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정체 넘어 교통대란 전망(사진1개, 표2개 있음)
기존 신세계·현대 이어 세번째 입점 … 퇴근길·주말 교통난 불보듯/서울 곳곳 백화점 교통정체 심각 … 교통유발부담금 정책 효과 전무
지역내일
2003-06-03
(수정 2003-06-03 오전 6:01:24)
서울의 주요 상습정체지역으로 꼽히는 미아삼거리역 도봉로에 이르면 7월 초 롯데백화점 건축공사가 시작돼 최악의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도봉로(표1참조)는 서울 도심과 동북부지역, 나아가 경기도를 잇는 유일한 도로로 출퇴근시간이나 주말이면 밀려드는 차량에 몸살을 앓는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미아삼거리역 주변을 일반주거지역에서 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 롯데백화점 부지 8408㎡에 대한 세부개발계획을 결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강북구는 교통영향평가가 나오는 이달 내로 건축허가를 내줄 계획으로, 롯데측은 최고 높이 50m, 용적률 400% 규모의 백화점을 지을 수 있다.
미아삼거리역을 중심으로 세번째 백화점이 들어설 것이 확정되지 인근 시민들은 “교통대란이 불을 보듯 훤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 “백화점을 뭐하러 또 짓는지…” = 2일 오후 5시경부터 미아삼거리역 주변은 퇴근길 교통정체를 서서히 예고하고 있었다. 미아삼거리(고가)에서 내려오는 차량들이 삼양입구사거리쪽으로 점차 느리게 진행하더니 6시가 넘어선 이후에는 롯데백화점 부지 옆 한마음웨딩홀 앞까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섰다.
미아삼거리역 1번출구에서 3년째 좌판을 펼치고 있는 김영훈(54·강북구 번2동)씨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온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정말 들어오기는 오는 거냐”물은 뒤 “저쪽 고가쪽에 백화점이 이미 두개나 있는데 뭣하러 백화점을 또 짓는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김씨는 이어 “퇴근무렵이나 주말에 길게 늘어선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 때문에 숨을 못쉴 지경”이라며 “인제 이짓도 그만 때려쳐야 할 때가 됐나보다”고 말했다.
성베드로병원 맞은편에서 영창피아노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모(44)씨는 “롯데백화점 공사가 시작되는 데다 내년초 중앙차로제까지 시행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씨는 “왕복7차선에 불과한 이 도로에 3차선을 먹고들어가는 버스차로가 생기고 또 공사차량이 집단으로 왔다갔다 하면 자가용 운전자는 아예 차를 끌고 나오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백화점들의 일제 정기세일기간이라는 지적이다. 영창피아노 옆 이화공구볼트 상사 점원인 이모(29)씨는 “현대와 신세계가 정기세일을 한 지난 4월초 주말에는 여기서부터 수유리까지 옴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며 “롯데백화점까지 들어설 경우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숭인파출소 한 경찰관은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교통량을 줄일 수 없는 버스와 택시로 인한 정체가 많다”며 “백화점 세곳의 세일기간이 시작된다면 기존 대중교통에다 백화점 나홀로 차량이 급증해 한마디로 이곳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 세일기간 서울 곳곳 몸살 = 봄·가을 백화점들의 대규모 정기세일이 시작되면 서울 곳곳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대표적인 곳이 잠실역 사거리.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가 있는 이곳은 세일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주말에도 백화점 방문차량으로 인해 잠실대교 남단과 올림픽대로 잠실IC, 송파대로 등 반경 200m 주변이 밀려드는 차량으로 꽉 막힌다.
강동구 고덕동에서 잠실운동장을 운행하는 569번 서울승합 운전사 김모(55)씨는 “토요일 오후면 천호사거리 현대백화점에서 한차례 밀리고 잠실역부터 신천역까지 또 한차례 굼벵이 운행을 되풀이 하고 있다”며 “내가 다니는 곳은 상대적으로 도로폭이 넓은 편인데도 매주 거르지 않고 되풀이되는 교통정체에 이제는 아예 이골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 역 주변도 악명이 높기는 마찬가지. 이곳은 롯데와 신세계, 경방필 등이 몰려 있어 세일기간이 시작되면 경인로와 양평로, 영등포로 등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4월 북핵위기와 경기냉각으로 백화점의 매출이 IMF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주말 대형백화점으로 몰려드는 쇼핑차량은 여전했다.
양천구 목동 1단지에 사는 유모(44) 주부는 “백화점 내에 방문객 수는 다소 준 듯 보였지만 나홀로 차량을 끌고 나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아 교통체증은 다른 세일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며 “일정액 이상의 물품만 구입하면 무료주차를 허용하는 백화점의 상술도 나홀로 자가용의 이용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교통정체를 일으키는 백화점 등 건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담케 하고 5부제와 10부제 등을 실시해 차량 이용을 억제하는 곳은 부담금을 줄여주고 있지만 별 다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지난해 부과된 교통유발부담금을 경감받은 백화점은 없었기 때문이다.
◇ 교통유발부담금 효과 전무 = 서울시는 지난달 중순 백화점 등 교통정체를 일으키는 건물에 대해 최대 2배까지 교통유발부담금을 올리는 대신 교통량 감축에 나서는 업체는 경감폭을 늘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교통유발부담금을 더 내는 것이 쇼핑객들의 자가용 이용을 막는 것보다 이익이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들로서는 고객의 편의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가지고 오지 말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며 “부담금이 상상 이상의 대폭으로 오르지 않는 이상 손님이 몰고 오는 차량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백화점은 직영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유발부담금을 입점 업체에 전가하고 있어 제도에 따른 효과를 못 보고 있다”며 “그렇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교통량 감축에 동참해달라’고 업체들을 설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교통유발시설을 허용해 놓고 부담금 등을 물려 교통수요를 줄이려는 정책은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원대 도시계획과 이창수 교수는 “교통유발부담금제도는 그 취지가 퇴색해 사후약방문 격에 지나지 않는다”며 “도로 등 기존의 기반시설이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 어떤 상업시설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사진 제목 : 도봉로1,2,3. 사진 캡션 : 차량들이 미아고가에서 삼양입구사거리쪽으로 늘어서 있다. 롯데백화점은 차량 행렬 오른편에 들어설 예정이다.
**************표 제목 : 표 1 = 롯데백화점 부지, 표 2 = 교통혼잡지역에 들어선 주요 대형백화점
이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도봉로(표1참조)는 서울 도심과 동북부지역, 나아가 경기도를 잇는 유일한 도로로 출퇴근시간이나 주말이면 밀려드는 차량에 몸살을 앓는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미아삼거리역 주변을 일반주거지역에서 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 롯데백화점 부지 8408㎡에 대한 세부개발계획을 결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강북구는 교통영향평가가 나오는 이달 내로 건축허가를 내줄 계획으로, 롯데측은 최고 높이 50m, 용적률 400% 규모의 백화점을 지을 수 있다.
미아삼거리역을 중심으로 세번째 백화점이 들어설 것이 확정되지 인근 시민들은 “교통대란이 불을 보듯 훤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 “백화점을 뭐하러 또 짓는지…” = 2일 오후 5시경부터 미아삼거리역 주변은 퇴근길 교통정체를 서서히 예고하고 있었다. 미아삼거리(고가)에서 내려오는 차량들이 삼양입구사거리쪽으로 점차 느리게 진행하더니 6시가 넘어선 이후에는 롯데백화점 부지 옆 한마음웨딩홀 앞까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섰다.
미아삼거리역 1번출구에서 3년째 좌판을 펼치고 있는 김영훈(54·강북구 번2동)씨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온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정말 들어오기는 오는 거냐”물은 뒤 “저쪽 고가쪽에 백화점이 이미 두개나 있는데 뭣하러 백화점을 또 짓는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김씨는 이어 “퇴근무렵이나 주말에 길게 늘어선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 때문에 숨을 못쉴 지경”이라며 “인제 이짓도 그만 때려쳐야 할 때가 됐나보다”고 말했다.
성베드로병원 맞은편에서 영창피아노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모(44)씨는 “롯데백화점 공사가 시작되는 데다 내년초 중앙차로제까지 시행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씨는 “왕복7차선에 불과한 이 도로에 3차선을 먹고들어가는 버스차로가 생기고 또 공사차량이 집단으로 왔다갔다 하면 자가용 운전자는 아예 차를 끌고 나오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백화점들의 일제 정기세일기간이라는 지적이다. 영창피아노 옆 이화공구볼트 상사 점원인 이모(29)씨는 “현대와 신세계가 정기세일을 한 지난 4월초 주말에는 여기서부터 수유리까지 옴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며 “롯데백화점까지 들어설 경우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숭인파출소 한 경찰관은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교통량을 줄일 수 없는 버스와 택시로 인한 정체가 많다”며 “백화점 세곳의 세일기간이 시작된다면 기존 대중교통에다 백화점 나홀로 차량이 급증해 한마디로 이곳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 세일기간 서울 곳곳 몸살 = 봄·가을 백화점들의 대규모 정기세일이 시작되면 서울 곳곳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대표적인 곳이 잠실역 사거리.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가 있는 이곳은 세일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주말에도 백화점 방문차량으로 인해 잠실대교 남단과 올림픽대로 잠실IC, 송파대로 등 반경 200m 주변이 밀려드는 차량으로 꽉 막힌다.
강동구 고덕동에서 잠실운동장을 운행하는 569번 서울승합 운전사 김모(55)씨는 “토요일 오후면 천호사거리 현대백화점에서 한차례 밀리고 잠실역부터 신천역까지 또 한차례 굼벵이 운행을 되풀이 하고 있다”며 “내가 다니는 곳은 상대적으로 도로폭이 넓은 편인데도 매주 거르지 않고 되풀이되는 교통정체에 이제는 아예 이골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 역 주변도 악명이 높기는 마찬가지. 이곳은 롯데와 신세계, 경방필 등이 몰려 있어 세일기간이 시작되면 경인로와 양평로, 영등포로 등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4월 북핵위기와 경기냉각으로 백화점의 매출이 IMF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주말 대형백화점으로 몰려드는 쇼핑차량은 여전했다.
양천구 목동 1단지에 사는 유모(44) 주부는 “백화점 내에 방문객 수는 다소 준 듯 보였지만 나홀로 차량을 끌고 나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아 교통체증은 다른 세일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며 “일정액 이상의 물품만 구입하면 무료주차를 허용하는 백화점의 상술도 나홀로 자가용의 이용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교통정체를 일으키는 백화점 등 건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담케 하고 5부제와 10부제 등을 실시해 차량 이용을 억제하는 곳은 부담금을 줄여주고 있지만 별 다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지난해 부과된 교통유발부담금을 경감받은 백화점은 없었기 때문이다.
◇ 교통유발부담금 효과 전무 = 서울시는 지난달 중순 백화점 등 교통정체를 일으키는 건물에 대해 최대 2배까지 교통유발부담금을 올리는 대신 교통량 감축에 나서는 업체는 경감폭을 늘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교통유발부담금을 더 내는 것이 쇼핑객들의 자가용 이용을 막는 것보다 이익이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들로서는 고객의 편의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가지고 오지 말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며 “부담금이 상상 이상의 대폭으로 오르지 않는 이상 손님이 몰고 오는 차량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백화점은 직영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유발부담금을 입점 업체에 전가하고 있어 제도에 따른 효과를 못 보고 있다”며 “그렇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교통량 감축에 동참해달라’고 업체들을 설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교통유발시설을 허용해 놓고 부담금 등을 물려 교통수요를 줄이려는 정책은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원대 도시계획과 이창수 교수는 “교통유발부담금제도는 그 취지가 퇴색해 사후약방문 격에 지나지 않는다”며 “도로 등 기존의 기반시설이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 어떤 상업시설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사진 제목 : 도봉로1,2,3. 사진 캡션 : 차량들이 미아고가에서 삼양입구사거리쪽으로 늘어서 있다. 롯데백화점은 차량 행렬 오른편에 들어설 예정이다.
**************표 제목 : 표 1 = 롯데백화점 부지, 표 2 = 교통혼잡지역에 들어선 주요 대형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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