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왜 느닷없이 ‘특검공세’인가(임재경 2003.10.29)

지역내일 2003-10-28 (수정 2003-10-29 오전 10:52:26)
왜 느닷없이 ‘특검공세’인가
임재경 언론인


변화무쌍한 것이 정치라는 이야기는 진부할 터이나 지난 보름 동안 이 나라 정치판 돌아가는 몰골은 정말 목불인견이다. 연일 신문에 대서특필된 그 간의 경과를 여기서 되뇌는 것은 한가한 일이지만 한나라당의 검찰관련 언행 몇 가지만을 추려 보아야겠다.
박지원-권노갑 문제는 제쳐놓고 <굿모닝 시티=""> 추문으로부터 최도술 사건이 터져 나오기까지 한나라당의 검찰 추어주기는 듣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보수-우익의 질시 대상인 강금실 법무장관을 여장부 운운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이 최병렬 대표인데, 일언 하여 검찰이 썩 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최돈웅 의원의 SK 100억원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법조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검찰청에 우르르 몰려가는 야인 세계에서나 있음직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이 꼬이느라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투표제의가 재신임 우세로 여론이 돌자 한나라당 대표는 “검찰 철저 수사 후 국민투표실시”를 제기하더니 SK 100억원이 사실로 드러나고는 마침내 석고대죄(거적을 깔고 앉아 벌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죄한다고 하였다.
석고대죄라는 고색창연한 표현을 빌려와야 할 만큼 자책의 느낌이 강하였다면 그에 걸맞게 자숙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옳은데 그 뒤에 이어진 말과 행동은 정반대였다. 검찰을 못 믿겠으니 특별검사를 임명하여야하며 여당이 응하지 않으면 한나라당 단독으로 특검법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원내총무가 나서서 큰 소리를 쳤다.

한나라, ‘석고대죄’한다면서 특검 요구하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의 소장파, 그리고 공공연하게 반 노무현의 깃발을 내건 거대 인쇄매체들조차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형편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였을 때 국민적 대표성을 지닌 국회에서 여야 합의아래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재수사를 편 일이 있었고 지난 날 부천 경찰서의 성고문 사건, <라스포사 스캔들="">등에 대한 특검 수사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번의 불법 정치자금 건은 검찰이 막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판인데 이 시점에서 검찰이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은 국회가 다수당의 힘을 빌려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적당한 선에서 얼버무리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솔직하게 말하여 16대 국회를 쥐락펴락했던 실력자들의 상당수가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혐의자라고 한다면 어디서 어떤 사람을 골라 특별검사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인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혹시 미국이나 일본, 아니면 이탈리아에서?
검찰이 역대 정권 하에서 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과 동시에 이루어진 일련의 검찰 개혁조치 - 강금실 법무 임명, 젊은 검사들과 대통령의 공개토론, 쇄신 인사 등 - 로 일선 검사들의 사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그들이 이 기회에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각오가 최도술 사건의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국민의 피부에 와 닿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줄 믿는다.
검찰이 나라의 안팎 정치를 통틀어 책임질 일도 아니려니와 물론 그래서도 안 된다. 검찰의 신나는 질주가 정치개혁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과제를 험한 길로 몰고 갈 개연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난번 대통령선거의 불법 정치 자금의 실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밝혀야한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원내의 모든 정당들이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인하여 달걀을 프라이팬에 스크램블(scramle)한 모양이 되었다. 노른자위와 흰자위를 구별할 수 없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요리사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일부는 이미 타버렸다. 아직 암탉이 새 알을 낳지 않은 상태에서 달걀 요리를 전부 내버릴 수는 없고 타지 않은 부위 일랑 숟가락으로 골라 떠먹어야 할 판이다.

‘물타기 특검’ 보다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서투른 요리사를 탓할 것인가, 아니면 프라이팬을 내버릴 것인가. 극단론자들은 이 참에 달걀 요리는 먹지 말자고 할는지 모르겠다. 내각책임제 개헌론자들이 그에 해당한다.
변화무쌍한 것이 정치인데 정치를 업으로 삼는 인간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자신이 도태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한사코 변화에 저항한다. 정치인의 다수가 이제까지의 현실, 혹은 관례를 들어 서서히 고쳐 나가야한다고 말하는데 ‘서서히’는 곧 자신을 예외로 하는 조건부의 변화이다. 나는 이런 ‘서서히 정치인들’이야말로 이 기회에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구변이 좋고 머리 회전이 빨라도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국민을 이끌 정치인이 될 자격이 없다. 정치개혁을 하지 않고는 나라안에 만연된 불법과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없으며 더구나 분단극복과 같은 거창한 민족적 과제에 한발짝도 다가설 수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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