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가을이면 생각나는 제자

남부호 교육인적자원부 연구사

지역내일 2003-11-04 (수정 2003-11-04 오후 4:06:01)
이렇게 온몸이 시린 가을날이면 생각나는 제자가 있다.
내가 동현이를 만난 건 십년 전 가을날, 그날도 오늘처럼 쌀쌀한 날이었다. 주번 교사이기 때문에 다른 날 보다 일찍 출근을 하고 있는데, 학교 앞 슈퍼 앞에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종이 상자를 수레에 가득 싣고 있는 한 학생을 보았다. 그 학생은 빵 모자를 뒤집어쓰고 힘없는 할머니보다 많은 일을 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느라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 후 나는 그 아이를 잊고 있었다. 이듬해 나는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는데 동현이는 우리 반에 배정을 받았다. 첫 만남이 남다른 동현이는 나에게 항상 좋은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 동혁이와 나는 진학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동혁이는 “저는 대학에 안가요”라는 한마디를 던지고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직관적으로 동현의 생활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방과 후 무작정 동현의 주소를 보고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난 처음으로 부유한 동네에 넝마집에 가까운 집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는 아무도 없어 1시간을 기다린 나는 발길을 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찾아오신 할머니에게서 생계가 어려워 도시락을 싸지 못한다는 등 동현이가 왜 항상 기운이 없이 지쳐있는지 이유를 듣게 됐다. 나는 동현이 에게 학교 매점아르바이트를 구해주었다. 이후 나와 동현이는 나를 친형처럼 잘 따랐고, 고민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다.
이듬해 동혁이는 졸업을 하고 군대를 지원해서 군에 입대했다. 그 후 몇 통의 전화가 오갔지만 내가 다른 학교로 정근을 가면서 연락이 두절됐다.
그런 동현이가 얼마 전 전화를 걸어와 만났다. 다시 만난 동현이는 불가에 입적한 스님이 되어 있었다.
이날 동현이는 나에게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은 한 분밖에 없거든요”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도 동현이의 손을 꼭 잡고 한동안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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