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배우는 ‘허브’의 조건

위기를 기회로 … 개방적·능동적 변화 필요

지역내일 2003-03-11 (수정 2003-03-12 오후 2:43:47)
싱가포르 래플시티에는 수직으로 뻗은 고층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밤마다 아름다운 도시 야경을 연출하기도 하는 이곳이 바로 싱가포르의 금융중심가. 전세계로부터 700여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 금융허브의 중심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가 동남아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근 동남아 지역과 서구 유럽을 있는 요충지로서 무역중심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교역이 활발하다보니 금융시장도 발달했고, 자연스레 각국의 금융기관들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됐다.
이처럼 무역허브에서 금융허브로 변화했던 싱가포르가 최근 들어서는 IT와 서비스 허브로의 변모를 모색하고 있다.

◇버려진 땅에서 동남아허브국가로=200년전만해도 작은 밀림섬에 불과했던 싱가포르가 동남아 허브국가로 자리잡은 것은 지난 65년 말레이지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20~30년만의 일이다.
‘신으로부터도, 조상으로부터도 받은 것이 하나없는 나라’였던 싱가포르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방경제를 추구했다. 지금도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와 술, 담배, 석유류를 제외한 전 품목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이같은 개방정책과 지리적 조건이 더해져 싱가포르 항구는 1년에 16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처리하는 세계 제1위의 무역항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 기업과 투자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현재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0%에 불과할 정도다. 그렇다보니 외국인투자가 전체 국내투자의 70%를 넘고 있다.
금융업만 놓고보면 세계 4위 규모의 외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외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선물시장 등이 발달한 금융선진국이기도 하다.
이밖에 60개국 이상의 항공사가 주 3100회 이상의 정기운항을 통해 150여개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한달전 통고만하면 해고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춘 나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하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통하는 것도 이같은 조건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통하는 또다른 이유는 개방적인 사회문화 때문이다.
김성중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은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국인들이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고 생활하고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영어 사용과 서구화된 유연한 사고 등 개방적인 사회문화적 인프라를 잘 갖추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허브 위상=하지만 이같은 조건을 겸비한 싱가포르도 최근 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IMF 외환위기 이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 등 인근 주변국들의 경제상황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미-이라크전 등으로 세계경제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로서는 주변국과 대외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지난 2001년 지난 2001년 -2.4% 성장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2.2%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싱가포르의 중심산업인 금융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이 퇴보해 체감경기는 마이너스였다는 게 현지인들의 얘기다.
게다가 항만청, 주택공사 등 정부소유 대형공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실업이 5%대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당분간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진정한 위기의식은 일시적인 경제침체보다 허브국가로서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제조업과 물류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인근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에 에 위협을 받고 있고, 중국시장이 부상하면서 허브국가로서의 상대적인 이점을 상실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외국기업들이 들어오기만했던 싱가포르에서 철수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인 BCI가 대표적 사례다. 이 은행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철수, 홍콩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새로운 변신 모색=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지난 2001년말부터 이현룡 부총리 겸 재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제정책검토위원회(ERC)’를 구성하고 각 분야별 전문가 1000여명이 참여해 15년 장기발전계획을 만들었다.
15년 뒤에는 아시아의 허브에서 세계의 허브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게 장기발전안의 핵심 목표.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미국, EU 등 경제선진국은 물론 인도와 중국 등 동북아지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고 세율을 인하하는한편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활동의 유인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전자, 화학, 생의학, 공학 등 경쟁력 있는 산업 및 나노기술과 광산업 등 유망 IT산업 육성을 과제로 삼았다.
싱가포르는 이와함께 인재육성에도 적극 나서, 해외 우수 교육기관 유치 등을 통해 교육서비스 강화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같은 방안들을 통해 결국 허브로서의 영향범위를 지역적으로 또 내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싱가포르가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의식이야말로 싱가포르를 허브국가로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내외경제정책연구원의 이창재 연구위원은 “싱가포르가 주변국과 달리 허브구축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위기의식 때문”이라며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싱가포르는 무역허브에서 제조허브로, 또 금융허브로의 변신하며 동남아 허브국가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어 “싱가포르가 장기간에 걸쳐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발전안을 만든 것처럼 우리 정부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허브발전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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