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세상 2: 유언비어의 사회적 폐해>사회파괴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수단 가리지 않는 정글법칙 지배 … 살생부 돌려 경쟁자 죽이기도
지역내일
2000-11-30
(수정 2000-11-30 오전 11:58:51)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인데 비해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다.” 미국에서 생활해본 한국인이 흔히 두 나라
를 비유하는 말이다. 여기서 ‘한국의 재미’는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와 역동적인 사회변화를 말한
다. 특히 유언비어에서 비롯되는 불신 갈등의 투쟁적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민주화운동 경력의 한나라당 김 모 의원은 여의도에 룸살롱을 두 개나 갖고 있다더라’ ‘386세대의 민
주당 김 모 의원은 정현준 사설펀드에 가입해서 거액을 벌었다더라’는 카더라 방송이 한국에는 끝이 없다.
공동운영하는 카페가 룸살롱으로 탈바꿈하는 등 눈 뜨고도 진실구분이 어려운 세상이다.
‘사람은 재미삼아 돌을 던지지만 개구리는 그 돌에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유언비어는 얼굴없는 익명
성을 바탕으로 무수히 생산되고 유통되지만 그 당사자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인의 명예훼손, 조직
의 갈등, 사회 불신풍조 만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인터넷 상에서 벌어진 모 여중 집단폭행사건은 사실과 다른 얘기를 믿고 네티즌들이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밤낮없이 비난을 퍼부어 파문이 심각했다. 최근 톱 탈랜트 김희선씨의 가짜 누드사진이 인터넷에 나돌아 당
사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정치권의 유언비어에 의한 사회불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이 모 전의원이 동아그룹 최순
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그림로비를 벌였다며 김중권 전 청와대비서실장 등을 이형자 리스트로 지목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사회혼란을 초래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이통홍총(이회창 대통령-홍석현 총리)설을 흘려 집권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망
각한 채 막가파식 공세를 가했다. 여당은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은근히 뭔가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소문
이 전파되기를 기대했다. 정국이 불안해지고 파행이 일어났음은 물론이다.
유언비어는 사회를 혼란시키는 정도에 비례해서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갖는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의 ‘KKK는 권노갑 김옥두 김홍일’이라는 국감 발언은 여당의 최고실세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세인의 눈길
을 끌고 있다. 크게 ‘뻥’을 쳐야 검증이 어려워지고, 최악의 경우 ‘아니면 말고’라는 것이다.
‘∼카더라’와 ‘아니면 말고’식 냉소주의에 의해 사회정의와 진실의 기준과 잣대가 없어졌다.
선거때면 으레 등장하는 ‘모 후보는 처첩과 수천억의 재산을 갖고 있다’는 마타도어로 흠집내는 수법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글의 생존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부산에서는 ‘가수 설운도(부산)씨가 열린음악회에 출연하려고 송대관(전북)씨에게 형님 나 출연해도
되느냐고 물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방송계를 호남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비꼰 풍자이긴 하나 능
력보다는 지연에 의해 세상이 돌아간다는 가치관을 확산시키고 있다.
유언비어에 의한 정글법칙은 이른바 살생부에서 잘 드러난다. 사건만 터지면 나오는 정현준 리스트니 진승
현 리스트니 하는 살생부에 평소 경쟁관계에 있던 사람이나 기업을 끼워넣어 ‘경쟁자 죽이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제 살생부는 정치권 등에서 정적 죽이기의 단골메뉴로 활용되고 있다.
이쯤되면 유언비어는 사회를 파괴해 나가는 메커니즘을 갖게 된다. 특히 지역갈등은 대표적인 파괴 메카니
즘이다. 부산 삼성자동차 처리와 관련 정부는 경제논리를 적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호남정권이 삼성자동차 문을 닫아서 부산사람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지역갈등의 골과 유언비어가 겹쳐서 사회지도층의 합리적 정책판단을 흐리게도 한다. 국회의 검찰수뇌부 탄
핵소추안이 이주영의원의 KKK 발언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회기능을 몇일간 정지시켰다. 그동안 공적자금
등 중요한 민생법안이 타격을 받아 ‘정치가 경제 죽인다’는 아우성이 터지게 만들었다.
유언비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한스종금 사건 이후 증권가에는 ‘진승현 작
전리스트’니 ‘진승현 비밀장부’니 해서 악성루모가 횡행했고, 이로 인해 조성된 불안심리로 주가가 하락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유언비어에 의한 주가조작은 너무 흔한 일이라 주식시장의 골치거리로 정착되다시피
했다.
22일 금감원이 칼을 빼든 LG그룹 자금난설은 IMT-2000 사업의 경쟁자가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루머는 파급력이 개인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시장까지 교란시키기에 악성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기
업의 경우 한번 루머에 휩쓸리면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
를 비유하는 말이다. 여기서 ‘한국의 재미’는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와 역동적인 사회변화를 말한
다. 특히 유언비어에서 비롯되는 불신 갈등의 투쟁적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민주화운동 경력의 한나라당 김 모 의원은 여의도에 룸살롱을 두 개나 갖고 있다더라’ ‘386세대의 민
주당 김 모 의원은 정현준 사설펀드에 가입해서 거액을 벌었다더라’는 카더라 방송이 한국에는 끝이 없다.
공동운영하는 카페가 룸살롱으로 탈바꿈하는 등 눈 뜨고도 진실구분이 어려운 세상이다.
‘사람은 재미삼아 돌을 던지지만 개구리는 그 돌에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유언비어는 얼굴없는 익명
성을 바탕으로 무수히 생산되고 유통되지만 그 당사자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인의 명예훼손, 조직
의 갈등, 사회 불신풍조 만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인터넷 상에서 벌어진 모 여중 집단폭행사건은 사실과 다른 얘기를 믿고 네티즌들이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밤낮없이 비난을 퍼부어 파문이 심각했다. 최근 톱 탈랜트 김희선씨의 가짜 누드사진이 인터넷에 나돌아 당
사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정치권의 유언비어에 의한 사회불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이 모 전의원이 동아그룹 최순
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그림로비를 벌였다며 김중권 전 청와대비서실장 등을 이형자 리스트로 지목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사회혼란을 초래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이통홍총(이회창 대통령-홍석현 총리)설을 흘려 집권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망
각한 채 막가파식 공세를 가했다. 여당은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은근히 뭔가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소문
이 전파되기를 기대했다. 정국이 불안해지고 파행이 일어났음은 물론이다.
유언비어는 사회를 혼란시키는 정도에 비례해서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갖는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의 ‘KKK는 권노갑 김옥두 김홍일’이라는 국감 발언은 여당의 최고실세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세인의 눈길
을 끌고 있다. 크게 ‘뻥’을 쳐야 검증이 어려워지고, 최악의 경우 ‘아니면 말고’라는 것이다.
‘∼카더라’와 ‘아니면 말고’식 냉소주의에 의해 사회정의와 진실의 기준과 잣대가 없어졌다.
선거때면 으레 등장하는 ‘모 후보는 처첩과 수천억의 재산을 갖고 있다’는 마타도어로 흠집내는 수법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글의 생존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부산에서는 ‘가수 설운도(부산)씨가 열린음악회에 출연하려고 송대관(전북)씨에게 형님 나 출연해도
되느냐고 물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방송계를 호남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비꼰 풍자이긴 하나 능
력보다는 지연에 의해 세상이 돌아간다는 가치관을 확산시키고 있다.
유언비어에 의한 정글법칙은 이른바 살생부에서 잘 드러난다. 사건만 터지면 나오는 정현준 리스트니 진승
현 리스트니 하는 살생부에 평소 경쟁관계에 있던 사람이나 기업을 끼워넣어 ‘경쟁자 죽이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제 살생부는 정치권 등에서 정적 죽이기의 단골메뉴로 활용되고 있다.
이쯤되면 유언비어는 사회를 파괴해 나가는 메커니즘을 갖게 된다. 특히 지역갈등은 대표적인 파괴 메카니
즘이다. 부산 삼성자동차 처리와 관련 정부는 경제논리를 적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호남정권이 삼성자동차 문을 닫아서 부산사람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지역갈등의 골과 유언비어가 겹쳐서 사회지도층의 합리적 정책판단을 흐리게도 한다. 국회의 검찰수뇌부 탄
핵소추안이 이주영의원의 KKK 발언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회기능을 몇일간 정지시켰다. 그동안 공적자금
등 중요한 민생법안이 타격을 받아 ‘정치가 경제 죽인다’는 아우성이 터지게 만들었다.
유언비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한스종금 사건 이후 증권가에는 ‘진승현 작
전리스트’니 ‘진승현 비밀장부’니 해서 악성루모가 횡행했고, 이로 인해 조성된 불안심리로 주가가 하락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유언비어에 의한 주가조작은 너무 흔한 일이라 주식시장의 골치거리로 정착되다시피
했다.
22일 금감원이 칼을 빼든 LG그룹 자금난설은 IMT-2000 사업의 경쟁자가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루머는 파급력이 개인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시장까지 교란시키기에 악성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기
업의 경우 한번 루머에 휩쓸리면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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