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부터 범인 검거과정까지 사건 해결의 전 과정 동안 형사들과 동고동락하며 ‘반 형사, 반 PD’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방송 300회를 맞은 경인방송 ‘리얼 TV, 경찰24시(매주 월요일 밤 10시50분)’제작진이 그 주인공.
1997년 10월 경인방송 개국과 함께 첫선을 보인지 올해로 7년째인 이 방송은 16명의 PD가 6mm 카메라를 들고 사건 발생부터 잠복, 수사, 범인 검거 현장까지 형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ENG 카메라 제작방식이 아닌 6mm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PD 1인 제작시스템은 거의 이들이 방송계에 처음 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을 다룬 타 방송사의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선정성과 폭력성 시비에 휘말려 막을 내린 데 반해 ‘경찰24시’는 7년여의 세월 동안 시청자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해왔다.
◆초창기 협조 공문 거절 일쑤 = 처음 이 프로를 기획했던 백민섭 책임 프로듀서(CP)는 경인방송 개국 당시 중앙방송과 차별화되는 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생치안과 가까이 있어 세태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경찰’이란 직업은 가장 걸맞는 소재였다.
그럼에도 부정적 집단으로만 그려져온 경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그들의 실상과 현장에서의 고충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은 것도 또다른 목표였다.
이러한 취지 아래 이제는 방송 300회를 맞을 만큼 장수한 인기프로그램으로 성장했지만 ‘경찰24시’의 7년여 세월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드라마나 재연이 아닌 실제상황을 담은 경찰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협조가 필수였지만 초창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회 촬영 당시 경기 지역 각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수사현장에 동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사에 방해가 되고 얼굴 노출로 범인 검거가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백민섭 CP는 “사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기자나 PD를 만나면 이득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로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아무 것도 안찍고 경찰서를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하면서 내가 ‘적군’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하려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겨우 허락은 받아냈지만 초창기에는 형사들은 카메라를 피해 도망다니고 PD들은 좋은 그림을 잡으려고 쫓아 다니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데다 수사기법 노출 등 경찰의 정보보호 요청을 지킨 제작진의 노력은 특이한 사건 제보를 경찰로부터 먼저 받는 등 전폭적인 협조를 얻는데까지 이르렀다.
◆담당 PD 조폭에 납치되기도 = 제작진 모두가 형사들과 숙식을 같이 하다보니 무용담과 에피소드도 많았다.
조직폭력배의 갈취 현장 물증을 잡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들고 투입됐던 담당 PD가 5시간 동안 납치됐는가 하면 백CP가 달아나는 범인을 추격해 붙잡은 일은 경찰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또 일명 ‘아리랑치기’를 하던 범인을 검거했으나 훔친 돈이 발견되지 않아 제작진이 촬영한 비디오를 돌려본 결과 경찰차에 오르기 직전 돈을 버린 장면이 발견돼 증거물로 활용된 일도 있었다.
백 CP에게는 특히 인천 지역 3대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한 과정을 담은 촬영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두달반 동안 전부 2주 정도의 시간밖에 자지 못하면서 기동대원들과 숙식을 같이 했다”며 “그 결과 80명의 마약조직원들을 검거, 38명이 구속기소돼 인천 지역 마약가격이 한동안 오를 정도였다”고 웃었다.
◆수사시스템 개선되야 = 백 CP는 일선 경찰서 수사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잊지 않았다. 선진국형 과학수사를 늘 요구하지만 실제 일선서 수사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 발생에 비해 형사들의 수도 적지만 수사의 질보다 실적이 중시되고 경험에만 의존하는 관행과 미해결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민생치안 해결을 위해 경찰이 질적인 수사를 할 수 있으려면 인력과 재원이 뒷받침 되야 하고 경찰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히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이긴 하지만 검거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다보니 모방범죄와 수사기법 노출, 피의자 인권침해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 과장된 배경음악과 영웅으로 그려지는 형사들의 모습 때문에 다큐라기 보다는 오락물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 CP의 뒤를 이어 6개월 전부터 ‘경찰24시’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강성욱 PD는 “좋은 그림을 잡으려는 제작진의 욕심에서 테크니컬한 부분에 천착하다보면 프로그램의 특성상 인권침해 소지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선정적 장면에 대한 유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다큐는 절대 거짓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를 위해 강 PD는 “이미지컷은 절대 쓰지 않고 개연성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항상 자기검열에 충실하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좋은 비쥬얼임에도 절대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러한 노력 덕에 그간 방송위원회 심의에서 지적받은 사례가 경고와 주의 각 2회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사건과 경찰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으로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다는 제작진은 “생생한 프로그램과 자극적인 연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심정이지만 가공되지 않은 사실을 전한다는 대원칙 아래 인권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강성을 잃지 않겠다”고 앞으로의 제작 포부를 밝혔다.
/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최근 방송 300회를 맞은 경인방송 ‘리얼 TV, 경찰24시(매주 월요일 밤 10시50분)’제작진이 그 주인공.
1997년 10월 경인방송 개국과 함께 첫선을 보인지 올해로 7년째인 이 방송은 16명의 PD가 6mm 카메라를 들고 사건 발생부터 잠복, 수사, 범인 검거 현장까지 형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ENG 카메라 제작방식이 아닌 6mm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PD 1인 제작시스템은 거의 이들이 방송계에 처음 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을 다룬 타 방송사의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선정성과 폭력성 시비에 휘말려 막을 내린 데 반해 ‘경찰24시’는 7년여의 세월 동안 시청자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해왔다.
◆초창기 협조 공문 거절 일쑤 = 처음 이 프로를 기획했던 백민섭 책임 프로듀서(CP)는 경인방송 개국 당시 중앙방송과 차별화되는 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생치안과 가까이 있어 세태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경찰’이란 직업은 가장 걸맞는 소재였다.
그럼에도 부정적 집단으로만 그려져온 경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그들의 실상과 현장에서의 고충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은 것도 또다른 목표였다.
이러한 취지 아래 이제는 방송 300회를 맞을 만큼 장수한 인기프로그램으로 성장했지만 ‘경찰24시’의 7년여 세월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드라마나 재연이 아닌 실제상황을 담은 경찰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협조가 필수였지만 초창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회 촬영 당시 경기 지역 각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수사현장에 동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사에 방해가 되고 얼굴 노출로 범인 검거가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백민섭 CP는 “사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기자나 PD를 만나면 이득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로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아무 것도 안찍고 경찰서를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하면서 내가 ‘적군’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하려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겨우 허락은 받아냈지만 초창기에는 형사들은 카메라를 피해 도망다니고 PD들은 좋은 그림을 잡으려고 쫓아 다니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데다 수사기법 노출 등 경찰의 정보보호 요청을 지킨 제작진의 노력은 특이한 사건 제보를 경찰로부터 먼저 받는 등 전폭적인 협조를 얻는데까지 이르렀다.
◆담당 PD 조폭에 납치되기도 = 제작진 모두가 형사들과 숙식을 같이 하다보니 무용담과 에피소드도 많았다.
조직폭력배의 갈취 현장 물증을 잡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들고 투입됐던 담당 PD가 5시간 동안 납치됐는가 하면 백CP가 달아나는 범인을 추격해 붙잡은 일은 경찰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또 일명 ‘아리랑치기’를 하던 범인을 검거했으나 훔친 돈이 발견되지 않아 제작진이 촬영한 비디오를 돌려본 결과 경찰차에 오르기 직전 돈을 버린 장면이 발견돼 증거물로 활용된 일도 있었다.
백 CP에게는 특히 인천 지역 3대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한 과정을 담은 촬영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두달반 동안 전부 2주 정도의 시간밖에 자지 못하면서 기동대원들과 숙식을 같이 했다”며 “그 결과 80명의 마약조직원들을 검거, 38명이 구속기소돼 인천 지역 마약가격이 한동안 오를 정도였다”고 웃었다.
◆수사시스템 개선되야 = 백 CP는 일선 경찰서 수사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잊지 않았다. 선진국형 과학수사를 늘 요구하지만 실제 일선서 수사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 발생에 비해 형사들의 수도 적지만 수사의 질보다 실적이 중시되고 경험에만 의존하는 관행과 미해결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민생치안 해결을 위해 경찰이 질적인 수사를 할 수 있으려면 인력과 재원이 뒷받침 되야 하고 경찰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히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이긴 하지만 검거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다보니 모방범죄와 수사기법 노출, 피의자 인권침해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 과장된 배경음악과 영웅으로 그려지는 형사들의 모습 때문에 다큐라기 보다는 오락물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 CP의 뒤를 이어 6개월 전부터 ‘경찰24시’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강성욱 PD는 “좋은 그림을 잡으려는 제작진의 욕심에서 테크니컬한 부분에 천착하다보면 프로그램의 특성상 인권침해 소지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선정적 장면에 대한 유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다큐는 절대 거짓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를 위해 강 PD는 “이미지컷은 절대 쓰지 않고 개연성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항상 자기검열에 충실하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좋은 비쥬얼임에도 절대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러한 노력 덕에 그간 방송위원회 심의에서 지적받은 사례가 경고와 주의 각 2회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사건과 경찰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으로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다는 제작진은 “생생한 프로그램과 자극적인 연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심정이지만 가공되지 않은 사실을 전한다는 대원칙 아래 인권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강성을 잃지 않겠다”고 앞으로의 제작 포부를 밝혔다.
/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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