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자식을 죽이는 부모’, ‘처가집 가족을 몰살시킨 사위’등 존·비속 살인사건은 물론 길거리의 단순한 시비가 발단이 돼 살인한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전고등철창청 검사장을 지낸 김진세(61·사법시험 7회) 변호사는 얼마 전 지난 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출간했던 저서 ‘한국사회 무엇이 문제인가’의 증보판을 냈다. 지난 98년 김 변호사가 책에서 지적했던 우리사회 문제점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가 말하는 한국사회에서 개선할 점과 그의 친정인 검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검사와 교육자 둘다 인간문제 다뤄 인간관계 기본 만드는 교육 강조 검사는 기본 허물어진 잔해 처리 “한국이 폭력사건 세계 1등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 모두가 폭력 불감증에 걸려 있습니다.”
부산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대전고점 검사장을 지낸 김진세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폭력화 경향’을 인간관계의 단절이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직접 사건 현장을 접한 김 변호사가 말하는 폭력사건의 가장 큰 동기는 모르는 사람끼리 눈이 마주쳤을 때 ‘왜 째려봐?’로 시작된다. 그 다음은 어깨가 부딪치거나 차가 부딪쳤을 때다. 이렇게 타인과의 사소한 다툼이 대형사고로 번진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월남전이 한창일 때 사이공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월남사람들은 참 신기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며 “전쟁 중인데도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열이면 열 거의 예외 없이 웃는 눈길로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을 돌아 다녀보면 우리 나라 국민이 세계에서 제일 인사성이 없다는 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열린 마음” = 김 변호사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관계의 기본이 ‘남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인데 그것이 밖으로 나오면 ‘인사’고 그것이 없어지면 ‘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마음을 김 변호사는 ‘후천성 관심결핍증’으로 표현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에 대한 무관심은 사물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고질병이 된다”며 “다양한 관심이 왕성한 창의력으로, 치열한 문화발전으로 이어지는 이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기본을 상실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너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참여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주요 원인이 ‘열린 마음’의 부족에 있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변칙적인 검찰의 관행’= 김 변호사는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며 그가 평생 몸담은 검찰에 대한 비판도 꺼리지 않았다. 아끼는 마음이 큰 만큼 검찰의 잘못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고질화된 잘못된 관행에 대해 김 변호사는 ‘명분뿐인 불구속 수사원칙’과 ‘과중한 구형’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형사소송법에는 중죄인을 구속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범죄 의심이 상당하고 주거부정, 증거인멸 우려, 도망 또는 도주의 우려, 출석 불응 등의 요건에 해당할 때만 체포 또는 구속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원의 실형 선고율이 낮은 것도 구속기소율이 높은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며 “검찰이 불구속 기소의 원칙으로 돌아간다면 법원의 실형 선고율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춘천지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검사들의 구형(재판 결심 단계에서 검사의 양형 의견)이 너무 높은 것을 보고 여러 차례 구형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김 변호사는 “구형과 선고형이 비슷하면 재판부도 검찰의 의견을 듣고 고민하겠지만 검찰이 터무니없이 구형을 높게 하면 재판부가 이를 무시하고 선고형을 마음대로 정한다”며 형사소송법 원칙에 충실한 검찰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검사가 교육을 말하는 까닭 = 김 변호사는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전고검장을 지내면서 학생상담교사, 장학사, 학부모 등을 상대로 여러 차례 강의도 했다.
당시 그는 검사가 교육을 말하는 까닭에 대해 “따지고 보면 교육자나 검사나 다 같이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다만 검사가 다루는 일은 그 기본이 허물어진 인간과 인간 관계의 잔해를 처리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 각국이 가정·학교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인사예절과 질서 지키기를 철저히 교육하는 것은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본 마인드를 세우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육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인사 하나만은 철저하게 가르쳤고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이 많았다”며 “남들 안 한다고 걱정하지 말고 일단 자신의 애들부터 시키면 된다”고 사람들에게 이를 권유하고 다녔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알지만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며 “기본과 원칙이 무너진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말해 우리사회 내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대전고등철창청 검사장을 지낸 김진세(61·사법시험 7회) 변호사는 얼마 전 지난 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출간했던 저서 ‘한국사회 무엇이 문제인가’의 증보판을 냈다. 지난 98년 김 변호사가 책에서 지적했던 우리사회 문제점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가 말하는 한국사회에서 개선할 점과 그의 친정인 검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검사와 교육자 둘다 인간문제 다뤄 인간관계 기본 만드는 교육 강조 검사는 기본 허물어진 잔해 처리 “한국이 폭력사건 세계 1등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 모두가 폭력 불감증에 걸려 있습니다.”
부산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대전고점 검사장을 지낸 김진세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폭력화 경향’을 인간관계의 단절이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직접 사건 현장을 접한 김 변호사가 말하는 폭력사건의 가장 큰 동기는 모르는 사람끼리 눈이 마주쳤을 때 ‘왜 째려봐?’로 시작된다. 그 다음은 어깨가 부딪치거나 차가 부딪쳤을 때다. 이렇게 타인과의 사소한 다툼이 대형사고로 번진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월남전이 한창일 때 사이공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월남사람들은 참 신기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며 “전쟁 중인데도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열이면 열 거의 예외 없이 웃는 눈길로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을 돌아 다녀보면 우리 나라 국민이 세계에서 제일 인사성이 없다는 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열린 마음” = 김 변호사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관계의 기본이 ‘남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인데 그것이 밖으로 나오면 ‘인사’고 그것이 없어지면 ‘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마음을 김 변호사는 ‘후천성 관심결핍증’으로 표현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에 대한 무관심은 사물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고질병이 된다”며 “다양한 관심이 왕성한 창의력으로, 치열한 문화발전으로 이어지는 이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기본을 상실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너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참여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주요 원인이 ‘열린 마음’의 부족에 있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변칙적인 검찰의 관행’= 김 변호사는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며 그가 평생 몸담은 검찰에 대한 비판도 꺼리지 않았다. 아끼는 마음이 큰 만큼 검찰의 잘못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고질화된 잘못된 관행에 대해 김 변호사는 ‘명분뿐인 불구속 수사원칙’과 ‘과중한 구형’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형사소송법에는 중죄인을 구속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범죄 의심이 상당하고 주거부정, 증거인멸 우려, 도망 또는 도주의 우려, 출석 불응 등의 요건에 해당할 때만 체포 또는 구속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원의 실형 선고율이 낮은 것도 구속기소율이 높은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며 “검찰이 불구속 기소의 원칙으로 돌아간다면 법원의 실형 선고율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춘천지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검사들의 구형(재판 결심 단계에서 검사의 양형 의견)이 너무 높은 것을 보고 여러 차례 구형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김 변호사는 “구형과 선고형이 비슷하면 재판부도 검찰의 의견을 듣고 고민하겠지만 검찰이 터무니없이 구형을 높게 하면 재판부가 이를 무시하고 선고형을 마음대로 정한다”며 형사소송법 원칙에 충실한 검찰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검사가 교육을 말하는 까닭 = 김 변호사는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전고검장을 지내면서 학생상담교사, 장학사, 학부모 등을 상대로 여러 차례 강의도 했다.
당시 그는 검사가 교육을 말하는 까닭에 대해 “따지고 보면 교육자나 검사나 다 같이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다만 검사가 다루는 일은 그 기본이 허물어진 인간과 인간 관계의 잔해를 처리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 각국이 가정·학교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인사예절과 질서 지키기를 철저히 교육하는 것은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본 마인드를 세우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육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인사 하나만은 철저하게 가르쳤고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이 많았다”며 “남들 안 한다고 걱정하지 말고 일단 자신의 애들부터 시키면 된다”고 사람들에게 이를 권유하고 다녔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알지만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며 “기본과 원칙이 무너진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말해 우리사회 내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