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사무관이 서류 정리 등 단순업무

지역내일 2003-05-14
5급 사무관이 서류 정리 등 단순업무

일반직 정책결정권 없어 … 판사가 인사권 행사 “고위층 일반직 제 목소리 못내”

오는 17일 법원 공무원 직장협의회는 전국 법원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통합작업을 위해 광주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 동안 각급 법원들이 독자적으로 공무원 직장협의회를 운영하다보니 인력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법원 일반직 공무원들은 이 작업이 완료되면 불합리하게 자리잡고 있던 법원내 제도들을 하나씩 개선해 법원의 대국민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반직 공무원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법원 일반직과 판사들과의 차별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고급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법원 일반직 공무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법원의 제도적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법원 행정직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사무관이 된다. 사무관은 정부 부처에서 실무적인 업무를 당담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때 ‘사무관 공화국’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역할이 부각됐다.
그러나 법원에서 사무관의 역할은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단순업무에 그친다.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질문에 대한 피고인의 답변을 정리하는 변론조서를 작성하는 게 고작이다.
바로 옆에서 속기사가 모든 내용을 받아 적고 있지만 사무관 역시 그 역할을 반복할 뿐이다. 변론조서 작성이 끝나면 송곳으로 서류의 구멍을 뚫고 노끈으로 묶는 것도 사무관의 몫이다.
재판에서 변론조서를 작성하는 역할은 법규에 ‘사무관 등’ 으로 표기돼 있는데 이는 사무관(5급)과 주사(6급), 주사보(7급)를 통칭하는 말이다. 직급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재판에서 받아쓰기 역할만 = 서울지법 모 부장판사는 이러한 사무관의 역할에 대해 “한마디로 모욕”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생도 할 줄 아는 받아쓰기 역할 이외에 특별한 능력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반직들이 업무에 대한 보람이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8,9급 공무원들 역시 서류 수레를 끌고 판사의 결재를 받으러 다니는 업무를 하고 있다. 시험을 위해 익힌 법률지식은 거의 필요가 없다.
서울지법 공직협 이중한 회장은 “재판에 참여하는 사무관 등의 역할은 재판장을 견제하는 것으로 변론조서를 작성하는 것도 재판장의 임의적인 결정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제도 자체가 변론조서를 재판장에게 결재 받는 시스템이다보니 일반직은 종속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그러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은 허탈감과 자괴감 등으로 상당수가 법원을 떠나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치열한 경쟁 뚫은 엘리트들 = 올해 법원 공무원 9급 일반직에 응시한 인원은 총 3407명이다. 이 중 236명이 합격했다. 약 15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99년 9급 시험에서는 총 응시자4958명 중 합격자가 241명에 불과해 경쟁률이 무려 20대 1을 넘기도 했다.
합격자 커트라인도 상당히 높다. 올해 서울·인천·수원지역 합격자의 커트라인은 91점.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커트라인도 90점을 넘었다. 합격자 평균을 낸다면 거의 95점 이상이라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합격자 커트라인이 93점을 넘을 정도였다.
서울지법의 모 공무원은 “법률조문을 거의 외울 정도로 공부했다”며 “비록 사법시험에 떨어져서 일반직으로 들어왔지만 일반직 공무원들의 법률지식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제도개혁 한계 = 하지만 일반직들의 능력을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일반직 직원들조차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조직을 아직 결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7월말까지 전국법원공무원노동조합을 결성해서 제도개선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것인지가 주목된다.
또한 일반직 중 4급 이상 관리직에 있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목소리를 낼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고위층 일반직에 대한 인사권이 법원행정처장과 대법원장 등 판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반직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준법관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사법보좌관제도의 실행이다. 큰 다툼이 없는 소액사건이나 조정 등에서 판사의 역할을 일반직이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민사재판부에서 일하는 모 사무관은 “일반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법률지식을 살려 일에 대한 보람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행정구조 판사 중심 일색
장·차관급만 123명 일반직은 한 명도 없어
사법부는 철저히 판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사법부의 역할이 재판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재판이 아닌 행정업무에 있어서도 일반직보다는 판사가 주요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가장 쉬운 예가 사법부의 일반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법원행정처는 총무국을 제외하고 실·국장 자리가 모두 판사들이 담당한다. 송무국은 재판업무와 관련이 된 만큼 판사가 국장을 맡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법원의 주요시설들을 짓는 건설국의 국장 자리를 반드시 판사가 맡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사법부의 고위층 구조는 이러한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장관급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장관은 14명이 된다. 법원장과 고등부장 판사는 차관급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전국 법원의 차관급 판사는 총 109명이다. 다른 어느 정부조직보다도 장·차관 수가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일반직의 경우는 다르다. 일반직은 장·차관급이 한 명도 없다. 1급 관리관급 1명이 고작이다. 법원공무원교육원장 자리가 법원 일반공무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자리다. 전국 고등법원(서울지방법원 포함) 사무국장이 2급이고 지방법원 사무국장이 3급 공무원으로 2급과 3급은 총 33명이다.
전국법원의 4급 이상 서기관급 공무원 수는 올해 4월 8일 현재 315명으로 전체 일반직 공무원(9778명)의 2.29%에 불과하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문흥수 부장판사의 사법부 개혁이야기
⑥ 합의제의 허실 - 상
법원의 재판부는 법관 3인으로 구성된 합의부와 단독법관이 재판하는 단독재판부로 나뉜다. 모든 2심 재판은 합의부에서 담당한다. 1심 재판 가운데 사안이 중대한 사건, 즉 민사나 가사 재판은 소송물의 가액이 1억원 이상인 사건, 형사재판은 법정형이 단기 1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게 돼 있는 사건을 합의부에서 처리한다.
합의부에서 재판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재판 결과가 개인의 재산과 신체,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파장 또한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법원은 합의 재판이 명목상으로만 3인 합의재판이지 실질적으로는 합의재판이라고 하기 어렵다. 물론 이말에 얼마든지 법관들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합의를 실질적으로 하느냐, 형식적으로만 하느냐의 문제 또한 법관들이 내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은 형식적으로 합의하지 않는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라 합의부의 현실이 실질적인 합의를 하지 못할 가능성 내지 위험성이 너무나 큰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고등법원의 경우 차관급 재판장과 배석판사의 경력의 차이가 10년 내지는 20년까지 나고 있다. 그리고 배석판사에 대한 근무성적평가를 실질적으로 재판장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명 배석판사를 법원장이 일일이 평가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대등하게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지방법원 합의부의 판결은 실질적으로 지법 부장판사들이 한 것인데, 그 판결의 정당한 여부를 지법 부장판사들보다 경력이 길게는 8년 짧게는 4년 정도나 일천한 고등배석판사들이 심사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삼심제도의 취지에 비춰볼 때 2심은 당연히 1심보다 경륜이 풍부한 법관들이 담당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데도 이것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단독판사가 한 1심 판결에 대해 고등법원에서 2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지방법원의 항소부에서 2심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지방법원의 항소부 구성을 보면, 일부 지방법원의 경우 심지어 초임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초임판사들이 그 배석판사를 맡는 경우도 있다. 상당한 경력의 단독판사들이 한 1심 판결의 당부를 초임 배석판사들이 심사하고 있는 것이다. 2심 재판의 중요성에 비춰 이것은 정말로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재판에서 상고율이 높아지고 대법원의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원인 중의 하나가 특히 2심 재판부의 구성이 취약한데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개혁의 과제 중 법관인사제도의 개혁과 함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명실상부한 합의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고등법원의 중요 재판부부터 대등한 경력의 법관들로 합의부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점차 모든 합의재판부를 대등한 경력의 법관들로 구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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