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논의의 허실
임현진 서울대학교 교수·정치사회학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현행 권력구조, 정치자금, 선거제도, 투표형태 등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분분하다. 이미 여야정당들은 정치개혁에 관한 독자적 방안을 마련해 왔다. 국회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자문기구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를 구성하여 정치개혁에 관한 포괄적인 제안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개혁 논의가 전체적인 개선으로 나아가면 좋은데 부분적인 개악으로 덧칠해질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여야4당이 주축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시민단체 출신으로 이루어진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제안을 참고용이라고 못박아 놓고 있다. 과연 정치인들이 중심이 된 정치개혁 논의가 정략적인 발상을 넘어 국가대계 차원에서 모아질 수 있을지 적이 걱정이다.
실상 우리는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정치개혁에 대해 익숙하다. 선거를 맞이하여 정치개혁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현역이나 예비 정치인들의 생사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제도 탓하기에 바쁘다. 여소야대의 의회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제를 책임총리제로 바꾸자, 지역구도를 넘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가 가자, 정치자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구당을 폐지하자는 등이 그 논리의 일부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한 제도가 있을까. 제도의 성패는 인간, 운영, 환경 변수의 조합에 의해 갈린다. 민주주의 선진국들도 자신의 사회문화환경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왔지만, 그 주체인 인간이 제도를 오용 혹은 악용할 때 제아무리 좋은 제도도 기능을 멈추고 부작용을 낳는다는 경험을 했다.
불법자금 조성, 금권선거가 개혁 걸림돌
한국정치에서 관권선거는 사라지고 있지만 금권선거는 여전하다. 실제로 여야4정당은 지난 대선 뿐 아니라 총선에서 막대한 규모의 불법 선거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치자금의 입출에 대한 투명성이 희미하기도 하지만, 법집행이 엄격하지 못해 탈법이라도 가능한 많이 걷고, 쓰고, 줄여 신고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거의 문제는 인물대결로 인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정책의 차별성을 갖지 못하다 보니 유권자를 향해 집중투자가 이루어진다. 자원봉사자라는 명목으로 유급선거원을 고용하다보니 막대한 선거비용이 든다. 공조직과 사조직 가동비 또한 크다.
유럽 나라들은 정책경쟁을 통해 선거를 치른다. 인물보다 정책이 중요함으로 소속 정당이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정책을 펴는 정당의 후보자를 위해 지지자로서 자발적 운동원이 된다. 사회전체가 투명하기도 하지만 지지자들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기에 많은 돈이 필요 없다. 우리의 경우 지구당을 폐지하면 당장 선거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지자 중심으로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원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는 한 지구당이 연락사무소가 된다한들 비용은 별차 없이 많이 들게 되어 있다.
소선거구제와 달리 중대선거구제는 선거를 인물보다 정당 위주로 치르게 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승자독식의 현행 다수투표제 아래에서 소선거구제는 새로운 정당의 원내진입이 쉽지 않다는 단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중대선거구제는 겉으로 특정 정당의 지역독점을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의석분포의 지역교차를 통해 기존 정치엘리트카르텔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분권형대통령제다. 분할정부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맡자는 이원집권제는 매우 위험하다.
이원집권제는 내각책임제의 정치전통이 있는 곳에서 가능한 권력구조다. 지금처럼 분할정부아래에서 대통령과 야당총수가 대립하는데, 분권형대통령제는 이러한 대립을 행정부안에 가져와 국정난맥과 혼란을 자초하게 되어 있다.
당리당략 차원 권력구조 개편 중단해야
이원집정제의 효시 불란서에서조차 동거정부는, EU문제에서 볼 수 있듯,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주어 왔다.
건국이래 우리는 여덟 번이나 헌법을 개정했다. 거의 모두 격변기에 헌법개정이 이루어졌다. 민주주의의 발전이기보다 민주주의의 쇠퇴였다. 정략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정치개혁 논의도 지극히 당리당략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민적 이해에 앞서 단기적 시야에서 정파적 이해가 작용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취약점은 정부의 책임성과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정당정치가 제대로 조화시켜주지 못하는데 있다. 탈냉전이후 세계는 통합과 갈등이 맞부딪치고 있다. 한반도에는 탈냉전이 화합보다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 결국 정치개혁의 기본 방향은 이러한 변화와 모순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바탕색을 갖는 정당체계를 갖는데 맞추어져야 한다.
임현진 서울대학교 교수·정치사회학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현행 권력구조, 정치자금, 선거제도, 투표형태 등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분분하다. 이미 여야정당들은 정치개혁에 관한 독자적 방안을 마련해 왔다. 국회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자문기구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를 구성하여 정치개혁에 관한 포괄적인 제안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개혁 논의가 전체적인 개선으로 나아가면 좋은데 부분적인 개악으로 덧칠해질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여야4당이 주축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시민단체 출신으로 이루어진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제안을 참고용이라고 못박아 놓고 있다. 과연 정치인들이 중심이 된 정치개혁 논의가 정략적인 발상을 넘어 국가대계 차원에서 모아질 수 있을지 적이 걱정이다.
실상 우리는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정치개혁에 대해 익숙하다. 선거를 맞이하여 정치개혁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현역이나 예비 정치인들의 생사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제도 탓하기에 바쁘다. 여소야대의 의회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제를 책임총리제로 바꾸자, 지역구도를 넘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가 가자, 정치자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구당을 폐지하자는 등이 그 논리의 일부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한 제도가 있을까. 제도의 성패는 인간, 운영, 환경 변수의 조합에 의해 갈린다. 민주주의 선진국들도 자신의 사회문화환경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왔지만, 그 주체인 인간이 제도를 오용 혹은 악용할 때 제아무리 좋은 제도도 기능을 멈추고 부작용을 낳는다는 경험을 했다.
불법자금 조성, 금권선거가 개혁 걸림돌
한국정치에서 관권선거는 사라지고 있지만 금권선거는 여전하다. 실제로 여야4정당은 지난 대선 뿐 아니라 총선에서 막대한 규모의 불법 선거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치자금의 입출에 대한 투명성이 희미하기도 하지만, 법집행이 엄격하지 못해 탈법이라도 가능한 많이 걷고, 쓰고, 줄여 신고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거의 문제는 인물대결로 인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정책의 차별성을 갖지 못하다 보니 유권자를 향해 집중투자가 이루어진다. 자원봉사자라는 명목으로 유급선거원을 고용하다보니 막대한 선거비용이 든다. 공조직과 사조직 가동비 또한 크다.
유럽 나라들은 정책경쟁을 통해 선거를 치른다. 인물보다 정책이 중요함으로 소속 정당이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정책을 펴는 정당의 후보자를 위해 지지자로서 자발적 운동원이 된다. 사회전체가 투명하기도 하지만 지지자들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기에 많은 돈이 필요 없다. 우리의 경우 지구당을 폐지하면 당장 선거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지자 중심으로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원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는 한 지구당이 연락사무소가 된다한들 비용은 별차 없이 많이 들게 되어 있다.
소선거구제와 달리 중대선거구제는 선거를 인물보다 정당 위주로 치르게 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승자독식의 현행 다수투표제 아래에서 소선거구제는 새로운 정당의 원내진입이 쉽지 않다는 단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중대선거구제는 겉으로 특정 정당의 지역독점을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의석분포의 지역교차를 통해 기존 정치엘리트카르텔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분권형대통령제다. 분할정부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맡자는 이원집권제는 매우 위험하다.
이원집권제는 내각책임제의 정치전통이 있는 곳에서 가능한 권력구조다. 지금처럼 분할정부아래에서 대통령과 야당총수가 대립하는데, 분권형대통령제는 이러한 대립을 행정부안에 가져와 국정난맥과 혼란을 자초하게 되어 있다.
당리당략 차원 권력구조 개편 중단해야
이원집정제의 효시 불란서에서조차 동거정부는, EU문제에서 볼 수 있듯,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주어 왔다.
건국이래 우리는 여덟 번이나 헌법을 개정했다. 거의 모두 격변기에 헌법개정이 이루어졌다. 민주주의의 발전이기보다 민주주의의 쇠퇴였다. 정략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정치개혁 논의도 지극히 당리당략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민적 이해에 앞서 단기적 시야에서 정파적 이해가 작용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취약점은 정부의 책임성과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정당정치가 제대로 조화시켜주지 못하는데 있다. 탈냉전이후 세계는 통합과 갈등이 맞부딪치고 있다. 한반도에는 탈냉전이 화합보다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 결국 정치개혁의 기본 방향은 이러한 변화와 모순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바탕색을 갖는 정당체계를 갖는데 맞추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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