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한반도의 당당한 주인이다

서산간척지 매각으로 <가창오리> 멸종위기 ... 농림부 환경부 보호대책 시급

지역내일 2000-11-30
글 사진 남준기·대구 성홍식 기자
jknam@naeil.com
hssung@naeil.com

서산 B지구 간척지 부남호(湖), 서산 너머로 붉은 해가 지고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면서 호수는 갑자기 수많은 오리들의 울음소리와 푸드득거리는 날갯짓 소리로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가창오리>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인근 간척지 논바닥으로 날아가려는 것이다.
“쏴∼” 거대한 양수기 소리같은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 300mm 망원렌즈를 통해 오리들의 집단 비상(飛上)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휠 휠 휠∼” 가벼운 날갯짓 소리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집단봉기하는 벌떼처럼, 흑백영화 <대지(大地)>에 등장하는 메뚜기떼처럼 수면 위를 날아오른 <가창오리>들은 무리지어 머리 위를 맴돌다가 멀리 B지구 상류지역으로 사라졌다. 고 김남주 시인이 ‘민중봉기(民衆蜂起)’라는 말을 두고 ‘벌떼가 땅에서 일어난다’는 표현이 참으로 어울린다고 했는데, 그가 <가창오리>들의 군무를 보았다면 분명히 다른 시를 썼을 것이다.

전세계 20만마리 가운데 15만마리가 월동 000
오리류는 화석상 근거로 볼 때 지금으로부터 약 8천 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본격적 분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중·남부 시베리아가 번식지인 <가창오리>는 수면성 오리의 하나로 민물호수나 강 하구에서 헤엄치기를 즐긴다. 낮에는 많은 시간을 물위에서 쉬다가 보통 저녁녘에 땅 위의 먹이를 찾아 큰 무리로 이동한다.
한때 전세계적으로 4만마리까지 줄어들었으나 기적적으로 서식지를 확보, 현재 20만마리 정도로 늘어났다. 몇해 전부터 우리나라 서해안 인공 담수호에서 10만마리 내외가 겨울을 나고 있으며, 날이 추워지면 금강하구나 해남 간척지로 내려가기도 한다. 올해 이곳 서산간척지에는 전세계 20만마리 가운데 15만마리의 <가창오리>가 모여들었다.
지금은 아름답고 평화롭게만 보이는 천수만이지만 지난 10월 이곳에서는 <가창오리> 8000여마리가 집단 폐사한 참사가 발생했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10월 24일 가장 많은 피해가 났으며, 사체가 A지구 간척지 가장자리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당시 현대측에서 인부를 고용하여 사체 수거작업을 했는데 15톤 트럭 3대 분량이었다고 한다. 원인은 ‘조류 콜레라’로 밝혀졌지만, 올해 들어 비행기 이착륙이 부쩍 늘어난 ‘해미비행장’ 군용기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가 콜레라 감염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가창오리> 집단 월동지인 이곳 천수만은 ‘서산간척지 매각’이라는 핵폭풍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총구를 그쪽 배에 겨누어 쏘겠다” 000
“거의 비슷한 조건이지만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대호방조제에는 새들이 거의 없다. 서산간척지가 분할매각되면 <가창오리>들은 더 이상 갈곳이 없어질 것이다.”
천수만의 새들을 지키는 ‘풀레소리’ 회원 김현태(서산 부석고 생물교사·http://soback.kornet.net/~pintail/)씨의 말이다.
김 교사는 “매각하더라도 △비닐하우스를 짓지 말고 △10월 말에서 3월까지는 출입을 제한하며 △사냥꾼 낚시꾼을 막기 위해 경비를 세우는 등 보호대책이 시급하다”며 “특히 <호사도요> <장다리물떼새> <뜸부기> 등이 번식하는 해미천과 비행장 사이의 습지는 반드시 보전돼야 한다”며 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2월 3일부터 분할매각에 들어가는 서산간척지 주변에서는 요즘 이렇게 살벌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한다.
“이곳 서산간척지엔 오리들이 많아 벼 추수기에 피해가 클텐데 어쩔 겁니까?”
“밤을 새우면서 총으로 오리를 쫓으면 되지.”
“그러면 환경단체에서 많은 반발이 있을텐데.”
“총구를 그쪽 배에 겨누어 쏘겠다.”
말 그대로 이곳에서 일반인들이 농사를 지으면 바로 발생할 문제다. 이는 오리류, 특히 <가창오리>의 커다란 피해를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해 환경부 자연생태과 관계자는 “천수만은 세계 유일의 <가창오리> 월동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며 “얼마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연안국 철새보존 전략회의’에서도 <가창오리>가 주요보존종으로 지목된 만큼, 농림부 등 관계기관들이 함께 보존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들 먹이 없애려 논 갈아엎기도 000
이런 문제는 서산 천수만에 그치지 않는다.
얼마 전 철원 재두루미 월동지 옆에서는 문화재청이 철새보호지(천연기념물 245호)를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논 10만여평을 갈아엎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겨울철에 비닐하우스를 못 짓게 되는 등 재산상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피해도 막고 철새도 보호하기 위해 몇해 전부터 철원 샘통지역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었다. 매입한 토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소작을 주되, 소작료 대신 낙곡을 많이 남겨두는 방식으로 철새들의 먹이량을 늘릴 생각이었다.”
문화재청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예산확보가 쉽지 않아 미적거리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보호구역 확대지정 소식이 알려졌다. 결국 농민들이 “철새가 문제”라며 새들의 먹이를 없애기 위해 논을 갈아엎는 반생태적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의 세계적인 도래지로 겨울이면 수만마리의 철새가 찾아들던 경북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 낙동강변도 마찬가지.
지난 10월 13일 시베리아에서 남하한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떼는 낙동강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곧장 일본쪽 상공으로 사라졌다. 철새들은 지난해부터 월동지를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이즈미(出水)시로 옮겨버렸다.
“낙동강이 철새들이 찾지 않을 정도로 황폐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이사의 설명이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10월 22일 낙동강 금호강 합류 지점의 모래섬에 실물 크기의 흑두루미 모형 1쌍을 설치하고 주변에 볍씨 등 먹이를 뿌렸다.
정제영 이사는 “실제 그 다음날부터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잠시 머물고 가고 있다”며 “내년에는 모형도 많이 설치하고 먹이도 더 많이 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남저수지, 해남간척지도 문제 000
한때 동양최대 철새도래지를 자랑했던 낙동강하구는 낙동강하구둑 건설 이후 그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낙동강하구에서 쫓겨난 새들은 한동안 인근 주남저수지로 몰려들었으나 근래 들어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들의 수도 급감하고 있다.
95년에는 육군에서 주남저수지 입구에 1000가구 아파트를 건립했고, 97년에는 저수지 주변의 갈대숲을 방화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더욱이 지난 10월 초 농업기반공사는 준설을 위해 저수지 물을 빼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도 <재두루미> <노랑부리백로> 등 천연기념물 서식지인 한강하구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으며, 전남 해남 영산강하구의 간척지 경지정리사업도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박스기사>

순천시, 수렵금지구역에 유해조수 포획허가 검토 논란

순천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최근 순천시는 수렵금지구역인 순천만에 유해조수 포획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29일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만 일대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겨울 철새인 오리류에 의한 <꼬막> 종패 피해가 심하다는 민원을 제기, 12월 초 환경위원회 회의를 열어 유해조수 포획을 허가해줄 방침이다.
순천시는 유해조수 포획을 허가하되 환경단체의 반발을 우려, 1일 포획수량과 포획가능한 조수의 범위를 제한키로 했다. 순천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양식장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포획을 불허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남동부지역사회 연구소는 “포획허가가 나면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서식지의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른 환경단체들도 “유해 조수 여부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무차별적인 철새 포획이 우려된다”며 시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단체들은 순천시가 고정감시반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그칠 것이라며 무분별한 포획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겨울 순천만에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142마리가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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