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내수에 수출마저…

“수출 지탱할 것” 정부 예상 완전히 빗나가

지역내일 2003-05-28
현재 우리경제는 기업 설비투자· 내수 위축, 수출 급감으로 인한 ‘비자발적 재고누적’ 상태에 빠져 있다. 투자와 내수침체는 올초부터 진행됐지만 수출감소는 정부당국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동안 정책 당국자들은 내수와 투자가 부진하지만 수출이 경기를 떠받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추경 편성을 통해 내수경기를 부양하면 올해 설정한 성장률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수출, 특히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부진이 하반기 이후 계속되면 정부정책의 전면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장동력인 수출 급감=올들어 기업의 설비투자와 내수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수출에서 20% 높은 성장을 유지, 그나마 1분기 경제성장률 3.7%를 달성했다. 하지만 4월 이후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품폭의 수출이 급감하자 경제의 성장동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의 경우 3월 수출은 최대 수출지역인 서유럽 및 미국의 물량증가로 전월대비 10% 증가한 13만5000대를 판매했지만 4월 들어 한자리수 증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재고는 3월에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중 반도체 수출은 13억1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0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삼선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이라크 전 이후에도 세계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사스확산 등으로 인해 주력품목인 자동차 반도체마저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2분기에 3%대 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 전무는 “달러화 약세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주력품목의 ‘비자발적 재고’가 늘어나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수출이 경쟁력을 상실하면 우리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소장은 “파업여파와 사스영향이 5~6월 수치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수부진이 계속되고 수출마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2분기 3% 성장률 달성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정 전무가 언급한 비자발적 재고는 연초부터 진행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출하가 생산 증가에 미치지 못해 재고가 11.4%나 증가했다. 대우증권은 26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국내경기가 ‘의도하지 않은 재고 누적단계’에 진입했다”며 “따라서 국내경기는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우증권은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세도 점차 둔화돼 기업들이 재고조정(생산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다만 재고수준이 아직은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급격한 생산위축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기업투자 심리=내수와 수출이 침체되더라도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지 않으면 그나마 경제성장을 이끌 동력구실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한겨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업의 현금예금 비중은 46조6000억원으로 총자산대비 현금예금 비중이 8.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현금예금 비중은 97년에 6.4%, 98년 6.5%, 99년 5.3%, 2000년 5.9%, 2001년 6.0%였다. 다시 말해 현재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은 IMF보다 더 심하는 얘기다.
한은 경제통계국 김태석 차장은 “기업들이 투자는 가급적 자제하고 현금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며 “올들어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내수에 이어 수출마저 둔화되면 경제에 미칠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며 “기대할 곳은 기업들의 투자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중 20조원 정도만 투자되면 ‘과잉투자’ 우려 없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심리를 회복시킬만한 대책도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투자 왜 안하나=민간전문가들은 대부분 기업의 투자심리가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와 함께 국내 정치·경제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험을 할 기업은 없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전경련 등 재계는 최근 벌어진 파업사태에서 보듯, 정부의 정책조정 능력 부재가 계속되는 한 기업들은 주머니를 더욱 잠글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경연 허찬국 소장은 “기업투자 심리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는 차라리 실업자 구제 등 사회안전망 확보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최근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등에서 뚜렷한 방향을 집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출범초기부터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었다”고 전제하고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 카드채 문제 SK글로벌 사태, 북한핵 문제 등은 대부분 지난 정권에서 이월된 일이었다”며 정부대책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참여정부 불신의 실체가 궁금하다”며 “정부에 대한 기업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우리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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