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위기 몸통이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정부가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되어버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10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전혀 불투명하고 정책결정 시스템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또 노사정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의 3대 악재는 경제적 불투명성과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기업투자와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성장력 약화를 야기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새로 구성된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모임에서 원로경제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총리 중심의 경제기획조정 시스템 복원과 노사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단안’을 통해 경제문제를 풀어갈 것을 주문했다. 현재의 경제정책 혼란을 척결하고 투자 분위기를 안정시키려면 이것은 결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각 정책기관들 간의 조정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이다. 현재의 상황은 시간이 가면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부총리에게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정책 불투명, 시스템 표류, 노사정 악화가 3대 악재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의 전반적 틀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특히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정운영의 개혁은 새 시스템이 정착될 때까지 상당한 혼란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정책 혼란에는 한층 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새 정부의 ‘경제이념과 비전’에 대한 의문이다. 이 문제는 경제개혁이라는 슬로건이나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개혁을 하되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또 성장과 분배를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균형시켜 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 교수의 충고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의 기적을 지속해 가려면”이라는 비즈니스위크 기고에서 “한국이 시장경제에서 멀어지면서 성장을 지체시키는 유럽형 정책을 지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한국이 지난날의 성취에 근접하고자 하면 정책과 제도를 한층 더 개선해야만 한다”면서 교육의 혁신과 함께 “정부의 규제정책이 기업생산성과 투자를 질식시키는 재벌 성토로 흐르지 않고 투명성을 촉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배로 교수의 이러한 지적을 통해 우리는 DJ정부 하에서의 경제개혁이 우리경제를 얼마나 건전하고 만들고 또 성장력을 강화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DJ정부의 경제개혁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을 다짐해 왔고 재정경제부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에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재벌개혁의 기본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형 복지 유혹 버리고 세계화 경제전쟁 직시해야
그렇다면 배로 교수는 어째서 현 정부의 경제개혁이 기업 생산성과 투자를 질식시키는 재벌 성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가. 그것은 정부가 미래의 경제적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재벌그룹들을 죄악시하며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대기업들의 압력단체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투자부진의 상당 부분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규제에 있으며, 노사문제가 투자부진의 최대 원인”이라는 전경련 간부들의 주장을 무작정 재벌옹호자들의 엄살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 정부에 장기적인 국가 비전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출자총액규제로 인해 신규사업 투자를 하지 못하거나 외국인투자 기업과 국내기업을 역차별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즉각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는 탈이념의 경제전쟁을 의미한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념의 속박에서 벗어나 최대한 경쟁력 있는 정책의 추구가 필수적이다. 소득분배 불평등과 대기업 편중 산업구조, 지역적 불균형 발전의 시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세계화 경쟁에서 우리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게 하는 것은 경제전쟁의 패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정부가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되어버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10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전혀 불투명하고 정책결정 시스템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또 노사정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의 3대 악재는 경제적 불투명성과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기업투자와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성장력 약화를 야기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새로 구성된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모임에서 원로경제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총리 중심의 경제기획조정 시스템 복원과 노사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단안’을 통해 경제문제를 풀어갈 것을 주문했다. 현재의 경제정책 혼란을 척결하고 투자 분위기를 안정시키려면 이것은 결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각 정책기관들 간의 조정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이다. 현재의 상황은 시간이 가면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부총리에게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정책 불투명, 시스템 표류, 노사정 악화가 3대 악재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의 전반적 틀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특히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정운영의 개혁은 새 시스템이 정착될 때까지 상당한 혼란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정책 혼란에는 한층 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새 정부의 ‘경제이념과 비전’에 대한 의문이다. 이 문제는 경제개혁이라는 슬로건이나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개혁을 하되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또 성장과 분배를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균형시켜 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 교수의 충고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의 기적을 지속해 가려면”이라는 비즈니스위크 기고에서 “한국이 시장경제에서 멀어지면서 성장을 지체시키는 유럽형 정책을 지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한국이 지난날의 성취에 근접하고자 하면 정책과 제도를 한층 더 개선해야만 한다”면서 교육의 혁신과 함께 “정부의 규제정책이 기업생산성과 투자를 질식시키는 재벌 성토로 흐르지 않고 투명성을 촉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배로 교수의 이러한 지적을 통해 우리는 DJ정부 하에서의 경제개혁이 우리경제를 얼마나 건전하고 만들고 또 성장력을 강화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DJ정부의 경제개혁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을 다짐해 왔고 재정경제부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보고에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재벌개혁의 기본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형 복지 유혹 버리고 세계화 경제전쟁 직시해야
그렇다면 배로 교수는 어째서 현 정부의 경제개혁이 기업 생산성과 투자를 질식시키는 재벌 성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가. 그것은 정부가 미래의 경제적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재벌그룹들을 죄악시하며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대기업들의 압력단체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투자부진의 상당 부분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규제에 있으며, 노사문제가 투자부진의 최대 원인”이라는 전경련 간부들의 주장을 무작정 재벌옹호자들의 엄살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 정부에 장기적인 국가 비전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출자총액규제로 인해 신규사업 투자를 하지 못하거나 외국인투자 기업과 국내기업을 역차별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즉각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는 탈이념의 경제전쟁을 의미한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념의 속박에서 벗어나 최대한 경쟁력 있는 정책의 추구가 필수적이다. 소득분배 불평등과 대기업 편중 산업구조, 지역적 불균형 발전의 시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세계화 경쟁에서 우리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게 하는 것은 경제전쟁의 패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