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노사가 함께 사는 길(권화섭 2003.07.03)

지역내일 2003-07-03 (수정 2003-07-04 오전 12:16:39)
노사가 함께 사는 길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의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다. 그것은 노동계, 경제계, 정부 3주체가 서로를 신뢰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노사정은 서로를 불신하며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 정부의 법과 원칙과 여론의 거센 압력에 조기 수습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바로 뒤따라 경제계가 “신노사문화 확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계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이를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해 맞서고 있어 우리경제의 앞날을 캄캄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화 시대는 투자여건이 가장 좋은 곳에 자본이 모이고 바로 그곳이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는 시대이다. 외국 전문가와 언론은 우리나라를 강성 노조와 격렬한 노동분규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월가를 대변하는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우리나라를 “노동국가”로 표현하고 “강성 노조를 그대로 둔 채 외국인 투자를 기대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철도파업 철회 후 노사정 갈등 더 깊어져
그렇다면 불신과 대결로 찌든 우리의 노사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청와대가 추진중인 “유럽식 노사 대타협” 구상은 과연 우리의 노동문화에 적합한 모델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분명하다. 노동계와 경제계가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하려 하지 않는 한 어떤 제도,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도 우리의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어렵다.
그러나 노사간 신뢰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회복할 수 없다. 유럽의 노사 대타협은 장기간의 경제 침체와 고통을 겪고 나서야 노사 양측이 극단적 위기감에서 손을 맞잡은 “벼랑끝 대타협”이었을 뿐이다. 그 결과는 아름답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나 큰 고통과 희생을 치른 후에야 가능해졌다. 우리는 구태여 이런 과정을 밟을 필요가 없다. 그런 과정을 밟고는 남미형 경제파탄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청와대 측은 우리의 노사관계가 “불신과 대립”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한꺼번에 노사 대타협으로 이끌어내기 어려우므로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상급 협의체뿐만 아니라 지역별, 업종별로 다양한 수준의 협의체를 만들도록 할 구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DJ정부 하에서 이러한 유럽형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노사정위원회는 타협과 협력의 장이 아니라 노동계와 경제계가 서로를 윽박질러 굴복시키려 하는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필요에 따라 노와 사를 번갈아 편드는 기회주의적 자세로 임했다. 결과적으로 노사정 3주체의 불신과 대결 관계는 한층 심화되었다.

대화와 신뢰로 한국적 노사협력 모델 찾아야
정부는 더 이상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유럽형 대타협의 핵심은 노사정 3주체가 서로를 철저히 신뢰하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여론과 선거를 의식하지 말고 법과 원칙을 지켜야만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노사관계의 효율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노동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에는 정답이 없다. 특히 타협의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에 유럽식 노사관계 모형을 도입하려는 것은 새로운 혼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지금 우리의 노사정 3주체는 모두 경제적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이념지향적인 자세를 버리고 엄격히 법과 원칙에 입각해 신뢰할 수 있는 노사관계의 중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사 양측이 대결관계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의 틀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나라의 모델이 아닌 우리의 여건과 문화에 적합한 한국적 모델이어야 한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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