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들의 총선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40대 전후의 젊은 나이인 이들은 “이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며 출마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독 이번 총선에서 젊은 보좌진들의 출마가 많은 것은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50대 중반인 노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불어왔다.
게다가 ‘낡은 정치 청산과 새 정치’라는 노 대통령의 외침은 이들의 출마욕구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한나라당에 총선출마를 선언한 보좌진이 많은 것도 이런 시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한나라당에 나이 많은 의원들이 다른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 ‘물갈이 흐름에 편승하라’
이같은 시대흐름에 유권자들도 호응하는 분위기이다. KBS가 지난 13일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4월 총선에서 현재 국회의원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9.5%에 불과한 반면 다른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이 67.5%로 나타났다. 정치신인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될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출마의 변 역시 새로운 정치와 관련이 있다.
경남 밀양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조해진 부대변인(전 이회창 총재 보좌역)은 “우리 정치권은 헌정 반세기만에 정치의 근본 틀이 바뀌고 있다”며 “선거와 정당, 정치자금 등 우리 정치의 핵심 요소들이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세력도 바뀌어야 한다”고 물갈이를 강조했다.
이들은 오랜 기간동안 정치현장의 한복판에 있어온 만큼 정치적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 도봉 을에 출마를 준비 중인 김선동 전 이회창 총재 보좌역은 “이제 우리 정치의 거품을 빼야 한다”며 “그저 사회적 명성을 갖춘 사람보다는 정치의 현장에서 우리의 정치를 고민하고 대안을 생각해온 검증된 인물, 정치적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이제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이는 젊은 피지만 행동은 이미 기성정치에 물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대구 달서 을에 출마예정인 박영규 계명대 겸임 교수(전 이규택 의원 보좌관)는 “사고는 진보적인 반면 기존 정치인처럼 입당원서를 받으러 다닌다든지 하는 과거의 낡은 관행을 좇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을 보면 신인들만의 참신성이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등이 허물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경력쌓기 노력 각양각색
보좌진 출신 정치지망생들에게는 무엇보다 경력의 부족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대부분 대학을 마치고 곧바로 정치권에 몸담은 이들에게 보좌진 이외의 사회경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에 출마 예정인 윤상철 전 박상천 대표 정무특보(민주당)는 “보좌관 출신이라 벌어둔 돈도 없고 경력도 약하다”며 약점이 많음을 시인했다.
특히 공천 방식이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바뀐 정치환경도 경력이 일천한 이들에게는 약점이 되고 있다. 하향식 공천이 이뤄지던 과거에는 모시고 있던 의원의 입김에 의해 공천을 받는 것이 흔한 모습이었지만 상향식으로 바뀐 지금은 이런 것은 거의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좌진들이 경력쌓기를 위해 밟는 일반적인 코스가 있다. 물론 이런 경력쌓기에도 여당과 야당은 큰 차이가 있다. 여당 보좌진의 경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가장 선호하는 것이 청와대 근무다. 서갑원 백원우 배기찬 등 참여정부 청와대에 근무했거나 근무중인 보좌관 출신 중 상당수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에 잠시 몸을 담그는 것도 중요한 경력으로 활용된다.
반면 야당 보좌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대표 특보’나 ‘부대변인’ 정도가 추가할 수 있는 경력이다. 한나라당에 대표 특보와 부대변인이 타당에 비해 유달리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겸임교수, 00연구소 소장 경력이 많은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외도’를 하는 보좌관도 있다.
10년간 보좌관 생활을 해온 한 보좌관도 최근 국회를 떠나 한 중견기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정치를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정치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몇 년 더 보좌관 생활을 하더라도 앞으로의 진로에 별 도움될 것이 없고 차라리 다른 경험을 쌓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386세대가 대부분인 기존정치인의 벽을 넘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 올 주체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유독 이번 총선에서 젊은 보좌진들의 출마가 많은 것은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50대 중반인 노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불어왔다.
게다가 ‘낡은 정치 청산과 새 정치’라는 노 대통령의 외침은 이들의 출마욕구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한나라당에 총선출마를 선언한 보좌진이 많은 것도 이런 시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한나라당에 나이 많은 의원들이 다른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 ‘물갈이 흐름에 편승하라’
이같은 시대흐름에 유권자들도 호응하는 분위기이다. KBS가 지난 13일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4월 총선에서 현재 국회의원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9.5%에 불과한 반면 다른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이 67.5%로 나타났다. 정치신인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될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출마의 변 역시 새로운 정치와 관련이 있다.
경남 밀양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조해진 부대변인(전 이회창 총재 보좌역)은 “우리 정치권은 헌정 반세기만에 정치의 근본 틀이 바뀌고 있다”며 “선거와 정당, 정치자금 등 우리 정치의 핵심 요소들이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세력도 바뀌어야 한다”고 물갈이를 강조했다.
이들은 오랜 기간동안 정치현장의 한복판에 있어온 만큼 정치적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 도봉 을에 출마를 준비 중인 김선동 전 이회창 총재 보좌역은 “이제 우리 정치의 거품을 빼야 한다”며 “그저 사회적 명성을 갖춘 사람보다는 정치의 현장에서 우리의 정치를 고민하고 대안을 생각해온 검증된 인물, 정치적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이제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이는 젊은 피지만 행동은 이미 기성정치에 물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대구 달서 을에 출마예정인 박영규 계명대 겸임 교수(전 이규택 의원 보좌관)는 “사고는 진보적인 반면 기존 정치인처럼 입당원서를 받으러 다닌다든지 하는 과거의 낡은 관행을 좇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을 보면 신인들만의 참신성이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등이 허물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경력쌓기 노력 각양각색
보좌진 출신 정치지망생들에게는 무엇보다 경력의 부족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대부분 대학을 마치고 곧바로 정치권에 몸담은 이들에게 보좌진 이외의 사회경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에 출마 예정인 윤상철 전 박상천 대표 정무특보(민주당)는 “보좌관 출신이라 벌어둔 돈도 없고 경력도 약하다”며 약점이 많음을 시인했다.
특히 공천 방식이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바뀐 정치환경도 경력이 일천한 이들에게는 약점이 되고 있다. 하향식 공천이 이뤄지던 과거에는 모시고 있던 의원의 입김에 의해 공천을 받는 것이 흔한 모습이었지만 상향식으로 바뀐 지금은 이런 것은 거의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좌진들이 경력쌓기를 위해 밟는 일반적인 코스가 있다. 물론 이런 경력쌓기에도 여당과 야당은 큰 차이가 있다. 여당 보좌진의 경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가장 선호하는 것이 청와대 근무다. 서갑원 백원우 배기찬 등 참여정부 청와대에 근무했거나 근무중인 보좌관 출신 중 상당수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에 잠시 몸을 담그는 것도 중요한 경력으로 활용된다.
반면 야당 보좌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대표 특보’나 ‘부대변인’ 정도가 추가할 수 있는 경력이다. 한나라당에 대표 특보와 부대변인이 타당에 비해 유달리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겸임교수, 00연구소 소장 경력이 많은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외도’를 하는 보좌관도 있다.
10년간 보좌관 생활을 해온 한 보좌관도 최근 국회를 떠나 한 중견기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정치를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정치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몇 년 더 보좌관 생활을 하더라도 앞으로의 진로에 별 도움될 것이 없고 차라리 다른 경험을 쌓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386세대가 대부분인 기존정치인의 벽을 넘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 올 주체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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