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공급차질, 화섬사 비상

삼성석화 국내 PTA 공급 10~30% 감량 … 중국 화섬 시장 급성장

지역내일 2003-08-12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의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PTA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석유화학이 국내 화섬업체들에게 공급을 줄일 것을 통보해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생산라인 10%의 가동을 중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원료 공급에 줄어든 현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화섬업체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삼성석유화학이 ‘제한된 설비능력으로 국내의 고객사들의 요구물량을 공급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입장을 밝혀왔다”며 “4일부터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삼성석유화학측과 각종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인해 삼성석유화학으로부터 PTA를 공급받는 한국합섬, 코오롱, 동국, 새한, 도레이, SK케미칼, 호남석유, 금감화섬 등 폴리에스테르 업체들은 종전물량인 10~30%인 적게는 1000톤에서 많게는 5000톤까지 물량이 줄어들었다. 화섬업체들은 라인 조정과 인력배치 등 내부 추스르기에 나서는 한편 삼성석유화학측에는 기존 물량을 공급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석유화학측이 최근 중국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리면서 내수 물량을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에서 사스가 진정되자 폴리에스테르 수요가 늘고 PTA의 중국 수출단가가 50% 늘어나자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여름에는 PTA 제조 공법상 생산량이 주는 시기 인데 국내 화섬사는 일시적으로 폴리에스테를 생산량을 늘리면서 일어나는 엇박자”라고 설명했다.
화섬업체 한 관계자는 “기업이란 이윤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급작스런 통보와 통보 직후 1주일도 안돼 물량이 줄어드는 조치는 상도에 어긋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조조정 시작되나=섬유업체들은 PTA물량 감소에 따라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보다 적은 물량이 들어올 경우 생산 라인 가동 역시 줄어들 뿐만 아니라 현장의 노동자의 일거리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석유화학은 “종전대로 내수와 수출 비중을 기존 7:3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대비해 투매 현상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4월부터 물량이 줄어든 A사의 경우 총 40개 라인 중 4개 라인의 가동이 이미 중단된 상태다. 이 회사 일부 공장에는 생산품이 주차장까지 차지할 정도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B사의 경우 원료가 줄어든 사실을 알게된 노조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노사분규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금강화섬 구미공장 정의성 공장장은 “물량 감소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장기화될 수 있다면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생산 차질은 물론 구조조정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지만 화섬 생산 라인의 직원들을 다른 라인으로 돌리는 등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PTA에 의존도가 적은 SK케미칼 등은 큰 무리 없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조적 모순에 직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화섬업계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 곪은 것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이 지난 IMF를 거치며 자발적이거나 타의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 몸집을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화섬업계를 비롯한 일부 업계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했다.
실례로 동대문을 비롯해 의류 소매점 등은 소비침체로 각종 경영난에 빠져 있지만 원사와 직물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원사 공급과잉 상태는 상당기간 지속돼 온데다가 수요와 공급이 균형감각을 잃은지 오래다
화섬업계 특성상 공급자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어 시장지배력이 높은 공급자가 시장가격이나 공급루트를 조정해왔다. 이 때문에 화섬사들은 무리하게 설비를 증설해 경쟁사보다 시장지배력을 높이려 했고 공급과잉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화섬업체는 이번이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라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화섬업체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중인 화학업체들은 금융비용을 전혀 물지 않고 오히려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워크아웃이나 화의를 겪지 않았던 기업들에 비해 신용등급이 상승하는 특혜가 작용하는 등 기이한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옷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사와 직물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덤핑 거래되는 것은 관련 업체들이 몸집을 줄이지 않은 채 과잉 생산하는데 기인한다”며 “현재는 국내 섬유산업이 뿌리째 뽑히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화학생산기지로 급부상= 전세계 폴리에스테르 생산량의 중국 비중은 95년 13%, 지난해 36%에서 2007년 77%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명실상부한 세계 섬유산업 지배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아시아 PTA 시장도 한국과 대만에서 중국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7월 국내 PTA가격은 톤당 평균 553달러에 형성됐으나 중국의 수출가격은 톤당 560~590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PTA 생산업체들의 중국 수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KP케미칼의 경우 자체 소요량외에는 국내 판매를 완전히 중단해 전량 수출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의 폴리에스테르 생산 시설은 올해 353만톤 규모에서 내년에는 20% 이상 성장한 441만톤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 오승완 정석용 허신열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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