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수백명의 양민이 미군에 의해 희생된 일명 ‘노근리 사건’이 세상 빛을 본지 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다.
노근리 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주내용으로하는 특별법안도 발의한지 반년이 넘도록 정치권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잠자고 있는 형편이다. 반세기전 미군의 총격에 쓰러져간 노근리의 고통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AP통신 보도로 세상 공개=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지난 50년 7월 25일 충북 영동군 노근리 쌍굴다리 아래에서 벌어졌다. 후퇴하던 미군이 인근 주곡리와 임계리 주민이 대부분인 500여명의 피난민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 177명이 죽었고 20명이 행방불명됐다. 51명은 부상을 당했다. (충북 영동군청 접수 결과)
하지만 한미 혈맹관계의 그늘 때문에 반세기동안 묻혀졌던 노근리사건은 지난 99년 9월 AP통신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급격히 부상했다. 한미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1년 3개월동안 피해자와 참전 미군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끝에 “철수하던 미군이 노근리 주변에서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케 한 사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51년만인 2001년 1월 12일의 일이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은 과거 한미관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119만 달러의 추모비 건립비용과 향후 5년간 56만 달러의 추모기금(장학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동발표 축소은폐 의혹= 하지만 사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노근리 피해자들이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피해자들은 “조사단은 ‘절박한 한국전쟁 초기의 수세적인 전투상황 하에서 강요에 의해 철수 중이던 미군은 1950년 7월 마지막 주 노근리 주변에서 수 미상의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을 입혔다’ ‘사격명령 하달여부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등의 결론을 내려 미국 정부의 책임을 흐려놓았다”며 미군의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는 내용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노근리에서 발생한 사태를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었다”고 말해 60여 건에 달하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함께 책임회피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후 한미 정부가 피해자들의 재조사 요구를 묵살하면서 세월만 보내던 중 지난해 2월 영국 BBC 방송은 ‘킬 뎀 올(Kill Them All)’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밀 해제된 미군 기밀문서 등에서 한국전 당시 미 육군 고위지휘관들이 민간인에 대한 발포와 사살을 지시했음이 발견됐다”고 보도, 한미 합동조사가 엉터리로 이뤄졌음을 입증했다.
또 99년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3명의 AP통신 기자들은 2001년 ‘노건리(No Gun Ri) 사건’이란 제목의 책을 통해 한미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의 허점을 재차 지적하기도 했다.
◆특별법 법률소위서 낮잠= 정부가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지않자 피해자들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재조사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추진키로하고 직접 법안 제정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지난 6월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 등 34명의 의원들의 명의로 발의한 ‘노근리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 설치 △법 발효 이후 2년내에 진상조사 △희생자 또는 유족들에 대한 의료지원 및 생활지원 △기념탑과 기념공원 설립 등을 추진한 것.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여야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국방위 법률소위에 넘겨진 법안은 의원들의 서랍을 벗어나지 못한채 해를 넘길 위기를 맞고 있다. 법률소위 관계자는 “민원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회기를 넘기지 않으려했지만 솔직히 현재로선 언제 법안이 소위를 통과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보이지않는 견제도 법안 통과를 어렵게하는 요소다. 외교통상부나 국방부 등 관련부처들은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내심 탐탁치 않은 표정이다.
노근리 인권평화연대 사무총장 정구도씨는 “노근리 사건에 대한 한미합동조사단의 엉터리 조사는 노근리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이뤄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엄경용·김신일 기자 rabbit@naeil.com
노근리 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주내용으로하는 특별법안도 발의한지 반년이 넘도록 정치권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잠자고 있는 형편이다. 반세기전 미군의 총격에 쓰러져간 노근리의 고통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AP통신 보도로 세상 공개=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지난 50년 7월 25일 충북 영동군 노근리 쌍굴다리 아래에서 벌어졌다. 후퇴하던 미군이 인근 주곡리와 임계리 주민이 대부분인 500여명의 피난민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 177명이 죽었고 20명이 행방불명됐다. 51명은 부상을 당했다. (충북 영동군청 접수 결과)
하지만 한미 혈맹관계의 그늘 때문에 반세기동안 묻혀졌던 노근리사건은 지난 99년 9월 AP통신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급격히 부상했다. 한미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1년 3개월동안 피해자와 참전 미군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끝에 “철수하던 미군이 노근리 주변에서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케 한 사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51년만인 2001년 1월 12일의 일이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은 과거 한미관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119만 달러의 추모비 건립비용과 향후 5년간 56만 달러의 추모기금(장학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동발표 축소은폐 의혹= 하지만 사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노근리 피해자들이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피해자들은 “조사단은 ‘절박한 한국전쟁 초기의 수세적인 전투상황 하에서 강요에 의해 철수 중이던 미군은 1950년 7월 마지막 주 노근리 주변에서 수 미상의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을 입혔다’ ‘사격명령 하달여부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등의 결론을 내려 미국 정부의 책임을 흐려놓았다”며 미군의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는 내용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노근리에서 발생한 사태를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었다”고 말해 60여 건에 달하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함께 책임회피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후 한미 정부가 피해자들의 재조사 요구를 묵살하면서 세월만 보내던 중 지난해 2월 영국 BBC 방송은 ‘킬 뎀 올(Kill Them All)’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밀 해제된 미군 기밀문서 등에서 한국전 당시 미 육군 고위지휘관들이 민간인에 대한 발포와 사살을 지시했음이 발견됐다”고 보도, 한미 합동조사가 엉터리로 이뤄졌음을 입증했다.
또 99년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3명의 AP통신 기자들은 2001년 ‘노건리(No Gun Ri) 사건’이란 제목의 책을 통해 한미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의 허점을 재차 지적하기도 했다.
◆특별법 법률소위서 낮잠= 정부가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지않자 피해자들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재조사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추진키로하고 직접 법안 제정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지난 6월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 등 34명의 의원들의 명의로 발의한 ‘노근리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 설치 △법 발효 이후 2년내에 진상조사 △희생자 또는 유족들에 대한 의료지원 및 생활지원 △기념탑과 기념공원 설립 등을 추진한 것.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여야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국방위 법률소위에 넘겨진 법안은 의원들의 서랍을 벗어나지 못한채 해를 넘길 위기를 맞고 있다. 법률소위 관계자는 “민원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회기를 넘기지 않으려했지만 솔직히 현재로선 언제 법안이 소위를 통과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보이지않는 견제도 법안 통과를 어렵게하는 요소다. 외교통상부나 국방부 등 관련부처들은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내심 탐탁치 않은 표정이다.
노근리 인권평화연대 사무총장 정구도씨는 “노근리 사건에 대한 한미합동조사단의 엉터리 조사는 노근리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이뤄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엄경용·김신일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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