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판사 업무 중 경미한 사안을 법원 일반직원에게 위임하는 사법보좌관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검찰일반직에게 검사 직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검사직무대리제나 부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검찰 안팎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검사직무대리제란 변호사 자격이 없는 검찰서기관이나 검찰사무관이 검사를 대신해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를 조사하는 등 검사의 직무를 대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부검사제도 명칭과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크게 다르지 않다.
직무대리나 부검사가 경미한 사건 처리를 맡음으로써 검사의 업무 부담을 덜고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처리 능력을 높이자는 것으로 미국 일본 등 상당수 법률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전국 단위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2001년 9월 두 개 지청에서 시범실시를 시작한 지 2년이 되도록 몇 개 지청으로 확대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6월 현재 서울지검 남부지청과 수원지검 성남지청, 인천지검 부천지청, 서울지검 서부지청 등에서 시범 실시중이며 오는 7월1일부터는 부산지검 부산동부지청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도 직무대리제가 시행된다.
◆“사건처리이원화 필요”= 최근 검찰내부 통신망(e-pros)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검찰구성원 사이의 논쟁이 뜨겁다.
검사직무대리제도의 조속한 확대 실시를 주장하는 쪽과 시기상조론을 내세워 시범실시를 좀 더 유지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토론이 활발하다.
대구지검 ㅂ계장은 “검찰의 고비용 저효율 사건처리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부검사제도 도입 및 검사직무대리제도 확대 실시를 통해 검사와 검찰일반직이 사건처리를 중죄와 경죄로 분리해 처리하는 사건처리이원화로 바꿈으로써 국민들에게 양질의 사법서비스가 제공되고 사법정의도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검 ㅈ계장도 “대법원이 최근 사법보좌관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입법안을 제출했다”며 “검찰도 시급히 부검사나 검사직무대리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법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한명관 기획과장은 “이미 여러차례 전국 시행을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전국시행의 필요성에 공감하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경찰의 검찰수사지휘권 배제 주장과의 연관성 △대법원의 사법보좌관제에 대한 대한변협의 반대 △시민단체의 사법연수생 활용 주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사례= 주요 법률선진국들은 판검사 등 전문법조인외에도 법원과 검찰 공무원인 중간법조계층이 사건처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형사법 체계와 같은 대륙법계인 프랑스의 경우 매년 20∼40명 정도의 법원과 검찰 고위간부 중에서 승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판검사가 될 수 있는 사법관을 임용하고 있다.
독일은 상당수의 법조 및 일반행정공무원을 위촉판사로 임용하고 있고 검찰에 구검사라는 제도을 둬 중간법조계층 공무원이 경미한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구검사는 전체 형사사건의 44.5% 상당을 처리하고 있다.
국내법체계와 아주 유사한 일본도 47년부터 검찰에 경미한 사건 처리를 위해 검찰일반직 공무원 등에서 임명하는 부검사 및 검찰관사무취급검찰사무관(검취사무관)제도를 두고 있다. 부검사와 검취사무관이 처리하는 사건수는 전체 일본 형사사건의 70%를 넘고 있다.
영미법 계통의 나라인 영국과 미국도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치안판사가 대부분 전문법조인이 아닌 법조중간계층에 해당하는 공무원들이고 이들이 전체 형사사건의 90%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사건처리는 전문법조인의 전유뮬인가= 현행 검찰청법은 한정적이나마 검사직무대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지검 검사장은 검찰서기관 또는 검찰 사무관으로 하여금 지청 검사의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는게 법규정이다.
검찰제도의 개혁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형사사건 처리를 이원화함으로써 검사의 업무를 경감하는 대신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장관을 지낸 김종구 변호사는 “경미한 사건과 중요한 사건을 이원화 해 처리하는 시스템은 이미 주요 법률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라며 “변호인과 사건당사자가 갖는 불만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검사가 사건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대충대충 넘긴다는 인상을 받는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과중한 업무 부담을 벗어나는 사건처리 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늘어나는 업무를 줄이기 위해 판검사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94년 서울지검장 시절 형사부에 검사직무대리제를 실제 시행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는 “사건처리 시스템을 이원화하면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신속한 사건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형사사법 개혁론’을 펴기도 한 김 변호사는 “무분별한 고소 고발은 검사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소 고발 선별 수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검사직무대리제란 변호사 자격이 없는 검찰서기관이나 검찰사무관이 검사를 대신해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를 조사하는 등 검사의 직무를 대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부검사제도 명칭과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크게 다르지 않다.
직무대리나 부검사가 경미한 사건 처리를 맡음으로써 검사의 업무 부담을 덜고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처리 능력을 높이자는 것으로 미국 일본 등 상당수 법률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전국 단위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2001년 9월 두 개 지청에서 시범실시를 시작한 지 2년이 되도록 몇 개 지청으로 확대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6월 현재 서울지검 남부지청과 수원지검 성남지청, 인천지검 부천지청, 서울지검 서부지청 등에서 시범 실시중이며 오는 7월1일부터는 부산지검 부산동부지청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도 직무대리제가 시행된다.
◆“사건처리이원화 필요”= 최근 검찰내부 통신망(e-pros)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검찰구성원 사이의 논쟁이 뜨겁다.
검사직무대리제도의 조속한 확대 실시를 주장하는 쪽과 시기상조론을 내세워 시범실시를 좀 더 유지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토론이 활발하다.
대구지검 ㅂ계장은 “검찰의 고비용 저효율 사건처리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부검사제도 도입 및 검사직무대리제도 확대 실시를 통해 검사와 검찰일반직이 사건처리를 중죄와 경죄로 분리해 처리하는 사건처리이원화로 바꿈으로써 국민들에게 양질의 사법서비스가 제공되고 사법정의도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검 ㅈ계장도 “대법원이 최근 사법보좌관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입법안을 제출했다”며 “검찰도 시급히 부검사나 검사직무대리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법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한명관 기획과장은 “이미 여러차례 전국 시행을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전국시행의 필요성에 공감하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경찰의 검찰수사지휘권 배제 주장과의 연관성 △대법원의 사법보좌관제에 대한 대한변협의 반대 △시민단체의 사법연수생 활용 주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사례= 주요 법률선진국들은 판검사 등 전문법조인외에도 법원과 검찰 공무원인 중간법조계층이 사건처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형사법 체계와 같은 대륙법계인 프랑스의 경우 매년 20∼40명 정도의 법원과 검찰 고위간부 중에서 승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판검사가 될 수 있는 사법관을 임용하고 있다.
독일은 상당수의 법조 및 일반행정공무원을 위촉판사로 임용하고 있고 검찰에 구검사라는 제도을 둬 중간법조계층 공무원이 경미한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구검사는 전체 형사사건의 44.5% 상당을 처리하고 있다.
국내법체계와 아주 유사한 일본도 47년부터 검찰에 경미한 사건 처리를 위해 검찰일반직 공무원 등에서 임명하는 부검사 및 검찰관사무취급검찰사무관(검취사무관)제도를 두고 있다. 부검사와 검취사무관이 처리하는 사건수는 전체 일본 형사사건의 70%를 넘고 있다.
영미법 계통의 나라인 영국과 미국도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치안판사가 대부분 전문법조인이 아닌 법조중간계층에 해당하는 공무원들이고 이들이 전체 형사사건의 90%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사건처리는 전문법조인의 전유뮬인가= 현행 검찰청법은 한정적이나마 검사직무대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지검 검사장은 검찰서기관 또는 검찰 사무관으로 하여금 지청 검사의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는게 법규정이다.
검찰제도의 개혁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형사사건 처리를 이원화함으로써 검사의 업무를 경감하는 대신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장관을 지낸 김종구 변호사는 “경미한 사건과 중요한 사건을 이원화 해 처리하는 시스템은 이미 주요 법률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라며 “변호인과 사건당사자가 갖는 불만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검사가 사건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대충대충 넘긴다는 인상을 받는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과중한 업무 부담을 벗어나는 사건처리 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늘어나는 업무를 줄이기 위해 판검사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94년 서울지검장 시절 형사부에 검사직무대리제를 실제 시행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는 “사건처리 시스템을 이원화하면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신속한 사건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형사사법 개혁론’을 펴기도 한 김 변호사는 “무분별한 고소 고발은 검사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소 고발 선별 수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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