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 예산안 조정소위원회 마지막 16시간 기록
부제 : 29일 새벽 4시 ∼ 오전 10시 비공개로 막판 조정
8131억원 증가로 결론 … FTA 비준 안되면 수정
# 29일 오후 3시2분. 예산안 8131억원 증가안 통과
국회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소위원장 박종근. 한나라. 대구 달서갑)는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04년도 예산안 117조5429억원보다 8131억원 증가한 118조 3560억원 규모의 예산안 조정안을 확정하고 예결위원회(위원장 이윤수. 민주당)로 넘겼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처리가 되면 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수정해서 처리하기로 하여 준예산 편성은 피하게끔 했다. 예결위원회(위원장 이윤수. 민주. 경기 성남수정)는 30일 오전 9시30분 3당 간사회의를 거쳐 전체 회의를 열고 본회의에 수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윤수 위원장은 “FTA 처리가 30일에도 불투명하니까 관련 예산 7600억원을 예비비로 돌려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 최종 조정 과정에서 숨가빴던 28일과 29일 하루 낮 하루 밤을 돌아본다.
# 28일 밤 11시 15분 : 비공개간담회 먼저 … 안에선 고함소리도
일요일인 28일 낮 4시에 속개될 예정이었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밤 11시가 넘어서도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11시15분,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이 정부측 계수조정자료와 함께 도착했다. 박종근 소위원장이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청 501호실 앞에 등장하자 관련 공무원들과 기관 사람들이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들었지만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기획예산처 공무원들과 기자 뿐이었고, 모여든 사람들은 그대로 문 밖에 남았다.
그러나, 문 안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내일신문이 지난 금요일자에도 보도했듯 비공개간담회라는 장벽이 취재를 원천적으로 제약했다.
11시30분쯤, 박종근 소위원장과 이한구(한나라 간사. 비례대표), 이성헌(한나라. ) 김황식(한나라. ) 의원이 먼저 나왔고, 문 안에선 정진석(자민련. 충청) 의원의 고함소리가 들려나왔다. 이윤수 예결위원장도 회의장을 돌아다녔다.
# 밤 11시42분 : 공개 회의 시작 … 예산 장관 교체 발표 시비
-박종근 : 정부안이 낮 2시, 4시, 8시까지 약속한 시간을 넘기면서 사람도 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장관과 통화를 시도해도 40분만에 연결되었다. 급기야 11시15분에 자료가 제출되었다. 왜 늦었나. 정부가 설명부터 하라.
-박봉흠 : 시간을 못지켜 죄송하다. 어제밤 늦게 토의된 것 종합하여 검토한 것이 600여 개가 넘는 사업이었다. 회계간 이동오차 문제도 있었고, 당초 예상보다 소요시간이 늘어났다.
-박병윤(민주당 간사. 경기 시흥) : 어제 오후 7시 이후 간사 활동은 중단되었다. 예산처에 자율적으로 맡기니까 혼선있었다. 그동안 간사들간에 오해를 살 만한 일은 한 푼도 없었다.
-김황식(한나라. 경기 하남):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는데 주무장관 교체 내정을 발표하는 것은 예산심의에 심대한 타격이다. 국회로서 유감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어떤가.
기선잡기로 시작된 회의는 박봉흠 장관이 FTA관련 정부의 조정안을 설명하면서 각종 증액안에 대한 본격 심의로 접어들었다.
# 0:00을 넘기며 : “충청도 신규 예산 한 건도 반영 안되”
자정이 지나면서, 박종근 소위원장은 차수변경을 하고 회의를 계속 이어갔다.
-정진석(자민련. 충남 공주·연기) : 충남에서 제기한 신규사업 3건 중 한 건도 반영이 안되었다. 이래놓고 균형발전 말이 되나.(언성을 높이며)
-박봉흠 : 법률상 문제가 없다면 한 번 재검토 해보겠다.
-김황식 :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1000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는데 어디에 들어가나.
-박봉흠 :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지원이니까 어느 회사에 더 많이 지원할지는 논의 후 반영하겠다.
와중에 이성헌(한나라) 의원이 청년실업 및 장애인 교육지원 예산을 챙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증액 심의를 계속하다 휴회.
# 29일 03시10분 속개 : FTA 관련 심사 계속 … ‘탈농’이 정부 정책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허태열(한나라. 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FTA 관련 농해수위에서 다룬 쟁점 등을 설명하며 심의를 계속했다.
기획예산처는 FTA 관련 정부의 기본 방향을 다시 이야기했다.
“정부 정책은 탈농방향 정책이다”, “재농 방향의 농업 정책은 곤란하다”는 것.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 29일 04시 휴회 : 긴 휴회와 막바지 조정 열기 … “의원들 것 올려주자”
-장면 1. 다시 긴 휴회에 들어갔다. 기획예산처 직원들도 지쳤고, 밖에서 기다리는 관계자들도 지쳤다. 그러나 누구 하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살고 죽는 문제가 여기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기자가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아는 사람이 찾아오는데, 국회의원에게 달려들 로비의 정도를 다만 짐작할 뿐이었다.
-장면 2. 긴 휴회 기간 중 회의실 안에 있는 또 다른 문 안에서는 소위원들의 막바지 조정이 긴박하게 진행되었다.
4시45분경엔 김황식 의원이 이한구 의원에게 “6000억대 증액규모다. 그러면 69억원 그러지 말고 앞에 6자 맞추고(6000억대 증액 규모 훼손안하면) 차라리 의원들 것 100억원 올려주자. 의원들 것 못해 준 것도 많은데.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간사들 사이에 합의하는 것은 간사가 해야지”라고 말하고, 이한구 의원은 “이렇게 무원칙해서야 어떻게 일하나”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장면 3. 아침이 되면서 각 당에 보고할 내용을 만들어야 할 당직자들과 기사를 보내야 할 기자들이 최종 안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초조해하면서 회의 속개를 기다렸지만 속수무책 시간이 흘러갔다.
사이 사이 각 당 간사를 통해 확인하는 내용은 대략적인 규모 정도. 이강래(열린우리당 간사. 전북 남원·순창) 의원은 순증 규모가 6631억원 규모라고 했고,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이한구 의원은 8631억원 규모라고 이야기했다. 정확한 계수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고, 최후의 쟁점으로 공적자금 상환금 1조9000억원을 어느 회계항목에 넣느냐 하는 문제가 등장했다. 세입이 어느 정도 줄어드느냐 하는 문제도 막바지에 조정에 들어갔다.
-장면 4. 아침에 배달된 동아일보에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 기사가 예산안조정소위원회도 강타했다. 공천유력자 명단에 빠진 김황식 의원은 동아일보 기사에 흥분했다. 밤새워 일하고 있는데 당에서 이럴 수 있느냐는 것.
김 의원은 “나는 예산안 심의하러 안들어가겠다. 이렇게 해놓고 오늘 본회의도 제대로 안된다”, (어디엔가 전화를 하면서)“200명 준비해둬라. 당을 확 뒤집겠다”, “오늘부터 뒤집으면 안되요? 지도부 다 나가야 된다” 등 화를 삭이지 못했다.
자신의 공천 문제가 모든 문제에 앞서는 가장 중요한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 29일 오전 10시 속개 및 휴회: 공적자금 상환비용 처리 논란
마지막 순간에 등장한 논쟁은 공적자금 상환비용1조9000억원을 어느 회계항목에서 처리하느냐 문제였다. 이한구 의원은 정부안은 적자예산임을 속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적자금은 일반회계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일반회계 항목이 아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여 결과적으로 일반회계 규모를 1조9000억원 작아 보이게 하는 눈가림 예산이라는 것.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돈이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일반회계에서 돈을 꺼내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예산편성의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의 주장처럼 하면 심의과정에서 순증가한 8000여 억원에 공적자금 상환액 1조9000억원도 더하여 예산 증가액은 2조7000여 억원 정도. 토탈 120조 규모의 예산안이 마련되어 3조원 이상의 적자예산이 편성되게 된다. 이한구 의원은 이것을 있는 그대로 까발려야 한다는 주장.
그러나 이강래 의원은 공적자금관리기금법상 위법이 아니라고 말했고, 일반회계에 포함시키면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선심성 예산을 증액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정부안대로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신용기관에 배정된 1000억원을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에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는 김황식 의원이 다시 제기했고 모두 오후 1시에 처리하기로 하고 10시 45분에 휴회.
# 29일 오후 2시40분 속개 : 김황식은 챙기고, 이한구는 넘어간 마지막 과정
이한구 의원과 김황식 의원이 불참한 속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공적자금 상환액을 정부안과 달리 일반회계에 넣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이한구 의원은 회의에 불참했고,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 관련 당내 심사자료에 불만을 토로한 김황식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총회 사회를 본다고 불참했다.
신용보증기관에 배정할 1000억원을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에 어떻게 나누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박병석(열린우리당. 대전 서갑) 의원과 정진석 의원 등이 600억원을 기술신보에 주고 400억원을 신용보증기금에 주자고 하자 다수 의원들이 동의. 그러나 박종근 소위원장은 “이 문제는 김황식 의원이 계속 제기했는데, 김 의원과 조정했는지” 묻고, 결국 재경부의 의견에 따르는 것으로 보류의견을 내고 마무리.
반면, 1조9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반대토론 없이 정부안대로 처리했다. 박종근 소위원장은 이 과정에서는 계속 문제제기한 이한구 의원의 입장을 다시 되새기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막판 최대 쟁점이었던 공적자금상환기금 처리문제는 문제 제기자였던 이한구 의원이 자리를 비켜주는 형식으로 처리되었고, 예산안 계수조정 작업은 끝났다.
부제 : 29일 새벽 4시 ∼ 오전 10시 비공개로 막판 조정
8131억원 증가로 결론 … FTA 비준 안되면 수정
# 29일 오후 3시2분. 예산안 8131억원 증가안 통과
국회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소위원장 박종근. 한나라. 대구 달서갑)는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04년도 예산안 117조5429억원보다 8131억원 증가한 118조 3560억원 규모의 예산안 조정안을 확정하고 예결위원회(위원장 이윤수. 민주당)로 넘겼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처리가 되면 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수정해서 처리하기로 하여 준예산 편성은 피하게끔 했다. 예결위원회(위원장 이윤수. 민주. 경기 성남수정)는 30일 오전 9시30분 3당 간사회의를 거쳐 전체 회의를 열고 본회의에 수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윤수 위원장은 “FTA 처리가 30일에도 불투명하니까 관련 예산 7600억원을 예비비로 돌려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 최종 조정 과정에서 숨가빴던 28일과 29일 하루 낮 하루 밤을 돌아본다.
# 28일 밤 11시 15분 : 비공개간담회 먼저 … 안에선 고함소리도
일요일인 28일 낮 4시에 속개될 예정이었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밤 11시가 넘어서도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11시15분,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이 정부측 계수조정자료와 함께 도착했다. 박종근 소위원장이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청 501호실 앞에 등장하자 관련 공무원들과 기관 사람들이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들었지만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기획예산처 공무원들과 기자 뿐이었고, 모여든 사람들은 그대로 문 밖에 남았다.
그러나, 문 안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내일신문이 지난 금요일자에도 보도했듯 비공개간담회라는 장벽이 취재를 원천적으로 제약했다.
11시30분쯤, 박종근 소위원장과 이한구(한나라 간사. 비례대표), 이성헌(한나라. ) 김황식(한나라. ) 의원이 먼저 나왔고, 문 안에선 정진석(자민련. 충청) 의원의 고함소리가 들려나왔다. 이윤수 예결위원장도 회의장을 돌아다녔다.
# 밤 11시42분 : 공개 회의 시작 … 예산 장관 교체 발표 시비
-박종근 : 정부안이 낮 2시, 4시, 8시까지 약속한 시간을 넘기면서 사람도 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장관과 통화를 시도해도 40분만에 연결되었다. 급기야 11시15분에 자료가 제출되었다. 왜 늦었나. 정부가 설명부터 하라.
-박봉흠 : 시간을 못지켜 죄송하다. 어제밤 늦게 토의된 것 종합하여 검토한 것이 600여 개가 넘는 사업이었다. 회계간 이동오차 문제도 있었고, 당초 예상보다 소요시간이 늘어났다.
-박병윤(민주당 간사. 경기 시흥) : 어제 오후 7시 이후 간사 활동은 중단되었다. 예산처에 자율적으로 맡기니까 혼선있었다. 그동안 간사들간에 오해를 살 만한 일은 한 푼도 없었다.
-김황식(한나라. 경기 하남):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는데 주무장관 교체 내정을 발표하는 것은 예산심의에 심대한 타격이다. 국회로서 유감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어떤가.
기선잡기로 시작된 회의는 박봉흠 장관이 FTA관련 정부의 조정안을 설명하면서 각종 증액안에 대한 본격 심의로 접어들었다.
# 0:00을 넘기며 : “충청도 신규 예산 한 건도 반영 안되”
자정이 지나면서, 박종근 소위원장은 차수변경을 하고 회의를 계속 이어갔다.
-정진석(자민련. 충남 공주·연기) : 충남에서 제기한 신규사업 3건 중 한 건도 반영이 안되었다. 이래놓고 균형발전 말이 되나.(언성을 높이며)
-박봉흠 : 법률상 문제가 없다면 한 번 재검토 해보겠다.
-김황식 :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1000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는데 어디에 들어가나.
-박봉흠 :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지원이니까 어느 회사에 더 많이 지원할지는 논의 후 반영하겠다.
와중에 이성헌(한나라) 의원이 청년실업 및 장애인 교육지원 예산을 챙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증액 심의를 계속하다 휴회.
# 29일 03시10분 속개 : FTA 관련 심사 계속 … ‘탈농’이 정부 정책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허태열(한나라. 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FTA 관련 농해수위에서 다룬 쟁점 등을 설명하며 심의를 계속했다.
기획예산처는 FTA 관련 정부의 기본 방향을 다시 이야기했다.
“정부 정책은 탈농방향 정책이다”, “재농 방향의 농업 정책은 곤란하다”는 것.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 29일 04시 휴회 : 긴 휴회와 막바지 조정 열기 … “의원들 것 올려주자”
-장면 1. 다시 긴 휴회에 들어갔다. 기획예산처 직원들도 지쳤고, 밖에서 기다리는 관계자들도 지쳤다. 그러나 누구 하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살고 죽는 문제가 여기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기자가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아는 사람이 찾아오는데, 국회의원에게 달려들 로비의 정도를 다만 짐작할 뿐이었다.
-장면 2. 긴 휴회 기간 중 회의실 안에 있는 또 다른 문 안에서는 소위원들의 막바지 조정이 긴박하게 진행되었다.
4시45분경엔 김황식 의원이 이한구 의원에게 “6000억대 증액규모다. 그러면 69억원 그러지 말고 앞에 6자 맞추고(6000억대 증액 규모 훼손안하면) 차라리 의원들 것 100억원 올려주자. 의원들 것 못해 준 것도 많은데.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간사들 사이에 합의하는 것은 간사가 해야지”라고 말하고, 이한구 의원은 “이렇게 무원칙해서야 어떻게 일하나”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장면 3. 아침이 되면서 각 당에 보고할 내용을 만들어야 할 당직자들과 기사를 보내야 할 기자들이 최종 안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초조해하면서 회의 속개를 기다렸지만 속수무책 시간이 흘러갔다.
사이 사이 각 당 간사를 통해 확인하는 내용은 대략적인 규모 정도. 이강래(열린우리당 간사. 전북 남원·순창) 의원은 순증 규모가 6631억원 규모라고 했고,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이한구 의원은 8631억원 규모라고 이야기했다. 정확한 계수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고, 최후의 쟁점으로 공적자금 상환금 1조9000억원을 어느 회계항목에 넣느냐 하는 문제가 등장했다. 세입이 어느 정도 줄어드느냐 하는 문제도 막바지에 조정에 들어갔다.
-장면 4. 아침에 배달된 동아일보에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 기사가 예산안조정소위원회도 강타했다. 공천유력자 명단에 빠진 김황식 의원은 동아일보 기사에 흥분했다. 밤새워 일하고 있는데 당에서 이럴 수 있느냐는 것.
김 의원은 “나는 예산안 심의하러 안들어가겠다. 이렇게 해놓고 오늘 본회의도 제대로 안된다”, (어디엔가 전화를 하면서)“200명 준비해둬라. 당을 확 뒤집겠다”, “오늘부터 뒤집으면 안되요? 지도부 다 나가야 된다” 등 화를 삭이지 못했다.
자신의 공천 문제가 모든 문제에 앞서는 가장 중요한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 29일 오전 10시 속개 및 휴회: 공적자금 상환비용 처리 논란
마지막 순간에 등장한 논쟁은 공적자금 상환비용1조9000억원을 어느 회계항목에서 처리하느냐 문제였다. 이한구 의원은 정부안은 적자예산임을 속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적자금은 일반회계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일반회계 항목이 아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여 결과적으로 일반회계 규모를 1조9000억원 작아 보이게 하는 눈가림 예산이라는 것.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돈이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일반회계에서 돈을 꺼내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예산편성의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의 주장처럼 하면 심의과정에서 순증가한 8000여 억원에 공적자금 상환액 1조9000억원도 더하여 예산 증가액은 2조7000여 억원 정도. 토탈 120조 규모의 예산안이 마련되어 3조원 이상의 적자예산이 편성되게 된다. 이한구 의원은 이것을 있는 그대로 까발려야 한다는 주장.
그러나 이강래 의원은 공적자금관리기금법상 위법이 아니라고 말했고, 일반회계에 포함시키면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선심성 예산을 증액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정부안대로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신용기관에 배정된 1000억원을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에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는 김황식 의원이 다시 제기했고 모두 오후 1시에 처리하기로 하고 10시 45분에 휴회.
# 29일 오후 2시40분 속개 : 김황식은 챙기고, 이한구는 넘어간 마지막 과정
이한구 의원과 김황식 의원이 불참한 속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공적자금 상환액을 정부안과 달리 일반회계에 넣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이한구 의원은 회의에 불참했고,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 관련 당내 심사자료에 불만을 토로한 김황식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총회 사회를 본다고 불참했다.
신용보증기관에 배정할 1000억원을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에 어떻게 나누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박병석(열린우리당. 대전 서갑) 의원과 정진석 의원 등이 600억원을 기술신보에 주고 400억원을 신용보증기금에 주자고 하자 다수 의원들이 동의. 그러나 박종근 소위원장은 “이 문제는 김황식 의원이 계속 제기했는데, 김 의원과 조정했는지” 묻고, 결국 재경부의 의견에 따르는 것으로 보류의견을 내고 마무리.
반면, 1조9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반대토론 없이 정부안대로 처리했다. 박종근 소위원장은 이 과정에서는 계속 문제제기한 이한구 의원의 입장을 다시 되새기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막판 최대 쟁점이었던 공적자금상환기금 처리문제는 문제 제기자였던 이한구 의원이 자리를 비켜주는 형식으로 처리되었고, 예산안 계수조정 작업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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