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KBS 라디오 ‘가정법원’ 진행자 이명숙 변호사

“부부간 자존심만은 건드리지 말아야”

지역내일 2003-10-07
“상담하러 오신 분들이 가슴속에 묻어둔 아픈 사연을 털어놓을 때면 같이 부둥켜 안고 펑펑 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명숙 변호사를 찾아오는 상담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14년을 여성과 어린이 사건 등 가사사건만 맡다보니 이제는 남성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연수원을 수료할 당시만 해도 여성 변호사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이 변호사를 찾는 곳이 많았다. 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 등 여성피해자들을 살피는 곳은 많았지만 이들이 편하게 상의할 수 있는 여성변호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사사건은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준비서면 작성도 고된 작업이다. 주로 찾아오는 상담자가 집에서 가정일만 돌봤던 주부들인지라 자신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증거가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래서 가사사건은 소위 ‘돈이 안되는 사건’으로 변호사들 사이에서‘힘만 들고 이득은 없는 일’로 통한다.
평소에도 항상 100여건의 사건을 맡고 있다는 이 변호사는 업무이외에도 시민단체, 방송 등의 활동으로 주 7일이 모자를 정도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도 낮 동안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올라온 법률상담에 일일이 답변해 주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새우잠을 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바람’피운 게 스포츠 ? = 이 변호사는 가사소송을 전담하면서 포기할까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 변호사를 버티게 했던 힘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변호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 중 기억에 꼽는 사건은 두 가지. 이혼한 남편에게 빼앗긴 아이를 되찾겠다고 수능 공부를 다시 시작한 어머니와 한 고등학생의 이지매 사건이다. 지방 유지인 남편이 자신의 변호사까지 매수하는 바람에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는 대입시험에 다시 도전,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유치원을 차렸다. 4년 가까이 아이를 데려올 준비를 한 어머니는 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어머니는 마침내 아이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 변호사는 “아이를 찾기 위한 어머니의 모정에 눈시울이 불거졌다”며 “내가 도움이 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강남의 모 고등학교에서 1년 동안 반 아이들이 한 명을 집단 따돌린 사건을 두고 “자식교육의 잘못으로 인해 가정이 큰 고통을 겪은 사건”이라고 기억했다.
도시락에 반 학생 전체가 가래를 뱉는 등의 수모를 당한 학생 가족은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피해학생은 미국에서도 정신병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구속된 가해자 학생 3명의 부모도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이 변호사는 이외에도 “초등학교 4학년 학생 2명이 같은 반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나 바람을 피운 남편이 부인에게 ‘자신은 스포츠를 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의 사건이 너무나 당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적응될 때도 됐는데 이런 사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고 말했다.

◆딸 아이 생각하며 내 일처럼 = 이 변호사는 윤혜(여·10), 윤현(여·7) 두 딸의 어머니다. 이 변호사는 성폭력 상담소 등을 다니다 딸 만한 아이들이 처녁막이 파열된 채 오는 경우를 종종 보고 남같이 생각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이 변호사는 남달리 아동 관련 사건에 관심이 많고 무의식적으로 내 일처럼 해결하려고 노력그리고 피해 사례를 많이 접한 만큼 아이 교육에도 철저했다. 3년 전 아이들이 7살, 4살일 때 이 변호사는 일본에 출장 갈 일이 생겼다.
그 동안 친오빠한테 아이들을 맡기기로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앉혀놓고 남자들이 몸을 만지면 소리를 지르고 때리라고 신신당부했다.
첫 희생자는 아이들의 외삼촌이였다. 작은 아이가 오줌싸지 않은 걸 대견히 여긴 외삼촌은 무심코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거려줬다. 그러자 아이가 갑자기 울면서 외삼촌의 빰을 세게 때린 것. 이 얘기는 한 동안 이 변호사의 철저한 성교육 에피소드로 가족들 사이에 회자됐다.

◆되도록 소송은 피해야 = 이 변호사가 97년 시작한 KBS 라디오 ‘이명숙 변호사의 가정법원’은 외부인사가 진행한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1년이 지난 후 프로그램 평가에서도 꼭 있어야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적도 여러 번 있다.
청취자들도 “많이 배운다”며 격려전화와 감사전화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이 변호사는 “한 사건 한 사건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론을 통해 그리고 강의를 통해 가사문제에 대한 전반적이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여러 변호사들과 함께 가사관련 법무법인을 설립해 공익적인 일을 많이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부부들 문제는 소송까지 가게되면 서로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며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면 소송까지 가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반드시 상대의 말을 수용한 후 나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나 화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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