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외국인 매각 논란 (중) 왜 외국인만 독식하나

“국내인 안돼” 역차별 심각

지역내일 2003-12-01 (수정 2003-12-02 오후 4:47:56)
국내 금융사나 펀드들이 금융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계에 비해 크게 밀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사들의 자금 규모와 금융기법이 외국계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지적부터 재경부 등 정책당국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매우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매각 주체들이 ‘외국인 선호’경향을 가지고 있어 내국인들끼리 ‘역차별’을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

◆ 역차별 논란=전문가들은 제도적 역차별보다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당국자와 당사자들의 심리적 역차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허용하지 않는 은행법이 국내기업엔 ‘역차별’이라는 게 전경련 등 재계의 주장이지만 많은 설득력을 얻진 못하고 있다.
전경련 안종현 기업정책 테스크포스팀 과장은 “국내 금융사의 낮은 경쟁력과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외국자본이 금융사를 거의 독점적으로 인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산업자본(비은행주력자)이 은행이나 금융 지주사 소유지분을 4%까지만 소유토록 하는 것(4%룰)은 재산권 행사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론스타 등 펀드들이 자국에서는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약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금융사에 인수의사마저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의동 골든브릿지 회장은 “산업자본의 금융사 소유제한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심리적 역차별’이다.
한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국내기업들보다는 외국계가 협상하기에 편하다”면서 “협상과정에서 비밀유지도 잘 돼 성사가능성이 오히려 국내사보다 높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 사장은 “IMF이후 재경부 등 정부기관과 정책입안자들에 해외유학파들이 많고 해외서 근무한 사람들이 주로 포진, 외국계에 대한 선입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튜브에셋투자자문 윤창보 대표는 “내국인들은 한국 금융시장이 낙후돼 있다는 이유로 외면하지만 외국계들은 낙후돼 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본다”며 ‘외국계 만능주의’를 꼬집었다.
모 금융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실력과 투자규모로 충분히 현투 뿐만 아니라 우리금융 등을 인수할 수 있는데 매각을 주도하는 정부당국자들이 국내인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운용사례처럼 국내사들도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협상실력자 ‘외국계’로=실력있는 협상가가 외국계로 주로 몰린다는 분석도 많다.
한 구조조정업계 CEO는 “국내 기업들이나 펀드들은 M&A중개수수료를 싸게 매기거나 아예 안 주려고 한다”면서 “수수료를 많이 주는 곳에 실력자가 모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도 “자금은 외국계에서 대더라도 실제 협상하는 것은 국내인”이라며 “외국계는 실력있는 협상가를 잘 섭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 사장은 “국내 중개업자들이 외국계의 많은 수수료를 고려, 국내금융사를 넘기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보통 M&A중개 수수료는 매각대금의 1~5%까지 다양한데 국내기업들은 1~3%정도만 주는 반면 외국계는 5%내외로 지급하는데다 대부분 대규모 매물을 취급, 성과급까지 챙길 수 있어 중개업체들이 외국계를 더 선호한다는 게 M&A시장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따라서 정·관계 인맥이나 다양한 협상능력을 보유한 업체들이 외국계의 주간사를 맡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협상성사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사 매각과정에 참여한 주간사(financial advisor) 명단을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 사실상 정부 주도로 진행된 금융사 매각에서 주간사는 외국계 증권사 또는 투자자문사가 독식했다. 현투증권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 컨설팅 부문과 외국계 회사의 컨소시엄이 매각 자문사였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금감위 관계자는 “딜로이 투씨 토마스가 정부측, 모건스탠리와 KPMG가 푸르덴셜측 주간사를 맡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도 업계 수위인 몇몇 업체들만의 독차지다. IMF관리체제 이후 4건의 주요 금융사 매각에서 해외측 법무법인은 국내 최대 규모인 ‘김&장’이 도맡았으며 회계법인은 삼일, 삼정, 안진회계법인이 골고루 나눠 맡았다.
이는 해당 주간사와 회계·법무법인에 전현직 정부고위관료와 정계 등 유력인사들이 고문 등의 자리에 포진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정부 금융시장 정책 있나=IMF이전과 달리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약해진데다 정부의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IMF이전에는 국내기업들이 정부의 밑그림에 의해 움직였으나 이젠 관치논란 등으로 정부가 개입할 폭이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융기관이라는 특수환경을 고려해)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질서유지가 필요한 시점임엔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IMF이후 구조조정을 앞세우는 바람에 은행부터 제2금융권까지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정책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 역시 “외환위기 당시는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당시의 금융구조조정이 과연 적정한 방법이었는가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며 “금융위기 극복 방법은 국가별로 다양한 수단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연구원은 “은행권에 이어 현투 매각까지 가닥을 잡은 지금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작아지는 한국 구조조정업계=국내 구조조정업계의 규모와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는 초기에 잠시 호황을 누렸다가 대거 축소되면서 업황 자체가 위축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등록했던 139개사 가운데 82개사가 자진철회나 전업의무 위반으로 등록이 취소됐으며 이에 따라 2002년 3월 94개에 달했던 CRC는 올해 11월말 현재 57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금융사구조조정과 채무재조정을 주 업무로 하는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는 지금까지 겨우 4개사만 등록했다가 그나마 1개사는 영업을 포기했다.

/ 조숭호 박준규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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