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노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딜레마(임재경 2003.03.27)

지역내일 2003-03-26 (수정 2003-03-27 오전 10:43:53)
노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딜레마
임재경 언론인



조금 과장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지는 한 2년 정도 지난 것 같고,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지가 몇 달은 좋이 된 것 같다. 새 대통령의 취임은 어저께로 꼭 한 달, 이라크전쟁은 1주일째다. 우리 안팎의 정세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다볼 수 없을 만치 급변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러한 착각의 핵심 주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인데, 노무현 정부가 화성(和聲)의 기본 룰을 무시한 채 주제에 의한 변주(變奏)를 시도한 결과다.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대소 십여 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 그 정당성의 근거로 삼았던 유엔의 결의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침공을 강행한 것이 이번 제2차 이라크전쟁인 터에 오로지 유권자 저변의 지지와 격려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역경을 뚫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노무현씨가 국민 80%가 반대하는 이 전쟁에 군대(공병)를 보내겠다고 하였으니 세상은 결국 그렇고 그런 것이 구나 하는 실망과 속은 것 같은 배신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당연하다.
출신 조건, 성장 환경, 정치적 역정이 너무나 다른 한국의 대통령 노무현과 미국의 대통령 부시가 전 지구 인민이 반대하는 이라크 전쟁에 한 동아리로 빨려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한국의 노무현 지지층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도 하려니와 도무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국민 80% 이라크전 반대, 왜 파병 강행하나
하지만 단일화한 세계 시장체제의 중심부와 주변부가 서로 따로 놀기가 힘들어진 오늘에 이르러서는 국가 정상에 오른 정치인 노무현씨가 어차피 한차례 큰 시험대에 올라야 할 시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왔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말하여 그의 억센 <행운 시리즈="">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겠다.
“초년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든지, “매는 먼저 맞는 편이 낫다”라는 속담대로 취임 한 달 안에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호된 매를 맞은 것은 앞날의 임기 4년 11개월을 더 값지게 할 체험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지지 성명과 파병안이 어떤 연유로 그렇게 서둘러 내려질 수 있었는지는 크나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설, 증권시장의 미국 자본철수설, 미국 신용평가 기관(무디스 등)의 한국 등급 하향 조정설 등을 골자로 하는 일련의 미국 압력이 이라크 전쟁지지와 파병계획을 재촉한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공지의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미국 쪽의 압력이 어떤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가해지느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가 짐작하는 대로 냉전시대에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세대가 아닐뿐더러 군사독재 하에서 미국의 비호를 받고 위기를 모면했던 것 같은 부담도 갖고 있지 않다.
미국 정부 동향이나 반응에는 차라리 둔감한 측면이 오히려 강점으로 꼽히는 정치가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그의 보좌진이 위기감을 간접화법으로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밖에 없다. 내각의 중요 위치와 청와대 안보 보좌역을 미국의 의도에 민감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평화 번영="">이란 취임사의 키워드는 이들에게 새 대통령이 으레껏 해보는 허식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동북아의 평화를 주장하며 어떻게 동북아를 침략하지 않은 이라크 침공을 지지해야한다는 발상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 보좌관의 한 사람이 이라크 전쟁을 ‘정의의 전쟁’ 운운했다는 보도는 귀를 의심할 정도다.

‘파병 불가피’ 이해 하지만 ‘반전’이 국익이다
북핵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반도에 전쟁 재발 방지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명분 하에서도 대량 학살무기를 동원하는 전쟁에도 반대한다는 결연한 의지와 논리를 남한은 북한에 대하여 명백히 해야 할 상황이다.
다음은 이른바 국익 논의다. 국익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장사 속인데 이라크 전쟁이 속전속결로 한두 달 안에 끝나면 중동건설 붐 같은 이라크 부흥 특수(特需)를 염두에 두고 파병한다는 계산이다.
속전속결은커녕 개전 1주일의 전황은 펜타곤이 허둥댈 정도로 예상을 빗나가고 있으며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제2의 베트남 전쟁 양상을 띠고 있기까지 하다. 이 점을 유의한다면 개전 1주의 이라크 전쟁이 몇 달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 까닭을 독자들은 이해하리라 믿는다. 설사 한두 달 안에 전쟁이 끝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수많은 이라크 인민이 각기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잃거나 신체가 불구가 된 전쟁터에서 돈벌이를 하겠다고 덤빌 만큼 우리나라가 저열한가를 우리는 되돌아 보아야 한다.


임재경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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