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사재판 도입 후 무죄율 상승

6개월 동안 전년대비 75% 올라 … 공판중심주의에 검찰 대응 못해

지역내일 2003-12-02 (수정 2003-12-02 오후 3:40:17)
지난 3월 대법원이 새로운 형사재판제도를 단행한 이후 재판부의 무죄선고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피력할 수 있는 공판중심의 신형사재판제도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의 무죄선고율은 신형사재판제도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지난해 6개월 동안 유죄가 6만7229명, 무죄는 526명으로 무죄율이 0.75%에 그친 반면, 올해는 6만7702명이 유죄를 받았고 901명이 무죄를 받아 무죄율이 1.29%로 증가했다.
무죄율은 지난 93년 0.51%, 96년 0.41%, 99년 0.74%, 2001년 0.7% 등 1%를 넘었던 선례가 없다.
대체로 형사사건에서는 자백사건이 전체 사건의 80∼90%를 넘는다. 따라서 실제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은 10∼20%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무죄율이 1%를 넘는다는 것은 적어도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10∼ 20명 중 1명은 무죄를 선고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죄선고 왜 늘었나 = 형사재판부 판사들은 법원의 무죄선고가 크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 법정시간이 크게 늘어 피고인의 진술시간이 길어진 것을 꼽았다.
예전에는 하루에 많은 사건을 다루다 보니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를 중심으로 재판부의 입장을 정리했다.
재판에서 피고인 진술은 형식적으로 지나치기 일쑤였다. 신형사재판제도가 시행되면서 재판부는 일주일에 한번 열던 공판을 두 번 열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은 형사재판부를 늘려 개개 재판부에 배당되는 사건수가 줄였다. 이것이 집중심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서울지법 형사재판부 모 판사는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며 “수사 조서에 나와있는 기록을 볼 때와 공판에서 직접 피고인의 얘기를 듣는 것과는 같은 내용이라도 어감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수사기록 안보고 재판하는 판사들 =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전국 형사재판장 세미나’에서는 형사재판장들이 신형사재판제도를 시행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신형사재판제도 실시 후 상당수 판사들이 털어놓은 충격적인 사실은 ‘재판에 들어가기 전 검찰의 사건기록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미나에서 서울지법 박홍우 부장판사는 “공판중심주의로 심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재판장이 제1회 공판기일 전에 수사기록을 검토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검사가 제출할 증거를 미리 검토해 사실상 유죄의 심증을 갖게할 수 있는 예단을 막기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판 전에 사건기록을 보지 않는다는 서울지법 모 판사는 “법관도 사람인 이상 완벽한 수사기록을 먼저 보고 난 후 재판에서 검찰의 신문조서를 배척하기 어렵다”며 “수사기록을 보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을 들으면 쟁점을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증거를 확인하다 보면 유·무죄를 가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턱없이 부족한 공판검사 = 법원의 무죄선고율이 높아진데에는 검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법원이 피고인의 주장을 듣고 검찰에 추가 수사나 보강증거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검찰이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공판검사수 때문.
서울지방법원 사건을 맡고 있는 공판검사수는 총 17명. 35개 형사재판부를 나눠 계산하면 1명의 검사가 2개 재판부를 맡고 있는 셈이다. 1개 재판부가 1주일에 2번 공판에 들어간다면 공판검사는 총 4일을 재판에 들어간다.
따라서 법원이 요구하는 추가수사나 증거조사는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다.
서울지검 공판부 손성현 부장검사는 “궁극적으로 공판중심주의로 가는데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현재 법원이 시행 중인 신형사재판제도는 영미법의 형사소송법을 적용한 것으로 아직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손 부장검사는 “검사수가 부족해 난감하다”며 “검사수 증원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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