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정경유착의 말로
김 영 호 시사평론가
재벌의 성장배경에는 정경유착이 도사리고 있다. 재벌은 정권유지비용을 감당하고 정치권력은 그 대가로 정상적(政商的) 특혜를 베풀었다. 정치자금을 둘러싸고 산업-금융-조세정책이 흥정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푼돈을 징검다리로 삼아 이권사업이라는 목돈을 챙기기도 했다. 그 까닭에 재계는 권력이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실제 많은 재벌들이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왔음을 재계사(財界史)가 말한다.
현대그룹의 대북송금은 DJ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준데 그치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의 정당성마저 훼손하고 말았다. 현대그룹은 남북정상회담 전에 4억5000만달러를 송금하고 평양 실내체육관 건설대금을 포함한 현물 5000만달러어치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중 4억달러는 대북경제협력사업의 선투자금의 성격을 지녔고 1억달러는 DJ정권이 부담하기로 한 정책차원의 대북지원금이라고 한다. 비밀송금으로 말미암아 정상회담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그럼 왜 정몽헌씨가 그 거액을 부담하고 정상회담을 주선했을까? 포괄적 경협사업권의 대가라는 설명만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풀기에 불충분하다. 현대그룹이 북한한테서 얻은 사업권은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조성사업이다. 두 사업은 상업적으로 판단하면 사업성이 없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니다. 처음부터 막대한 적자가 예상된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그룹 자금사정을 압박했고 지금은 정부보조를 받아 유지하는 실정이다. 과다한 입산료와 선임부담으로 타산이 없는 사업이다.
대북사업은 5억달러의 대가를 치를 가치가 없다. 5억달러는 금강산 관광객 1인당 100달러의 이익을 본다고 치더라도 5백만명을 동원해야 뽑을 수 있는 거액이다. 아주 간단한 계산이다. 개성공단도 사업성이 의심스럽다. 저개발국가에 공장을 건설하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그것은 저임금이다. 그런데 북한은 경수로 건설사업 노임을 무리하게 요구하여 현지진출업체들이 제3국 노동자를 쓰는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전력난이 심각하여 공단가동에 애로가 예상된다. 발전소까지 건설한다면 그것은 상업적 사업이 아니다.
정몽헌씨가 이런 정치적 사업에 몰두한 이유는 아마 정경유착의 대가일 것이다. DJ정권은 빅딜이라는 해괴한 정책을 내걸고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도록 했다. 그 때 재계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목동에 건설중인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허가경위에 대해서도 건설업계는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송금을 분담했던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전자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DJ정권의 금융특혜를 버팀목 삼아 겨우 지탱하는 형국이다.
DJ정권이 출범하면서 정몽헌씨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IMF 사태가 터지자 기업들은 감량경영에 돌입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DJ정권도 부채감축과 계열분리를 독려했다. 그런데 현대그룹은 그 반대로 갔다. 경영환경의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금융차입에 의존한 팽창경영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국민투신을 인수한데 이어 한남투신도 손에 넣다. 여기에다 문제의 LG반도체도 인수했다. 또 부채규모는 그대로 둔 채 유상증자 따위로 부채비율만 축소했다. 그 즈음 발행한 회사채의 상환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현대건설 사태가 터졌던 것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분할승계라는 2세 경영체제를 구체화했다. 그것은 DJ정권의 재벌정책과도 상통했다. 그런데 현대그룹의 계열분리는 거꾸로 갔다. 정몽헌씨 계열의 현대건설이 지주회사처럼 전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주식을 이동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는 형제간의 재산권 분규가 일어났다. 특히 정몽구씨의 자동차 사업을 노골적으로 넘나봤다. 당시 재계는 정몽헌씨가 ‘정치적 힘’을 과신했기 때문에 일어난 재산싸움으로 봤다.
정몽헌씨가 채권단과 현대건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안을 놓고 벌이는 실랑이를 보면 배짱을 부리는 느낌을 줬다. 불이 나면 다급한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다. 자금난을 풀려면 당장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팔아야 할 텐데 해묵은 빚을 받아서 갚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그는 사태가 어렵게 돌아갈 때마다 외화유치를 핑계로 해외로 피신했다. 사태수습보다는 그것을 빌미로 정부지원을 노리는 자세였다. 그러자 DJ정권 실세들이 형제-친족 회사들한테 도와주라고 독려했다. 계열분리의 목적이 무엇인지, 주주의 이익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다.
현대사태는 정경유착을 통해 부당이득을 향유하려는 재벌경영의 말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교훈이다. 현대사태는 혈족경영인의 능력부족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제 정경유착의 시대에 종말을 고해야 한다.
김 영 호 시사평론가
재벌의 성장배경에는 정경유착이 도사리고 있다. 재벌은 정권유지비용을 감당하고 정치권력은 그 대가로 정상적(政商的) 특혜를 베풀었다. 정치자금을 둘러싸고 산업-금융-조세정책이 흥정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푼돈을 징검다리로 삼아 이권사업이라는 목돈을 챙기기도 했다. 그 까닭에 재계는 권력이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실제 많은 재벌들이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왔음을 재계사(財界史)가 말한다.
현대그룹의 대북송금은 DJ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준데 그치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의 정당성마저 훼손하고 말았다. 현대그룹은 남북정상회담 전에 4억5000만달러를 송금하고 평양 실내체육관 건설대금을 포함한 현물 5000만달러어치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중 4억달러는 대북경제협력사업의 선투자금의 성격을 지녔고 1억달러는 DJ정권이 부담하기로 한 정책차원의 대북지원금이라고 한다. 비밀송금으로 말미암아 정상회담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그럼 왜 정몽헌씨가 그 거액을 부담하고 정상회담을 주선했을까? 포괄적 경협사업권의 대가라는 설명만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풀기에 불충분하다. 현대그룹이 북한한테서 얻은 사업권은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조성사업이다. 두 사업은 상업적으로 판단하면 사업성이 없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니다. 처음부터 막대한 적자가 예상된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그룹 자금사정을 압박했고 지금은 정부보조를 받아 유지하는 실정이다. 과다한 입산료와 선임부담으로 타산이 없는 사업이다.
대북사업은 5억달러의 대가를 치를 가치가 없다. 5억달러는 금강산 관광객 1인당 100달러의 이익을 본다고 치더라도 5백만명을 동원해야 뽑을 수 있는 거액이다. 아주 간단한 계산이다. 개성공단도 사업성이 의심스럽다. 저개발국가에 공장을 건설하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그것은 저임금이다. 그런데 북한은 경수로 건설사업 노임을 무리하게 요구하여 현지진출업체들이 제3국 노동자를 쓰는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전력난이 심각하여 공단가동에 애로가 예상된다. 발전소까지 건설한다면 그것은 상업적 사업이 아니다.
정몽헌씨가 이런 정치적 사업에 몰두한 이유는 아마 정경유착의 대가일 것이다. DJ정권은 빅딜이라는 해괴한 정책을 내걸고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도록 했다. 그 때 재계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목동에 건설중인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허가경위에 대해서도 건설업계는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송금을 분담했던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전자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DJ정권의 금융특혜를 버팀목 삼아 겨우 지탱하는 형국이다.
DJ정권이 출범하면서 정몽헌씨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IMF 사태가 터지자 기업들은 감량경영에 돌입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DJ정권도 부채감축과 계열분리를 독려했다. 그런데 현대그룹은 그 반대로 갔다. 경영환경의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금융차입에 의존한 팽창경영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국민투신을 인수한데 이어 한남투신도 손에 넣다. 여기에다 문제의 LG반도체도 인수했다. 또 부채규모는 그대로 둔 채 유상증자 따위로 부채비율만 축소했다. 그 즈음 발행한 회사채의 상환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현대건설 사태가 터졌던 것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분할승계라는 2세 경영체제를 구체화했다. 그것은 DJ정권의 재벌정책과도 상통했다. 그런데 현대그룹의 계열분리는 거꾸로 갔다. 정몽헌씨 계열의 현대건설이 지주회사처럼 전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주식을 이동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는 형제간의 재산권 분규가 일어났다. 특히 정몽구씨의 자동차 사업을 노골적으로 넘나봤다. 당시 재계는 정몽헌씨가 ‘정치적 힘’을 과신했기 때문에 일어난 재산싸움으로 봤다.
정몽헌씨가 채권단과 현대건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안을 놓고 벌이는 실랑이를 보면 배짱을 부리는 느낌을 줬다. 불이 나면 다급한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다. 자금난을 풀려면 당장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팔아야 할 텐데 해묵은 빚을 받아서 갚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그는 사태가 어렵게 돌아갈 때마다 외화유치를 핑계로 해외로 피신했다. 사태수습보다는 그것을 빌미로 정부지원을 노리는 자세였다. 그러자 DJ정권 실세들이 형제-친족 회사들한테 도와주라고 독려했다. 계열분리의 목적이 무엇인지, 주주의 이익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다.
현대사태는 정경유착을 통해 부당이득을 향유하려는 재벌경영의 말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교훈이다. 현대사태는 혈족경영인의 능력부족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제 정경유착의 시대에 종말을 고해야 한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