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움직이는 손② 5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해외파·국내파 한판 승부

지역내일 2003-08-07 (수정 2003-08-08 오후 2:46:57)
국내 5대 대형사 리서치센터장은 해외파와 국내파로 나뉜다. 펀드매니저 출신과 애널리스트만 고집한 그룹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리서치센터 지휘 스타일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해외파도 두 갈래=외국계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다. 이들은 ‘영업하는 애널리스트’에 익숙해 있다.
삼성 임 상무는 “애널리스트는 작성한 보고서를 가지고 고객을 설득해 매매하게 해야 한다”며 “특히 국내에서 45%를 차지하고 수수료도 깎지 않는 외국기관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상무는 따라서 “애널리스트는 성실함과 커뮤니케이션(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이 가장 필요하며 분석능력은 그 다음”이라고 덧붙였다.
LG 박 상무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마케팅 훈련을 강하게 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훈련이 (시장에 좀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시황을 전망하는 데 더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정 상무도 “애널리스트가 마케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위 3사의 리서치센터장이 외국계증권사 출신으로 갈아치워지면서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 사회에 ‘영업’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메리츠증권도 UBS 등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백기언 상무를 영입, 애널리스트의 브로커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파들도 색깔이 다르다. 현대 정 상무는 해외파이면서도 애널리스트 경력이 대부분이다. 자딘플레밍증권에서는 3년간 운송·운송기계·소비자 전자제품주를 분석했으며 같은 증권사에서 3년간 조사본부장으로 재직했다. SG증권 서울지점에서도 조사본부장으로 일했다.
반면 박 상무는 펀드매니저를 주로 해왔다. 주피터에셋매니지먼트와 푸르덴셜에서 9년여간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가 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 리서치 본부장으로 옮겼다. 임 상무는 그 중간 쯤에 있다. 출발은 펀드매니저로 했지만 애널리스트로 더 많이 활동했다.
경력은 성향을 지배한다. 펀드매니저 경력이 많은 박 상무는 변화에 잘 적응한다.
박 상무는 “경직된 사고는 많은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유연한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박 상무가 최근 기존의 비관론 시황관이 낙관론으로 슬그머니 바꿨다는 지적도 많다. 박 상무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는 800이상을 상향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경험이 풍부한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펀드매니저는 주가에 민감하기 때문에 신중하지만 단기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기초가 없는 시황관을 유지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정통파의 힘겨운 방어=대우증권 전 본부장과 대신증권 조 이사는 각각 사내에서 발탁된 센터장이다.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증권을 전 본부장은 ‘전통과 정통의 증권사’로 자부했다.
전 본부장은 “애널리스트는 강도 높게 교육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고액스카우트 풍토를 꼬집었다.
특히 전 본부장은 “교육을 시켜서 자체 내에서 센터장을 만드는 풍토를 이어갈 것”이라며 “비록 반도체 등 IT부문에 대한 분석만 해 왔지만 바텀업 어프로치(개별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조합해 최종의사를 결정하는 방법)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운용하는 대신증권도 개인투자자를 위한 리서치센터 운영을 하고 있다. 조 이사는 “소매금융 중심이므로 개별 종목에 강점을 갖고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우린 점장이가 아니다”=리서치센터장들은 리서치 리포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 상무는 “보고서가 틀리면 가치없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며 “리서치를 마술상자로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투자판단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
임 상무도 “역사적으로 계속 지수를 맞추는 사람은 없었던 것처럼 주가나 지수를 맞추는 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면서 “애널리스트는 고객이 생각할 수 없는 가공된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리서치센터장은 각 섹터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율하는 것이지 목표지수를 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관론자나 낙관론자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일시적으로 장을 잘못보거나 맞춘 것을 가지고 시장에서 판단해 버린다는 것.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불리는 정 상무와 박 상무는 “일시적인 현상을 부풀려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상무는 “지난 98년 대세상승기에 비관적으로 봤다가 놓쳤는데 그걸 두고 비관론자라고 보는 것 같다”면서 본인을 낙관론자로 소개했다.

◇ 리서치센터장의 비판=리서치센터장들은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시장과 증권업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펀드매니저는 정말 공부 안 한다”며 “외국 고객(펀드매니저)을 만나면 오히려 배우는 부분도 많지만 국내 펀드매니저에게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임 상무는 “외국기관에 대해 경쟁력있는 국내 증권사가 거의 없다”면서 “외국인들도 중소형주와 단타에 관심이 많아 국내증권사들도 해볼만 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전 본부장은 “카드채 등 금융시장 붕괴 우려가 많았는데 한편으로는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특히 증권업계는 (외부충격으로라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