔지만, 제도개혁에 의해 의원의 자질과 국회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면, 국회의원 증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인구를 고려하면 의원수는 사실 국제비교에서도 적은 편이다. 영국은 인구 5990만에 하원의원만 659명이고, 독일도 인구 8200만에 하원의원만 655명이다.
국회의원 수가 적을수록 오히려 의원 개인에게 집중되는 권력은 더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세비를 낮춘다는 전제하에, 의원수를 500명(지역구 250명, 비례대표구 250명) 정도로 늘리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국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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