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이른바 건달들이 의기투합해 5명 이상 모임을 결성해 움직이면 조직이 된다. 여기에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살자’따위의 행동지침을 만들면 범죄단체로 규정한다. 이른바 조직폭력배가 탄생하는 것이다.
지난 90년 범죄와의 전쟁으로 시련을 겪으면서 움츠러들었던 조직폭력배가 최근두목급 거물들이 대거 출소하면서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강력부 검사들을 격려하고 경찰은 특진을 당근으로 조폭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2의 범죄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변화하는 조폭 세계= 90년 범죄와 전쟁 이후 대규모 조폭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그 자리를 중소규모 신흥조직들이 매꿨다. 이들은 5명에서 20명씩 소규모로 움직이며 이권이 생기면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경찰청 박진우 폭력계장은 “이권이 생기면 조폭들은 교활하게 움직인다”며 “요즘 조폭들은 예전과 달리 돈이 선배다. 무리지어 다니지만 먹을 것이 없으면 매몰찰 정도로 뒤돌아 선다”고 말했다. 조폭 세계의 변화상이다.
과거 맹목적인 충성과 서열이 중요시됐다면 최근은 조폭들도 돈을 위주로 재편성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변화는 수사기관의 강력한 대응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범죄와 전쟁 이후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당국은 최근 조폭들이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자 재차 강력단속을 표방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조승식 대검 강력부장 등 강력부 검사 18명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민생을 어지럽히는 조폭 단속에 힘써달라는 강력한 지시가 내려졌다. 경찰도 조폭 20명 이상을 구속하면 1계급 특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단속을 재촉하고 있다.
덕분에 경찰은 강력범죄 소탕 100일 작전 이후 70개파 1087명의 조폭을 검거했다. 이 성과로 20명의 경찰이 1계급 특진하는 영광을 누렸다. 전례가 드문 성과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잔존하는 208개파 4400여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소규모 신흥조직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2만명선을 넘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적올리기식 단속 우려도= 당국이 강력한 단속을 표방하면서 조폭의 근거지를 발본색원하기보다 검거 숫자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달 경찰이 발표한 신인덕원파 사건. 경찰은 전현직 세무공무원 10여명이 조폭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챙겼다고 발표했지만 최종수사결과 일부 향응 사실만 확인돼 실적 올리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조폭 20명 이상 구속하면 특진이라는 당근도 애매한 기준이라는 지적. 일선 경찰들에게 범인의 죄질과 상관없이 검거 숫자만을 갖고 특진 기회를 내걸어 경쟁을 부추기다보니 일선에서 “두목은 필요 없고 잔챙이라도 많이만 잡자”는 풍조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하철수사대까지 조폭 검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형편이다. 불필요한 전과자를 양산할 위험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숨은 거물 척결해야= 전문가들은 과거 유흥업소나 매춘, 공사입찰 등에 기생해 온 조폭이 최근 재건축이나 인력수출, 카지노, 벤처기업, 파이낸스 등 큰돈이 움직이는 곳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다.
수사력도 이 같은 흐름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지적.
종로경찰서의 한 형사는 “조폭들이 단순히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정치권이나 수사기관이 배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이들의 연계고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조폭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숫자 위주의 단속이 아닌 범죄의 흐름을 쫓아가는 기획수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김병량 기자 brkim@naeil.com
지난 90년 범죄와의 전쟁으로 시련을 겪으면서 움츠러들었던 조직폭력배가 최근두목급 거물들이 대거 출소하면서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강력부 검사들을 격려하고 경찰은 특진을 당근으로 조폭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2의 범죄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변화하는 조폭 세계= 90년 범죄와 전쟁 이후 대규모 조폭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그 자리를 중소규모 신흥조직들이 매꿨다. 이들은 5명에서 20명씩 소규모로 움직이며 이권이 생기면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경찰청 박진우 폭력계장은 “이권이 생기면 조폭들은 교활하게 움직인다”며 “요즘 조폭들은 예전과 달리 돈이 선배다. 무리지어 다니지만 먹을 것이 없으면 매몰찰 정도로 뒤돌아 선다”고 말했다. 조폭 세계의 변화상이다.
과거 맹목적인 충성과 서열이 중요시됐다면 최근은 조폭들도 돈을 위주로 재편성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변화는 수사기관의 강력한 대응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범죄와 전쟁 이후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당국은 최근 조폭들이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자 재차 강력단속을 표방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조승식 대검 강력부장 등 강력부 검사 18명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민생을 어지럽히는 조폭 단속에 힘써달라는 강력한 지시가 내려졌다. 경찰도 조폭 20명 이상을 구속하면 1계급 특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단속을 재촉하고 있다.
덕분에 경찰은 강력범죄 소탕 100일 작전 이후 70개파 1087명의 조폭을 검거했다. 이 성과로 20명의 경찰이 1계급 특진하는 영광을 누렸다. 전례가 드문 성과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잔존하는 208개파 4400여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소규모 신흥조직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2만명선을 넘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적올리기식 단속 우려도= 당국이 강력한 단속을 표방하면서 조폭의 근거지를 발본색원하기보다 검거 숫자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달 경찰이 발표한 신인덕원파 사건. 경찰은 전현직 세무공무원 10여명이 조폭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챙겼다고 발표했지만 최종수사결과 일부 향응 사실만 확인돼 실적 올리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조폭 20명 이상 구속하면 특진이라는 당근도 애매한 기준이라는 지적. 일선 경찰들에게 범인의 죄질과 상관없이 검거 숫자만을 갖고 특진 기회를 내걸어 경쟁을 부추기다보니 일선에서 “두목은 필요 없고 잔챙이라도 많이만 잡자”는 풍조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하철수사대까지 조폭 검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형편이다. 불필요한 전과자를 양산할 위험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숨은 거물 척결해야= 전문가들은 과거 유흥업소나 매춘, 공사입찰 등에 기생해 온 조폭이 최근 재건축이나 인력수출, 카지노, 벤처기업, 파이낸스 등 큰돈이 움직이는 곳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다.
수사력도 이 같은 흐름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지적.
종로경찰서의 한 형사는 “조폭들이 단순히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정치권이나 수사기관이 배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이들의 연계고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조폭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숫자 위주의 단속이 아닌 범죄의 흐름을 쫓아가는 기획수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김병량 기자 br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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