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잡아야 나라산다] 부동산이 만병의 근원

주거비 급등, ‘고비용’ 양산

지역내일 2003-10-27 (수정 2003-10-27 오후 3:31:57)
부동산투기붐이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확대시키고 있다. 부동산으로의 자금이동은 주식시장 침체와 기업으로의 자금이동을 차단하고 지역간, 계층간 불협화음을 조장, 사회통합을 가로막기도 한다. 또 노동자들에게는 근로의욕 저하를 유발하고 노사관계를 악화시켜 한국경제의 ‘저효율 고비용’구조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자본시장 왜곡=부동산 투기바람이 자본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투자자금은 증시를 빠져나가 부동산으로 몰리는 바람에 주식시장이 침체를 지속하고 직접금융을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10월 23일 현재 수익증권(펀드) 잔고가 154조44억원으로 올 초에 비해 10조원이나 감소했다. 주식형 수익증권에서는 지난달에 비해 4480억원 줄었다. 혼합 채권형과 혼합 주식형에서도 각각 1430억원, 7910억원이나 빠져 나갔다. 그러나 채권형과 MMF에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금이 갈 데가 없다는 반증이다. 장기채권형 펀드에는 3270억원, 단기 채권형 펀드에는 9060억원 유입됐다. MMF 잔고는 1조2810억원이나 늘었다. 잔고가 10조3480억원인 뮤추얼펀드에서는 주식형에서 이달에만 340억원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이 수급불균형을 유발시키고 이에 따라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이후 이달 23일까지 태국 싱가폴 나스닥 다우 등은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국내시장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태국지수는 12.5% 상승했으며 싱가폴과 홍콩은 각각 8.0%, 7.6% 올랐다. 대만시장에선 외국인들이 강하게 매수하면서 지수를 5.3% 끌어올렸고 나스닥과 다우지수도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각각 4.8%, 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거래소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7.8%, 0.7% 하락하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0.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증시 침체는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은행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공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모기업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주식시장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공모를 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하락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의 왜곡된 흐름이 투자의 선순환을 막고 있는 셈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은 투자자금의 선순환을 막게 된다”면서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저효율, 고비용 구조’의 원인=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저효율 고비용 구조’의 중요한 원인이 돼 왔다. 비생산적인 부동산 부문의 가격상승이 임대료와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기업활동의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등 주택가격 상승은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요구를 부추겨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배경이 돼왔다.
실제 지난 2001년 1월 이후 올 9월말까지 가계소득 증가율은 15.3%에 불과한 반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52.7%, 강남지역의 경우 87%나 급상승했다. 최근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노사관계가 격화돼 온 것도 이처럼 소득에 비해 주거비용의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한 금통위원은 “최근 노동자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임금에 비해 주거비와 교육비 등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며 “노사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은 임금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키는 한편,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 일으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행 함정호 금융경제연구원장은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의 노동의욕이 급격히 감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을 차곡차곡 모아봐야 전세값 올려주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이 높아지기를 바랄 수 있느냐는 얘기다.
함 원장은 또 “개발시대부터 일부 상류층들이 여유자금이나 비대칭적 정보를 활용, 부동산을 통해 치부해 왔다”며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부에 대한 정당성이 인정되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과 과도한 평등주의가 만연해진 측면이 있다”며 부동산 문제를 사회발전의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세대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내집마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등 후세대의 부담을 증가시켜 세대간 불만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빈익빈 부익부 심화=부동산 거품은 또 지역·계층별 차이를 심각하게 벌려놓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요지역의 주택(아파트+단독주택+연립주택) 매매가격은 9월말 현재 지난해 말 대비 평균 5.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6%였다. 주요 지역별로는 충남 천안지역이 22.6% 뛰어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으며 ▲광명(18.5%) ▲ 대전(17.7%) ▲수원 (16.6%) ▲안산(10.7%) 등도 1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지역은 평균 6.8% 오른 가운데 강남지역 상승률이 10.2%로 강북지역(2.9%)보다 3.5배 높았다.
그러나 ▲대구(2.2%) ▲광주(0.5%) ▲울산(3.0%) 등은 3%이하의 낮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포항(0 .1%) ▲마산(0.6%) ▲순천(1.7%) ▲전주(2.0%) 등도 상승률이 낮았다. ▲목포(―2.9%) ▲익산(―2.6%) ▲구미(―0.8%) ▲군포(―0.5%) 등의 주택가격은 올들어 오히려 떨어졌다.
소액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도 대부분 수익을 얻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올들어 627.55포인트에서 748.17포인트로 19.22% 상승했다. 이달에는 697.52포인트에서 748.17포인트로 7.26%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사고 개인투자자와 기관들은 매도하는 데 급급했다. 올해동안 개인투자자는 4조7996억원, 기관은 6조8141억원 팔아치웠고 외국인들은 9조9839억원 사들였다. 이달에도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2924억원, 1조1369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조4462억원 순매수해 손익이 크게 갈렸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돈이 있는 사람은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많이 챙겼고 주식에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도 이익을 얻지 못했다”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박준규 구본홍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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