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비용 줄일 방안 모색 필요
정부대전청사 유휴지 등 활용 제안
참여정부 최대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이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다.
취임 후 1년이라던 후보지 선정은 2004년 상반기로, 또다시 2004년 하반기까지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충분한 검토를 위한다는 이유지만 이 기간에는 총선이라는 중요 정치 일정까지 잡혀 있어 행정수도 공약이 넘어야할 고비가 만만찮다.
반면 ‘충청권’이라는 대략적인 범위가 알려진 후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 충남 천안은 아산신도시 개발과 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전국 최고의 땅값 상승률을 보였고, 대전시는 이에 뒤질세라 전국 최고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과정에서 비용절감 문제를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존하는 가운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추진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하기 위한 제언으로 이 가운데는 분산 배치와 정부 소유 토지의 적극 활용안도 포함돼 있다. 이런 제안은 수도 이전에 쓰일 예산의 상당액이 부지 확보에 투여될 전망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높다는 평가다.
◇신도시 건설이 능사인가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 겸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장은 6월 3일 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법 제정, 현지 도상조사, 선정기준 등에 대한 용역 발주 등 3가지 방향으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전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23일 충청권 광역의회 협의회는 “이전 예정지를 내년 상반기 중에 확정하라”고 건의했다.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도 조속한 입지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 관계가 고려된 언사임에도 정부의 일정 연기가 빌미를 주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이전 공약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신행정수도를 기존도시 활용이 아닌 ‘신도시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백지계획이 수립된 후 건설부(당시)의 의뢰를 받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8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도시 건설’의 경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전체 보상비의 70%를 토지보상비가 차지한다. 당시 자료를 보면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보상비로만 417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KDI는 신행정수도를 △신도시로 건설하는 경우와 △기존도시에 건설하는 경우로 나눠 각각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분석한 바 있다. 신도시로 건설할 경우 도로 등 직접 건설비가 7조7500억원인 반면 기존도시를 활용할 경우 3조34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의 경우에도 신수도 정비비용으로 용지비만 5조엔(약 5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1992년 기준). 일본 땅값이 비싸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신행정수도의 규모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중인 탓으로 정확한 비용추산은 연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 2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0만 규모의 신도시를 가정해서 총 건설비가 37조3000천억 가량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순 정부부담은 7조3000천억원으로, 나머지는 청사매각대금, 민간투자 등으로 부담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지 선정에 지자체 관심 집중
충청권 내에서의 역할분담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은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행정수도 이전 성사를 위한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3개 광역단체 연구원도 △대전-행정수도 충청권 입지 당위성과 기대효과 △충북-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의 모순과 한계 △충남-신행정수도 건설과 3분 추진전략 등으로 연구과제를 나눠 진행한 뒤 현재 취합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행정수도 유치전을 기획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홍보물 작성, 국제 포럼 개최 등의 방법으로 여론조성작업을 진행중이다. 자기 지역으로 신행정수도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1997년 정부대전청사가 옮겨올 당시 ‘국토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인구증가 8만명, 고용창출 효과 1만명과 함께 소득유발 효과는 1437억원, 지역생산유발 효과는 42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11개 중앙행정기관과 4000여명의 공무원의 이주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국가 공무원의 정원은 57만6418명. 해양수산부 정원만 따져도 지금의 대전청사 인원 규모가 된다. 행정수도 이전이 갖는 지역경제 창출효과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각 지자체가 행정수도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른바 ‘몰아주기’가 발생할 경우 그 후유증은 자못 심각할 수 있다.
◇97년 대전청사 부지 활용안 세운 적 있다
신행정수도를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부지로는 우선 정부대전청사가 눈에 띈다. 지난 1997년 12월에 완공된 정부대전청사는 53만㎡(16만평) 규모의 대지에 20층 높이 4개동이 23만㎡(6만8000평)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유휴지 10만평이 잔디밭으로 꾸며져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 유휴지 가운데 일부를 대전특별지방청 부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시설계비까지 확보했다가 구제금융(IMF) 여파로 착수하지 못한 바 있다. 엑스포 부지, 자운대 부지 등도 거론대상에 포함된다. 면적이 좁기는 하지만 대전 해양경찰서 부지와 대전세관 부지도 정부 재산으로 등록돼 있다.
한편 정부대전청사에 만 5년째 근무하고 있는 과장급 공무원은 청사 유휴지 활용안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애초 국가에서 지금의 대전청사 규모에 맞춰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것”이라며 “부대시설, 생활기반 등도 조성해야 되므로 여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중앙정부부처 공무원은 “행정수도 기능을 분산배치할 경우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충청지역 모 지자체장은 “50만 규모의 신도시가 계획한 규모로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신도시로 건설해 모든 기능을 집중시킬 경우 또다른 ‘작은 서울’을 만드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시계획 전문가 가운데 일부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정보기술의 발달로 수도 기능 분산배치가 생각만큼의 큰 혼란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국토 교통성 자료에는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정비를 통한 정보의 공유화를 추진하는 것이 (수도 기능 분산에 따른) 비효율을 배제해 가는 방법”이라고 적고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와 더불어 막대한 예산을 소요하게 될 신행정수도 건설. 참여정부 임기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공약에 보다 열린 시각과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정부대전청사 유휴지 등 활용 제안
참여정부 최대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이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다.
취임 후 1년이라던 후보지 선정은 2004년 상반기로, 또다시 2004년 하반기까지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충분한 검토를 위한다는 이유지만 이 기간에는 총선이라는 중요 정치 일정까지 잡혀 있어 행정수도 공약이 넘어야할 고비가 만만찮다.
반면 ‘충청권’이라는 대략적인 범위가 알려진 후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 충남 천안은 아산신도시 개발과 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전국 최고의 땅값 상승률을 보였고, 대전시는 이에 뒤질세라 전국 최고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과정에서 비용절감 문제를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존하는 가운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추진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하기 위한 제언으로 이 가운데는 분산 배치와 정부 소유 토지의 적극 활용안도 포함돼 있다. 이런 제안은 수도 이전에 쓰일 예산의 상당액이 부지 확보에 투여될 전망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높다는 평가다.
◇신도시 건설이 능사인가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 겸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장은 6월 3일 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법 제정, 현지 도상조사, 선정기준 등에 대한 용역 발주 등 3가지 방향으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전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23일 충청권 광역의회 협의회는 “이전 예정지를 내년 상반기 중에 확정하라”고 건의했다.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도 조속한 입지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 관계가 고려된 언사임에도 정부의 일정 연기가 빌미를 주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이전 공약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신행정수도를 기존도시 활용이 아닌 ‘신도시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백지계획이 수립된 후 건설부(당시)의 의뢰를 받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8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도시 건설’의 경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전체 보상비의 70%를 토지보상비가 차지한다. 당시 자료를 보면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보상비로만 417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KDI는 신행정수도를 △신도시로 건설하는 경우와 △기존도시에 건설하는 경우로 나눠 각각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분석한 바 있다. 신도시로 건설할 경우 도로 등 직접 건설비가 7조7500억원인 반면 기존도시를 활용할 경우 3조34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의 경우에도 신수도 정비비용으로 용지비만 5조엔(약 5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1992년 기준). 일본 땅값이 비싸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신행정수도의 규모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중인 탓으로 정확한 비용추산은 연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 2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0만 규모의 신도시를 가정해서 총 건설비가 37조3000천억 가량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순 정부부담은 7조3000천억원으로, 나머지는 청사매각대금, 민간투자 등으로 부담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지 선정에 지자체 관심 집중
충청권 내에서의 역할분담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은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행정수도 이전 성사를 위한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3개 광역단체 연구원도 △대전-행정수도 충청권 입지 당위성과 기대효과 △충북-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의 모순과 한계 △충남-신행정수도 건설과 3분 추진전략 등으로 연구과제를 나눠 진행한 뒤 현재 취합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행정수도 유치전을 기획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홍보물 작성, 국제 포럼 개최 등의 방법으로 여론조성작업을 진행중이다. 자기 지역으로 신행정수도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1997년 정부대전청사가 옮겨올 당시 ‘국토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인구증가 8만명, 고용창출 효과 1만명과 함께 소득유발 효과는 1437억원, 지역생산유발 효과는 42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11개 중앙행정기관과 4000여명의 공무원의 이주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국가 공무원의 정원은 57만6418명. 해양수산부 정원만 따져도 지금의 대전청사 인원 규모가 된다. 행정수도 이전이 갖는 지역경제 창출효과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각 지자체가 행정수도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른바 ‘몰아주기’가 발생할 경우 그 후유증은 자못 심각할 수 있다.
◇97년 대전청사 부지 활용안 세운 적 있다
신행정수도를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부지로는 우선 정부대전청사가 눈에 띈다. 지난 1997년 12월에 완공된 정부대전청사는 53만㎡(16만평) 규모의 대지에 20층 높이 4개동이 23만㎡(6만8000평)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유휴지 10만평이 잔디밭으로 꾸며져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 유휴지 가운데 일부를 대전특별지방청 부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시설계비까지 확보했다가 구제금융(IMF) 여파로 착수하지 못한 바 있다. 엑스포 부지, 자운대 부지 등도 거론대상에 포함된다. 면적이 좁기는 하지만 대전 해양경찰서 부지와 대전세관 부지도 정부 재산으로 등록돼 있다.
한편 정부대전청사에 만 5년째 근무하고 있는 과장급 공무원은 청사 유휴지 활용안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애초 국가에서 지금의 대전청사 규모에 맞춰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것”이라며 “부대시설, 생활기반 등도 조성해야 되므로 여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중앙정부부처 공무원은 “행정수도 기능을 분산배치할 경우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충청지역 모 지자체장은 “50만 규모의 신도시가 계획한 규모로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신도시로 건설해 모든 기능을 집중시킬 경우 또다른 ‘작은 서울’을 만드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시계획 전문가 가운데 일부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정보기술의 발달로 수도 기능 분산배치가 생각만큼의 큰 혼란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국토 교통성 자료에는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정비를 통한 정보의 공유화를 추진하는 것이 (수도 기능 분산에 따른) 비효율을 배제해 가는 방법”이라고 적고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와 더불어 막대한 예산을 소요하게 될 신행정수도 건설. 참여정부 임기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공약에 보다 열린 시각과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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