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크 사이버 외교관 여러분, 저는 미국에 거주하는 권은석입니다. 미국 교과서의 한국에 대한 왜곡된 부분을 제보하고자 합니다. 이 교과서는 만주의 고구려, 남쪽 해상의 백제는 한반도 내의 작은 세력으로 묘사했으며 만주를 다스리던 발해는 한국의 역사가 아닌 중국의 역사로 소개합니다 … 또한 한반도 최초의 국가는 고조선이 아닌 한 4군이며 세계지도에는 ‘동해’는 없고 ‘일본해’만 있습니다.”
올해 초 박기태(29) 반크(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약자) 대표에게 미국에 있는 교민이 제보를 해왔다. 제보 내용은 미국의 교과서 회사인 글렌코에서 발행하는 교과서에 우리나라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담겨있다는 것.
박 대표는 즉시 미국에 있는 반크 회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 다른 미국 교과서와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출판사 정보를 미 전지역에서 수집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반크 회원들은 수집한 정보를 대상으로 미국 내 대형 유명 교과서 출판사 300곳에 우편 및 이메일 항의서한 발송운동을 전개했다. 항의 운동에는 1만 20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과 그 가족들이 총동원됐다.
그 결과 여러 출판사들이 교과서에 동해 표기를 하기 시작했다. 또 10월 14일에는 미국 최 대 교과서 출판사인 맥그로 힐에서 내년 교과서 개정에 한국사 관련 오류를 고치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대한민국 정부조차 못했던 일을 마친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 대한 잘 못된 정보를 접했을 때 마치 내 부모나 형제들을 욕하는 것처럼 느껴 시작한 일이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다”고 웃었다.
◆우연히 시작한 ‘한국 바로 알리기’= 박 대표는 ‘반크’의 시작이 아주 우연히,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목적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1999년 초, 방송국 웹 피디를 하던 그는 외국인들과 펜팔을 통해 영어도 익히고 국제감각도 키워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
이에 미주, 유럽 등 각 대학 아시아 관련 게시판에 무작정 자기 소개서를 보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한국의 박기태인데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이버 관광가이드가 돼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 하면 중국이나 일본을 떠올리던 서구인들에게 낯선 한국인의 존재는 흥미로웠던지 매일 수 십 통의 이메일이 쏟아졌다.
이렇게 외국 네티즌들과의 이 메일 펜팔 교류를 주제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어학에 관심이 많은 초중고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자발적 네트워크, 반크가 시작됐다. 박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는 외국친구와의 개인적인 교류차원에만 머물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관심은 내가 아닌 내가 사는 나라 ‘한국’이었다.
◆외국의 한국 편견에 충격 = 어느 날 박 대표는 몇몇 외국친구들로부터 황당한 이메일을 받았다. 이 메일 내용은 “학교 다닐 때 한국은 ‘중국과 일본사이에 낀 새우국가’라고 배웠고 수천년 동안 이 두 나라의 식민지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지금처럼 발전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박 대표는 기가 차서 그들이 배운 교과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그렇게 확인한 외국 교과서는 참담했다. 일본과 중국 분량의 1/20도 안 되는 한국편에는 전쟁고아와 소가 쟁기를 끄는 사진이 버젓이 올라있었다. 내용도 부정적, 수동적이 주를 이뤘다.
이런 경험들을 모든 반크 회원들에게 알렸고 반크는 이때부터 ''해외펜팔-관광가이드 역할’에서 ‘국가-홍보 사이버 외교관’으로 전환됐다.그는 해외정보수집, 외신뉴스번역, 외국교과서 시정, 국제서한 보내기, 외국어 교육 등을 통해 회원들을 사이버 외교관으로 양성시켰다.
그는 배출된 사이버 외교관들과 한국을 바로알리는데 총력을 다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박 대표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반크에 함께 참여해온 아내의 격려에 힘을 얻었다”며 “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혁혁한 전과들 = 반크가 본격적인 한국 바로 알리기를 시작한 것은 2001년 말이었지만 그동안 이 단체가 거둔 성과는 작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의 최대 고교 교과서 출판사인 ‘맥그로 힐’(McGraw Hill)이 다음 역사 교과서 발간 때 그동안 지적돼 온 한국사 오류를 고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 이전에는 미국의 대형교과서 출판사인 ‘BJU프레스’가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다.
2001년 말에는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한 2001년 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고 동해가 일본해로 이름이 바뀌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함께 싣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반크는 올해 초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만 민간 외교관 양성해 한국 이미지 개선할 것”= 박 대표는 앞으로의 국가 이미지는 과거 국가홍보방식에서 벗어나 민간홍보방식이 좌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앞으로 반크를 통해 20만명의 민간 사이버 외교관을 양성해 1인당 5명씩 모두 100만명의 해외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제, 역사, 문화를 홍보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주인공은 유명인사가 아니라 평범함 국민 모두라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알려나갈 생각입니다.”
/ 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올해 초 박기태(29) 반크(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약자) 대표에게 미국에 있는 교민이 제보를 해왔다. 제보 내용은 미국의 교과서 회사인 글렌코에서 발행하는 교과서에 우리나라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담겨있다는 것.
박 대표는 즉시 미국에 있는 반크 회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 다른 미국 교과서와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출판사 정보를 미 전지역에서 수집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반크 회원들은 수집한 정보를 대상으로 미국 내 대형 유명 교과서 출판사 300곳에 우편 및 이메일 항의서한 발송운동을 전개했다. 항의 운동에는 1만 20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과 그 가족들이 총동원됐다.
그 결과 여러 출판사들이 교과서에 동해 표기를 하기 시작했다. 또 10월 14일에는 미국 최 대 교과서 출판사인 맥그로 힐에서 내년 교과서 개정에 한국사 관련 오류를 고치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대한민국 정부조차 못했던 일을 마친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 대한 잘 못된 정보를 접했을 때 마치 내 부모나 형제들을 욕하는 것처럼 느껴 시작한 일이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다”고 웃었다.
◆우연히 시작한 ‘한국 바로 알리기’= 박 대표는 ‘반크’의 시작이 아주 우연히,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목적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1999년 초, 방송국 웹 피디를 하던 그는 외국인들과 펜팔을 통해 영어도 익히고 국제감각도 키워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
이에 미주, 유럽 등 각 대학 아시아 관련 게시판에 무작정 자기 소개서를 보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한국의 박기태인데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이버 관광가이드가 돼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 하면 중국이나 일본을 떠올리던 서구인들에게 낯선 한국인의 존재는 흥미로웠던지 매일 수 십 통의 이메일이 쏟아졌다.
이렇게 외국 네티즌들과의 이 메일 펜팔 교류를 주제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어학에 관심이 많은 초중고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자발적 네트워크, 반크가 시작됐다. 박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는 외국친구와의 개인적인 교류차원에만 머물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관심은 내가 아닌 내가 사는 나라 ‘한국’이었다.
◆외국의 한국 편견에 충격 = 어느 날 박 대표는 몇몇 외국친구들로부터 황당한 이메일을 받았다. 이 메일 내용은 “학교 다닐 때 한국은 ‘중국과 일본사이에 낀 새우국가’라고 배웠고 수천년 동안 이 두 나라의 식민지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지금처럼 발전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박 대표는 기가 차서 그들이 배운 교과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그렇게 확인한 외국 교과서는 참담했다. 일본과 중국 분량의 1/20도 안 되는 한국편에는 전쟁고아와 소가 쟁기를 끄는 사진이 버젓이 올라있었다. 내용도 부정적, 수동적이 주를 이뤘다.
이런 경험들을 모든 반크 회원들에게 알렸고 반크는 이때부터 ''해외펜팔-관광가이드 역할’에서 ‘국가-홍보 사이버 외교관’으로 전환됐다.그는 해외정보수집, 외신뉴스번역, 외국교과서 시정, 국제서한 보내기, 외국어 교육 등을 통해 회원들을 사이버 외교관으로 양성시켰다.
그는 배출된 사이버 외교관들과 한국을 바로알리는데 총력을 다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박 대표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반크에 함께 참여해온 아내의 격려에 힘을 얻었다”며 “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혁혁한 전과들 = 반크가 본격적인 한국 바로 알리기를 시작한 것은 2001년 말이었지만 그동안 이 단체가 거둔 성과는 작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의 최대 고교 교과서 출판사인 ‘맥그로 힐’(McGraw Hill)이 다음 역사 교과서 발간 때 그동안 지적돼 온 한국사 오류를 고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 이전에는 미국의 대형교과서 출판사인 ‘BJU프레스’가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다.
2001년 말에는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한 2001년 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고 동해가 일본해로 이름이 바뀌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함께 싣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반크는 올해 초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만 민간 외교관 양성해 한국 이미지 개선할 것”= 박 대표는 앞으로의 국가 이미지는 과거 국가홍보방식에서 벗어나 민간홍보방식이 좌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앞으로 반크를 통해 20만명의 민간 사이버 외교관을 양성해 1인당 5명씩 모두 100만명의 해외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제, 역사, 문화를 홍보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주인공은 유명인사가 아니라 평범함 국민 모두라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알려나갈 생각입니다.”
/ 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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