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위를 다투며 한참 잘 나가던 H사는 외환위기 사태로 순식간에 부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회사와 노조가 합의, 1000여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의 터널을 거치면서 경영정상화를 이루었다. 그 뒤로 H사는 더욱 튼튼한 노사협력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이 회사는 매년 한 차례 이상 노사협의회를 열고 경영자와 노조 대표가 참석해 필요한 모든 현안을 다룬다. 물론 여기서 합의된 사항은 곧 경영 방침이 된다.
또 분기마다 경영설명회를 열어 최고경영자가 사원들에게 회사 현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 이렇게 형성된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는 해마다 성과배분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
남 회사 일에 "감놔라 배놔라"
이와는 달리 상당수 기업인들은 경영참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백안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동자가 회사 일에 간섭하면 안된다는 ''무대포'' 논리에서부터, 외국인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제법 거창한 논리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이 때문에 다른 기업 노조의 경영참여에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붇는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여름 현대자동차 노사 합의안을 놓고 재계가 보인 반응이다. 당시 경영참여와 관련하여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주요 내용은 ''이사회 개최시 사전통보'', ''해외공장 설립 및 이전시 노사공동심의'' 등 4개 조항인데, 이는 대부분 기존 단체협약의 내용을 명문화한 것이었다.
오히려 노조는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이나 ''노조대표자의 이사회 참여'' 등 쟁점 사안을 자진 철회했다. 그런데 노조가 철회한 핵심사안 중 하나인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은 이미 여타 사업장에 도입된 것이며, 다른 하나인 ''노조대표자의 이사회 참여'' 문제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를 따온 것으로 이미 2002년 9월부터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중이던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경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고 비난했고, 전경련은 "외국인 투자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덩달아 일부 언론마저 경영참여를 거론하며 연일 비난을 퍼부었던 것이다.
재계의 이런 거부반응과 달리 일반 국민들은 경영참여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5월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8%가 노조의 경영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임금 및 근로조건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38.8%에 지나지 않았다.
경영안정 위해 노조참여 수용
재계의 거부감과는 무관하게 노조의 경영참여가 필수적인 경우도 있다. 지난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KCC 측이 지분매집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장악했다고 선포하자, 우리사주에 20% 이내의 지분을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맞섰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통한 노사 공동대응으로 KCC의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를 막으려 한 것이다. 이처럼 노조의 경영참여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유사시에 종업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회생의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사례로 미국 AT&T사를 들 수 있다. 초거대기업이던 AT&T는 정부에 의한 강제 분할 이후 노사간의 이견으로 수차례 강력한 파업을 겪어야 했다.
그로 인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은 뒤인 1992년에 이르러 회사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회사는 AT&T 산하 회사 노조 간부들에게 기업의 이슈들을 함께 상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먼저 노사는 형식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의사소통의 틀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이후 3년에 걸친 대화와 협의를 바탕으로 하여, 1995년 노사는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담은 "미래의 작업장(Workplace of the Future)" 프로그램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향후 시장과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근로자들이 직무에 만족하면서 조직에 전념하기 위해, 노사간의 협력에 기반한 참여와 인적자원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합의문의 주 내용이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노조의 경영참여를 고민하는 많은 미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작은 차원의 실천에서 먼저 신뢰를 쌓아가며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해가면 높은 차원의 경영 문제도 어렵지 않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경우이다.
노사정위원회, 경영참여 논의 무산
그러나 현실에서 노조의 경영참여는 상대적으로 강한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간 경영참여 문제로 논의를 지속해온 노사정위원회의 사정이 이를 말해준다.
노사정위원회의 노사관계소위원회는 지난 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근로자 경영참가 확대에 관한 사항''을 의제로 하여 총 14차례에 걸쳐 회의와 워크샵 등을 진행했다.
모두 7대 세부과제가 제기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기업의 경영기구에의 참여보장''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기업의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노조대표자(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의 참여 및 발언권을 보장하고 사외이사에 대한 노조의 추천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영조직법상 사업장평의회를 모델로 만들어진 이 안에 대해 경영자측은 ''근로자대표가 기업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게 될 경우, 경영기구 본래의 회사 이익 대변자 역할과 근로자 대표로서의 근로자 대변자 역할 간의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경총의 이형준 위원은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기업 이익을 대변하여 자기모순에 빠지는 일''이라고 부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경영참여 논의는 중단되어, 소위원회는 그간의 논의 결과를 정부에 이송하는 것으로 활동을 마무리짓게 되었다.
노사협의회 기능 적극 활용할 필요
그렇지만 노사간의 대화로부터 넓은 의미에서 경영참여가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면 노사협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에는 노사협의회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특히 최근 재계에서 문제삼아 온 ''신기계 및 기술의 도입 또는 작업공정의 개선'', ''생산성 향상과 성과배분'' 등 14개항이 노사간 협의를 통해 처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사용자는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 또는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 등 핵심적인 경영정보에 대해서 근로자측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곳은 드물다.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노사협의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문제를 노조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근로자측의 태도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28일 워크숍차 방한한 ILO 사회적대화국의 루치오 바카로 선임연구원은 "단위사업장 중심의 한국 노사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도 새로운 시스템은 출현하지 않고 있다"며, "개별 사업장은 지나친 공권력 의존으로 스스로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안정성 높이는 사원주주제
지난 8월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전직원 연간 기본급의 4%를 직원과 회사가 일대일로 분담 출연하여 기금을 조성, 이로써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총 4만여명에 이르는 전체 직원이 약 134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6.41%로 외국계 대주주를 제치고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상당 수 기업들이 종업원들의 자사주 보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체로 이는 급변하는 기업환경이 초래하는 경영 불안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70년대부터 종업원이 쉽게 주식을 소유하도록 제도화하여, 이를 통해 경영안정화를 강화하도록 했다. 근로자주식소유제도(ESOP) 또는 우리사주신탁제도는 그 대표적인 방식이다. 미국인들은 이 제도를 실시하여 기업주가를 높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SAIC(Science Applications International Corporation)을 든다.
SAIC사는 2002년 매출 57억7100만달러로 포브스지가 선정한 2003년 500대 기업 중 288위를 차지한 미국 최대규모의 비상장기업. 군사·환경·의료·운송·건강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수익은 대부분 순수 기술 로열티이다.
창설자이자 핵물리학박사인 바이스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종업원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주었고, 현재 전현직 종업원들이 소유지분의 96%를, 그리고 경영진이 3%, 외부컨설팅회사들이 1%를 가지고 있다.
설립 이래 34년 동안 인위적인 감원이 없었고, 주식 시장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종업원들이 사내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하게 했음에도 재무건전성은 항상 최상급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투명성 제고 노력 지속해야
SAIC 외에도 미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원주주제를 운영중인 기업이 이미 1만개를 돌파했다. 2000년 현재 민간부문 전체 피고용자의 8.5%, 850만여명이 이 제도에 참여했으며, 99년말 기준으로 1인당 약 5만8000달러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경기대학교 신범철교수는 1993~1999년 사이에 사원주주제가 기업 경영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다음, ''근로자 주식소유 참여가 기업의 단기 성과를 제고시킨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종업원주식 소유제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상 금융상 지원책은 사회의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 사회 전체의 복지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대주주 중심의 기업에서 노동조합이 사원주주제만으로 경영참여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사원주주제로 주식 보유 비율을 높인 광주은행이 경영부실을 막지 못해 주식 소각 사태에까지 이른 예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에 관해 사무금융연맹 곽태원 위원장은 "사원주주제가 저절로 경영투명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달성해 주는 것도 아니다.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경영투명성과 기업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원주주제와 더불어 기업경영에 대한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 김선태·백만호 기자
이 회사는 매년 한 차례 이상 노사협의회를 열고 경영자와 노조 대표가 참석해 필요한 모든 현안을 다룬다. 물론 여기서 합의된 사항은 곧 경영 방침이 된다.
또 분기마다 경영설명회를 열어 최고경영자가 사원들에게 회사 현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 이렇게 형성된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는 해마다 성과배분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
남 회사 일에 "감놔라 배놔라"
이와는 달리 상당수 기업인들은 경영참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백안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동자가 회사 일에 간섭하면 안된다는 ''무대포'' 논리에서부터, 외국인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제법 거창한 논리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이 때문에 다른 기업 노조의 경영참여에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붇는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여름 현대자동차 노사 합의안을 놓고 재계가 보인 반응이다. 당시 경영참여와 관련하여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주요 내용은 ''이사회 개최시 사전통보'', ''해외공장 설립 및 이전시 노사공동심의'' 등 4개 조항인데, 이는 대부분 기존 단체협약의 내용을 명문화한 것이었다.
오히려 노조는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이나 ''노조대표자의 이사회 참여'' 등 쟁점 사안을 자진 철회했다. 그런데 노조가 철회한 핵심사안 중 하나인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은 이미 여타 사업장에 도입된 것이며, 다른 하나인 ''노조대표자의 이사회 참여'' 문제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를 따온 것으로 이미 2002년 9월부터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중이던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경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고 비난했고, 전경련은 "외국인 투자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덩달아 일부 언론마저 경영참여를 거론하며 연일 비난을 퍼부었던 것이다.
재계의 이런 거부반응과 달리 일반 국민들은 경영참여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5월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8%가 노조의 경영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임금 및 근로조건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38.8%에 지나지 않았다.
경영안정 위해 노조참여 수용
재계의 거부감과는 무관하게 노조의 경영참여가 필수적인 경우도 있다. 지난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KCC 측이 지분매집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장악했다고 선포하자, 우리사주에 20% 이내의 지분을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맞섰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통한 노사 공동대응으로 KCC의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를 막으려 한 것이다. 이처럼 노조의 경영참여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유사시에 종업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회생의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사례로 미국 AT&T사를 들 수 있다. 초거대기업이던 AT&T는 정부에 의한 강제 분할 이후 노사간의 이견으로 수차례 강력한 파업을 겪어야 했다.
그로 인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은 뒤인 1992년에 이르러 회사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회사는 AT&T 산하 회사 노조 간부들에게 기업의 이슈들을 함께 상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먼저 노사는 형식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의사소통의 틀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이후 3년에 걸친 대화와 협의를 바탕으로 하여, 1995년 노사는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담은 "미래의 작업장(Workplace of the Future)" 프로그램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향후 시장과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근로자들이 직무에 만족하면서 조직에 전념하기 위해, 노사간의 협력에 기반한 참여와 인적자원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합의문의 주 내용이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노조의 경영참여를 고민하는 많은 미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작은 차원의 실천에서 먼저 신뢰를 쌓아가며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해가면 높은 차원의 경영 문제도 어렵지 않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경우이다.
노사정위원회, 경영참여 논의 무산
그러나 현실에서 노조의 경영참여는 상대적으로 강한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간 경영참여 문제로 논의를 지속해온 노사정위원회의 사정이 이를 말해준다.
노사정위원회의 노사관계소위원회는 지난 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근로자 경영참가 확대에 관한 사항''을 의제로 하여 총 14차례에 걸쳐 회의와 워크샵 등을 진행했다.
모두 7대 세부과제가 제기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기업의 경영기구에의 참여보장''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기업의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노조대표자(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의 참여 및 발언권을 보장하고 사외이사에 대한 노조의 추천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영조직법상 사업장평의회를 모델로 만들어진 이 안에 대해 경영자측은 ''근로자대표가 기업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게 될 경우, 경영기구 본래의 회사 이익 대변자 역할과 근로자 대표로서의 근로자 대변자 역할 간의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경총의 이형준 위원은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기업 이익을 대변하여 자기모순에 빠지는 일''이라고 부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경영참여 논의는 중단되어, 소위원회는 그간의 논의 결과를 정부에 이송하는 것으로 활동을 마무리짓게 되었다.
노사협의회 기능 적극 활용할 필요
그렇지만 노사간의 대화로부터 넓은 의미에서 경영참여가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면 노사협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에는 노사협의회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특히 최근 재계에서 문제삼아 온 ''신기계 및 기술의 도입 또는 작업공정의 개선'', ''생산성 향상과 성과배분'' 등 14개항이 노사간 협의를 통해 처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사용자는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 또는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 등 핵심적인 경영정보에 대해서 근로자측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곳은 드물다.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노사협의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문제를 노조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근로자측의 태도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28일 워크숍차 방한한 ILO 사회적대화국의 루치오 바카로 선임연구원은 "단위사업장 중심의 한국 노사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도 새로운 시스템은 출현하지 않고 있다"며, "개별 사업장은 지나친 공권력 의존으로 스스로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안정성 높이는 사원주주제
지난 8월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전직원 연간 기본급의 4%를 직원과 회사가 일대일로 분담 출연하여 기금을 조성, 이로써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총 4만여명에 이르는 전체 직원이 약 134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6.41%로 외국계 대주주를 제치고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상당 수 기업들이 종업원들의 자사주 보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체로 이는 급변하는 기업환경이 초래하는 경영 불안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70년대부터 종업원이 쉽게 주식을 소유하도록 제도화하여, 이를 통해 경영안정화를 강화하도록 했다. 근로자주식소유제도(ESOP) 또는 우리사주신탁제도는 그 대표적인 방식이다. 미국인들은 이 제도를 실시하여 기업주가를 높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SAIC(Science Applications International Corporation)을 든다.
SAIC사는 2002년 매출 57억7100만달러로 포브스지가 선정한 2003년 500대 기업 중 288위를 차지한 미국 최대규모의 비상장기업. 군사·환경·의료·운송·건강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수익은 대부분 순수 기술 로열티이다.
창설자이자 핵물리학박사인 바이스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종업원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주었고, 현재 전현직 종업원들이 소유지분의 96%를, 그리고 경영진이 3%, 외부컨설팅회사들이 1%를 가지고 있다.
설립 이래 34년 동안 인위적인 감원이 없었고, 주식 시장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종업원들이 사내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하게 했음에도 재무건전성은 항상 최상급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투명성 제고 노력 지속해야
SAIC 외에도 미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원주주제를 운영중인 기업이 이미 1만개를 돌파했다. 2000년 현재 민간부문 전체 피고용자의 8.5%, 850만여명이 이 제도에 참여했으며, 99년말 기준으로 1인당 약 5만8000달러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경기대학교 신범철교수는 1993~1999년 사이에 사원주주제가 기업 경영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다음, ''근로자 주식소유 참여가 기업의 단기 성과를 제고시킨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종업원주식 소유제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상 금융상 지원책은 사회의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 사회 전체의 복지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대주주 중심의 기업에서 노동조합이 사원주주제만으로 경영참여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사원주주제로 주식 보유 비율을 높인 광주은행이 경영부실을 막지 못해 주식 소각 사태에까지 이른 예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에 관해 사무금융연맹 곽태원 위원장은 "사원주주제가 저절로 경영투명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달성해 주는 것도 아니다.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경영투명성과 기업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원주주제와 더불어 기업경영에 대한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 김선태·백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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