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삶에 몰두하는 정치를
김광동 나라정책원장 정치평론가
어제는 어린이날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등잔불 밑에서 숙제를 해야 했고 뒷산에 가 나무를 해서 소죽을 끓여야했다. 주위에는 부모가 밭일을 가며 먹으라고 해놓은 밥을 학교에서 먼저 온 동생들이 다 먹었다며 동생을 때리는 친구들을 수도 없이 보며 자랐다. 그리고 1981년 정치외교학을 배우겠다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태국 외교론’이 강의되고 있었다. 당시엔 필리핀으로 유학간 친구들도 꽤 있었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은 분명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내일을 개척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그 과거는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기 십상이다. 그것이 역사다. 대부분의 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보여진 현상이 우리에게만 예외일 수는 없다. 그 나라에도 수많은 지성이 있었고 정치지도자와 과학자도 있었지만 현실이 그렇게 흘러갔듯이 우리에게도 잘못된 방향이 대세로 형성되고 나면 모든 것은 이미 늦어진다. 뒤늦게 방향을 틀어보려는 것은 거대한 홍수에 묻힌 작은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근대민주주의는 정치지도자에게 오직 국민 후생(厚生)에 전념하도록 경쟁시키고 정기적으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다. 권력의 소유권은 국민에게만 있고 권력자는 오직 그것을 빌려 쓸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정치지도자가 국민을 명분삼아 자기 권력과 주변세력의 후생만을 몰두하는 사회는 지도자 자신도 실패하고 나라도 실패한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준 교훈이다.
신당 다툼, 당권경쟁에 여념 없는 정치권
우리는 ‘정의(正義) 사회’와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도 살아보았고 ‘신한국 건설’과 ‘제2의 건국’과정도 지켜보았다. 새 시대를 위해서 반드시 탄생해야 한다던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그리고 새천년 민주당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다 쓸데없는 일이란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 이들 정당의 특징은 하나같이 당위적 필요가 아니라 대통령이 권력의 힘으로 만든 정당이다. 이제 또 다시 논의되는 신당은 무슨 명분으로, 무슨 이름으로 태어날지 궁금할 뿐이다.
그렇게도 국민의 마음을 모르는가. 국민의 간절한 관심은 온통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잘돼 월급 받아 저축 많이 하고, 장사가 잘돼 폐업 걱정 안 해도 되고, 애들 교육 잘 시킬 수 있으면 하는 것인데 웬 새 나라 건설이며, 웬 새 당 창당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국민 소득이 늘어나고 어떻게 장사가 잘되고, 또 어떻게 애들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연결하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의 후생 때문인지 권력의 자기 후생 때문인지 이제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남의 권력을 빼앗는다고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권력은 오직 국민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힘쓰는 자에게 하루 햇볕처럼 잠시 주어지는 신기루(蜃氣樓)일 뿐이다.
국가이익과 국민후생에 기여하는 사람과 집단에게는 아무리 싫다 해도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권력이다. 마치 기업운영을 잘하는 사람에게 돈가진 사람들이 서로 꿔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권력을 더 장악하고 더 확고히 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철부지 같은 생각일 뿐이다.
어느 나라나 국민적 에너지는 무한한 것이 아니며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 한정된 국민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국운이 좌우되게 된다.
권력경쟁 지양, 경제침체 북핵위기 해결해야
1997년 내내 박찬호의 승수와 승률을 줄줄 외고 신한국당내 ‘구룡’의 승천과 하강을 재미있어 하던 우리 국민은 그 해 말부터는 IMF와 깡드쉬를 혹독하게 공부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국민적 역량이 어디에 집중되도록 할 것이냐는 상당부분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몫이고 책임이기도 하다.
경제침체 안보위기 국론분열 등 우리가 맞이한 문제는 국민 모두의 하나같이 참여하고 지혜를 모아도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권력타령을 이제 거두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도록 하는 경쟁에 나서길 바란다. 그래서 더 이상 우리에게 주어진 국가적 역량과 국민적 관심이 쓸데없는 데 허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만이 등잔불 밑에서 연필에 침을 칠해가며 공부했던 우리 세대가 식민지시대와 전쟁이라는 참혹함을 딛고 일어선 자랑스런 선배세대나 우리 아들, 딸 세대로부터 욕먹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원장, 정치평론가
김광동 나라정책원장 정치평론가
어제는 어린이날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등잔불 밑에서 숙제를 해야 했고 뒷산에 가 나무를 해서 소죽을 끓여야했다. 주위에는 부모가 밭일을 가며 먹으라고 해놓은 밥을 학교에서 먼저 온 동생들이 다 먹었다며 동생을 때리는 친구들을 수도 없이 보며 자랐다. 그리고 1981년 정치외교학을 배우겠다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태국 외교론’이 강의되고 있었다. 당시엔 필리핀으로 유학간 친구들도 꽤 있었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은 분명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내일을 개척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그 과거는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기 십상이다. 그것이 역사다. 대부분의 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보여진 현상이 우리에게만 예외일 수는 없다. 그 나라에도 수많은 지성이 있었고 정치지도자와 과학자도 있었지만 현실이 그렇게 흘러갔듯이 우리에게도 잘못된 방향이 대세로 형성되고 나면 모든 것은 이미 늦어진다. 뒤늦게 방향을 틀어보려는 것은 거대한 홍수에 묻힌 작은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근대민주주의는 정치지도자에게 오직 국민 후생(厚生)에 전념하도록 경쟁시키고 정기적으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다. 권력의 소유권은 국민에게만 있고 권력자는 오직 그것을 빌려 쓸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정치지도자가 국민을 명분삼아 자기 권력과 주변세력의 후생만을 몰두하는 사회는 지도자 자신도 실패하고 나라도 실패한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준 교훈이다.
신당 다툼, 당권경쟁에 여념 없는 정치권
우리는 ‘정의(正義) 사회’와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도 살아보았고 ‘신한국 건설’과 ‘제2의 건국’과정도 지켜보았다. 새 시대를 위해서 반드시 탄생해야 한다던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그리고 새천년 민주당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다 쓸데없는 일이란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 이들 정당의 특징은 하나같이 당위적 필요가 아니라 대통령이 권력의 힘으로 만든 정당이다. 이제 또 다시 논의되는 신당은 무슨 명분으로, 무슨 이름으로 태어날지 궁금할 뿐이다.
그렇게도 국민의 마음을 모르는가. 국민의 간절한 관심은 온통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잘돼 월급 받아 저축 많이 하고, 장사가 잘돼 폐업 걱정 안 해도 되고, 애들 교육 잘 시킬 수 있으면 하는 것인데 웬 새 나라 건설이며, 웬 새 당 창당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국민 소득이 늘어나고 어떻게 장사가 잘되고, 또 어떻게 애들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연결하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의 후생 때문인지 권력의 자기 후생 때문인지 이제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남의 권력을 빼앗는다고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권력은 오직 국민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힘쓰는 자에게 하루 햇볕처럼 잠시 주어지는 신기루(蜃氣樓)일 뿐이다.
국가이익과 국민후생에 기여하는 사람과 집단에게는 아무리 싫다 해도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권력이다. 마치 기업운영을 잘하는 사람에게 돈가진 사람들이 서로 꿔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권력을 더 장악하고 더 확고히 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철부지 같은 생각일 뿐이다.
어느 나라나 국민적 에너지는 무한한 것이 아니며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 한정된 국민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국운이 좌우되게 된다.
권력경쟁 지양, 경제침체 북핵위기 해결해야
1997년 내내 박찬호의 승수와 승률을 줄줄 외고 신한국당내 ‘구룡’의 승천과 하강을 재미있어 하던 우리 국민은 그 해 말부터는 IMF와 깡드쉬를 혹독하게 공부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국민적 역량이 어디에 집중되도록 할 것이냐는 상당부분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몫이고 책임이기도 하다.
경제침체 안보위기 국론분열 등 우리가 맞이한 문제는 국민 모두의 하나같이 참여하고 지혜를 모아도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권력타령을 이제 거두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도록 하는 경쟁에 나서길 바란다. 그래서 더 이상 우리에게 주어진 국가적 역량과 국민적 관심이 쓸데없는 데 허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만이 등잔불 밑에서 연필에 침을 칠해가며 공부했던 우리 세대가 식민지시대와 전쟁이라는 참혹함을 딛고 일어선 자랑스런 선배세대나 우리 아들, 딸 세대로부터 욕먹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원장,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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