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 해법은 전문가 설문조사

“경기회복 내년 2분기 이후에 가능”

지역내일 2003-10-10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은 2003년, 한국경제는 현재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20세기말에 찾아온 ‘IMF 환란’을 극복하기 무섭게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2003년 우리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쏟아져 나왔다. 사실 내수가 경제성장을 떠받치기 시작한 때부터 올해의 우리경제 위기는 예견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올해 우리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계는 소비를 하지 않고 기업들은 투자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수출이 두자리 수 성장을 꾸준히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최악인 것은 몇 년 동안 팽창했던 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언제쯤이면 위기에서 벗어날까. 내일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경제전문가와 기업체 임원 등 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 경제가 회복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년 우리경제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봤다. 또 우리 사회 고질병인 부동산 문제와 청년실업 해결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경제전문가들 대부분은 소비둔화 설비투자 감소 등 ‘내수위축’을 경기침체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는 반면 대기업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혼란을 1순위로 꼽았다. 또 경제전문가나 기업체 임원들은 올해 안에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으며 내년 2분기나 돼야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일신문이 지난 7~8일 경제전문가와 기업체 임원 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하고 내년 2분기 이후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가계부실로 촉발된 카드채 후유증이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문제”라며 “소득과 자산이 감소하다보니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기업투자가 위축된 것도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이라며 “생산성을 앞지르는 임금상승에다 최근 환율 하락으로 한계기업들의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돼 투자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카드로 인한 과잉소비에 대한 조정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지난 정부에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과잉소비를 유발시킨 반작용이 올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정책실패가 내수위축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창보 튜브투자자문 대표는 “내수위축은 지난해말 정부가 과도하게 가계대출을 억제한데서 비롯됐다”면서 “어떤 정책이든 연착륙이 중요한데, 정부는 너무 급하게 가계대출을 축소시켰다”고 말했다.
기업체 임원 16명 중 9명은 노무현 정부의 미숙한 경제정책운용을 경기침제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체 임원은 “부동산 대책, 남북관계 등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정책운영이 미국 등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하고 “경제가 좋아질 만하면 정치적인 악재가 뒤따라 늘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경기 “이미 회복되기 시작했다” 진단도 =언제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빠르면 내년 상반기 아니면 하반기나 돼야 회복기미가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 4분기부터 경기가 확연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정부보다 훨씬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일부는 올 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보기도 했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부터 수출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가계부채 부담, 부동산 시장 과열 등 걸림돌 때문에 내수회복이 더뎌 전반적인 경기회복 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윤수 LG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내 경기회복은 어려워 보인다”며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완만한 회복을 시작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경제전문가들보다 향후 경기를 더욱 어둡게 내다봤다. 설문에 응한 16개 업체 임원 중 9명이 빨라야 내년 2분기부터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4명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모 업체 임원은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부터는 점차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2%대=경제전문가 15명은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5%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5%가 가능하다고 본 사람은 대우증권 박종수 사장 등 일부 금융권 CEO들이었다. 대기업체 임원들 역시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3%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 업체는 두곳에 불과했다.
◆예측 가능한 정책 주문=경기 활성화를 위해 노무현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경제전문가들과 기업체 임원들은 노사문제 해결과 예측 가능한 경제정책을 우선과제 과제로 꼽았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참여정부는 설비투자 확대, 정보화산업, 기술개발 등 기업들의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배정충 사장은 정치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주문했고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한 뒤 분배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시장을 통한 자율규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해놓고 실제 노조의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박종수 사장은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LG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은 “동북아경제중심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연구소장과 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노사문제 해결 없인 경제회생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모 기업체 임원은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기업활동을 규제 철폐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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