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지 40여일. 거제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일운면 와현마을은 곳곳에 집터만 휑하니 남았고 곳곳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만조와 태풍이 겹쳐 몰아치는 해일에 77가구 중 해안변의 29가구가 전파되거나 반파되고 나머지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이정옥(75)씨는 “59년의 사라호 태풍은 매미의 고손자뻘도 안 된다”며 이번 태풍의 위력과 피해 정도를 전한다. 이씨는 주택이 전파된 10여 가구와 함께 교회봉사단이 기증한 4평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힘든 겨울나기에 들어갔다.
◇ 거제시, 상습지역 집단이주 = 거제시는 상습 태풍피해지역인 이 마을을 해안변에서 50m뒤로 집단 이주키로 했다. 시는 피해 지역 내 34가구부지를 매입해 해변 테마공원과 주차장 등으로 조성해 해수욕장은 활성화하고 근본적인 태풍피해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은 내년 5월까지 주택이 완공돼야 새집에서 살수 있는데 부지매입과 주택건립 등에 모두 155억원의 사업비가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의 시급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와현마을 김은도(75)씨는 “피난 생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더운물이 안나오고, 공동 간이화장실 사용이 어렵지만 올 겨울은 이렇게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민박으로 먹고사는 형편인데 내년 해수욕장 개장 전까지 집단이주가 완료돼 민박을 할 수 있도록 시와 정부가 적극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60여가구가 살고 있는 인근의 예구마을도 19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7가구가 컨테이너에서 생활히고 있다. 마을 해변도로 약 1km가 완전히 사라져 임시로 복구한 도로로 주민들은 통행하고 있으며, 축사와 반파된 주택 등이 흉물스럽게 남아 완전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춘일(64) 이장은 “바다로 먹고사는 마을인데, 100m선착장이 복구가 안돼 생업에 큰 지장이 있다”며 “선착장복구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장은 “전파된 가구의 경우 3000만원(융자 60%, 보조 40%, 자부담 10%)이 나오지만 이 돈으로는 주택신축은 사실상 힘들다”며 “겨울도 다가오는데 언제 따뜻한 집에서 살수 있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주민들은 “전국에서 찾아 온 자원 봉사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복구를 해주고, 이불과 옷가지를 비롯해 쌀, 라면 등 생필품을 보내 줘 당장 생활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며 “국민들에게 너무 감사한다”고 말한다.
◇ 양식업계 빈사직전 = 양식업 어민들은 빈사직전이다.여수지역은 수산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전체 2100여억원의 피해액 가운데 해상가두리시설 등 증·양식장 피해만 1200억원 가량 입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산피해는 100% 원상복구를 할 수 없다는데 있다. 현재 수산피해 복구는 피해액의 50%가 선급금으로 어민들에게 지급돼 복구에 착수했으며, 나머지는 50%는 복구한 후 준공검사를 거쳐 지급하게 된다.
치어(稚魚) 피해는 치어로 복구하고 성어(成魚) 피해는 성어로 복구해야 원상 복구비를 지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치어는 국내 종묘장 등에서 살 수 있으나, 성어의 경우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고, 수입할 경우에도 식품으로 분류돼 양식에는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어민들은 성어 피해도 치어로 복구할 수밖에 없고, 복구비용은 사실 성어이지만 치어 값으로 정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거제 인근 바다에서 2ha의 가두리 양식장을 10년간 운영하는 김모(58)씨. 김씨는 이번 태풍으로 85% 이상의 가두리 시설이 파괴돼 2~3년간 자식처럼 기르던 우럭 농어 참돔 등 물고기가 달아나 약 30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태풍이후 매일 바다에서 복구에 전념하고 있다. 통영 거제지구 양식장이 절단 나는 바람에 입식할 고기와 시설복구를 위한 재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서 재기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나마 전남 흑산도까지 가서 구입하지만 가격도 50% 이상 인상돼 부담이 적지 않다.
김씨는 복구비 선지급율을 50%에서 상향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양식어장 구조조정 등 피해복구지원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바라고 있다.
◇ 피해 소상인 대출조건 완화해야 = 매미로 큰 피해를 본 마산 어시장(재래시장) 상인들과 해안가 소상공인들의 경우 피해를 입은 점포가 880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전혀 피해보상이 되지 않고 위로금이 점포당 200만원 지급됐다. 나머지 복구는 각 업주가 피해지원 융자를 받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담보나 보증서가 있어야 대출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영세상인들의 경우에는 융자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까지 접수된 대출내역은 총689건에 322억100만원이었다. 그러나 29일부터 시작한 대출은 233건에 70억8600만원뿐이었다. 피해 상가들이 대분분 임대(76%)형태로 담보 능력이 없는 것이 주 원인이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서 만난 박복랑(62·횟집 경영)씨는 “융자를 해준다고 하지만 하도 절차가 까다로워 포기하고, 농협에서 6%의 이자를 주고 빌렸다”고 말했다.
◇ 정부, 보상이 아니라 지원 = 정부는 자연재해에 대해‘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해 정부가 피해주민들이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해 지원하는 것이지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소상공인 등의 지원에 대해선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행자부는 선진국처럼 ‘자연재해보험제도’ 도입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 보험개발연구원에 재해보험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다.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오면 2004년 말까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법령제정, 보험시행주체(공영·민영) 및 가입형태(의무·임의) 결정 등을 거쳐 2005년부터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방재관은 “자연재해보험제도가 도입되면 안정적 기금이 확보돼 사회 구호적 성격이 강한 국가지원체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으며, 보험회사의 참여를 통해 재해위험지역의 체계적인 관리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 백왕순·거제 원종태·여수 홍범택 마산 문진헌·부산 정연근 기자 wspaik@naeil.com
만조와 태풍이 겹쳐 몰아치는 해일에 77가구 중 해안변의 29가구가 전파되거나 반파되고 나머지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이정옥(75)씨는 “59년의 사라호 태풍은 매미의 고손자뻘도 안 된다”며 이번 태풍의 위력과 피해 정도를 전한다. 이씨는 주택이 전파된 10여 가구와 함께 교회봉사단이 기증한 4평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힘든 겨울나기에 들어갔다.
◇ 거제시, 상습지역 집단이주 = 거제시는 상습 태풍피해지역인 이 마을을 해안변에서 50m뒤로 집단 이주키로 했다. 시는 피해 지역 내 34가구부지를 매입해 해변 테마공원과 주차장 등으로 조성해 해수욕장은 활성화하고 근본적인 태풍피해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은 내년 5월까지 주택이 완공돼야 새집에서 살수 있는데 부지매입과 주택건립 등에 모두 155억원의 사업비가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의 시급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와현마을 김은도(75)씨는 “피난 생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더운물이 안나오고, 공동 간이화장실 사용이 어렵지만 올 겨울은 이렇게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민박으로 먹고사는 형편인데 내년 해수욕장 개장 전까지 집단이주가 완료돼 민박을 할 수 있도록 시와 정부가 적극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60여가구가 살고 있는 인근의 예구마을도 19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7가구가 컨테이너에서 생활히고 있다. 마을 해변도로 약 1km가 완전히 사라져 임시로 복구한 도로로 주민들은 통행하고 있으며, 축사와 반파된 주택 등이 흉물스럽게 남아 완전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춘일(64) 이장은 “바다로 먹고사는 마을인데, 100m선착장이 복구가 안돼 생업에 큰 지장이 있다”며 “선착장복구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장은 “전파된 가구의 경우 3000만원(융자 60%, 보조 40%, 자부담 10%)이 나오지만 이 돈으로는 주택신축은 사실상 힘들다”며 “겨울도 다가오는데 언제 따뜻한 집에서 살수 있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주민들은 “전국에서 찾아 온 자원 봉사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복구를 해주고, 이불과 옷가지를 비롯해 쌀, 라면 등 생필품을 보내 줘 당장 생활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며 “국민들에게 너무 감사한다”고 말한다.
◇ 양식업계 빈사직전 = 양식업 어민들은 빈사직전이다.여수지역은 수산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전체 2100여억원의 피해액 가운데 해상가두리시설 등 증·양식장 피해만 1200억원 가량 입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산피해는 100% 원상복구를 할 수 없다는데 있다. 현재 수산피해 복구는 피해액의 50%가 선급금으로 어민들에게 지급돼 복구에 착수했으며, 나머지는 50%는 복구한 후 준공검사를 거쳐 지급하게 된다.
치어(稚魚) 피해는 치어로 복구하고 성어(成魚) 피해는 성어로 복구해야 원상 복구비를 지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치어는 국내 종묘장 등에서 살 수 있으나, 성어의 경우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고, 수입할 경우에도 식품으로 분류돼 양식에는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어민들은 성어 피해도 치어로 복구할 수밖에 없고, 복구비용은 사실 성어이지만 치어 값으로 정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거제 인근 바다에서 2ha의 가두리 양식장을 10년간 운영하는 김모(58)씨. 김씨는 이번 태풍으로 85% 이상의 가두리 시설이 파괴돼 2~3년간 자식처럼 기르던 우럭 농어 참돔 등 물고기가 달아나 약 30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태풍이후 매일 바다에서 복구에 전념하고 있다. 통영 거제지구 양식장이 절단 나는 바람에 입식할 고기와 시설복구를 위한 재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서 재기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나마 전남 흑산도까지 가서 구입하지만 가격도 50% 이상 인상돼 부담이 적지 않다.
김씨는 복구비 선지급율을 50%에서 상향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양식어장 구조조정 등 피해복구지원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바라고 있다.
◇ 피해 소상인 대출조건 완화해야 = 매미로 큰 피해를 본 마산 어시장(재래시장) 상인들과 해안가 소상공인들의 경우 피해를 입은 점포가 880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전혀 피해보상이 되지 않고 위로금이 점포당 200만원 지급됐다. 나머지 복구는 각 업주가 피해지원 융자를 받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담보나 보증서가 있어야 대출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영세상인들의 경우에는 융자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까지 접수된 대출내역은 총689건에 322억100만원이었다. 그러나 29일부터 시작한 대출은 233건에 70억8600만원뿐이었다. 피해 상가들이 대분분 임대(76%)형태로 담보 능력이 없는 것이 주 원인이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서 만난 박복랑(62·횟집 경영)씨는 “융자를 해준다고 하지만 하도 절차가 까다로워 포기하고, 농협에서 6%의 이자를 주고 빌렸다”고 말했다.
◇ 정부, 보상이 아니라 지원 = 정부는 자연재해에 대해‘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해 정부가 피해주민들이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해 지원하는 것이지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소상공인 등의 지원에 대해선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행자부는 선진국처럼 ‘자연재해보험제도’ 도입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 보험개발연구원에 재해보험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다.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오면 2004년 말까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법령제정, 보험시행주체(공영·민영) 및 가입형태(의무·임의) 결정 등을 거쳐 2005년부터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방재관은 “자연재해보험제도가 도입되면 안정적 기금이 확보돼 사회 구호적 성격이 강한 국가지원체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으며, 보험회사의 참여를 통해 재해위험지역의 체계적인 관리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 백왕순·거제 원종태·여수 홍범택 마산 문진헌·부산 정연근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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