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한국관광공사 공동기획 - 2003년 문화관광축제의 현황과 발전방향 ⑤
‘한국적 요소’ 살아숨쉬는 영남권 축제
지역내일
2003-12-04
(수정 2003-12-04 오후 2:04:16)
■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솟구치는 힘, 살아나는 흥’을 주제로 한 ‘2003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백정을 캐릭터로 선정, 건강한 노동과 자유로운 생각으로 관념의 허울을 벗겨냄으로써 흥과 신명의 한바탕을 연출했다.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낙동강변 이벤트공원 및 하회마을 등지에서 펼쳐진 이번 축제는 ‘보는 축제에서 참여하는 체험축제로’의 대변혁을 이룬 점이 가장 큰 특징. 탈춤 및 인형극 따라 배우기, 탈 만들기, 탁본 뜨기, 한지관련 체험코너, 페이스페인팅, 인형 만들기 등 체험코너의 확대와 온돌방에서 새끼꼬기, 장작패기, 고구마 구워먹기 등 지례예술촌, 농암종택, 하회마을 등에서의 전통민박체험이 축제의 꽃을 활짝 피웠다.
이와 함께 진주오광대보존회의 ‘백정’ 등 수준 높은 창작탈춤공연들이 관람객의 높은 호응을 얻어 마당극(창작탈춤)이야말로 탈춤페스티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갈 공연물임을 입증시켰다.
이는 이번 축제가 남긴 가장 큰 의미중의 하나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탈춤을 주제로 하는 축제로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통탈춤은 그대로 유지하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창작탈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다.
마당극이 탈춤의 현대적 계승자라는 점에서, 또 창작탈춤은 그 가운데서도 적자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작품발굴과 창작지원 및 공연기회의 확대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축제에서는 또 탈춤 공연장에 최첨단 전광판을 설치하여 공연내용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높이고, 탈 공모작품과 안동관광기념품·공예품 전시매장을 전통적 부스로 설치, 전통미를 살린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등 시설면에서도 국제적인 축제로서 손색없는 면모를 갖추었다.
이러한 결과, 안동대 민속학연구소의 조사에서는 내국인 관람객의 54.1%가 과거 축제에 비해 좋아졌다고 답하였으며, 외국인들의 98.8%가 만족감을 나타냈다.
기존의 동아리를 활용하여 탈과 탈춤을 응용한 동작을 새롭게 시도한 탈춤 태권무, 탈춤 에어로빅, 탈춤 댄스 등은 틈새공연으로서 관람객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으며, 각자의 참가팀이 나름대로 만든 다양한 탈을 쓰고 나와 일정한 주제 하에 춤을 춘 탈놀이 경연대회 역시 지역의 유소년들을 탈춤매니아로 만듦으로써 탈춤축제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외국공연팀이 안동병원, 유리한방병원, 안동재활원 등 소외계층은 물론 신시장, 구시장 등 재래시장에도 찾아가 축제분위기를 전함으로써 도시전체를 축제분위기로 이끌고 모든 축제를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3년 연속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돼 한국 최고의 축제로 인정받고 있는 안동국제탈춤축제만의 자랑이다.
뿐만 아니다. 이번 축제는 민간이 주체가 되는 축제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차전놀이보존회 등 160개 시민단체에서 총 8만6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는 행사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단체가 늘어나 시민, 민간단체에 의해 이루지는 축제로 더욱 발전하는 기반을 이루었다.
하회탈놀이의 백정이 판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인도하여 개막사를 하게 한 것도 참신한 시도로서 틀에 박힌 관주도형 개막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외국 공연은 올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안동대 민속학과 한양명 교수는 “항공비를 자부담하고 공연비를 높게 요구하지 않는 팀들을 초청하다보니 기획의도에 맞는 수준 높은 공연팀을 초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이제 외국팀의 공연문제를 축제의 장기적 발전전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공연프로그램을 메우기 위해서나 ‘국제탈춤축제’라는 명분을 세우기 위해 구색맞춤으로 하는 수준 낮은 공연, 그리고 탈춤과 무관한 공연은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하회마을 행사 역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고 새로운 면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회의 큰집 마당과 골목 등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공간활용이 만족스럽지 못했으며 줄불놀이는 예전보다 못했다는 평가다.
양 교수는 선유줄불놀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회주민과 현재의 전승자들이 동참하는 보존회를 결성하고 문화재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먼저 선유줄불놀이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와 학술적 조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 부부 또는 가족동반 참가자가 47%에 달하는 등 해마다 그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을 고려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이들이 많이 찾는 인기 체험부스 폭의 크기를 확대하여 이동동선에 지장을 주지 않고 체험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행사장 배치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탈 및 안동 전통문화와 관련된 새로운 체험코너의 개발도 절실해 보인다.
끝으로 하회마을, 도산서원처럼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안동만의 고유한 관광지가 외국인들에게 축제연계 관광상품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드러내는 등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음에도, 정작 탈춤축제와 연계한 관광상품의 개발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축제장, 하회마을, 봉정사, 도산서원, 민속박물관 등을 연계하는 체험관광상품의 개발, 홍보와 순환셔틀버스의 운행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진주남강 유등축제
강변에는 1만개의 소망등이 내걸리고 강물에는 5000개의 유등이 띄워졌으며 풍등 200개는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중국 일본 태국 등 등문화권 국가의 전통등 24개와 시민, 청소년들이 만든 창작등 1만개가 더해져 남강일대는 오색등불로 뒤덮였다.
‘찰칵 찰칵’. 형형색색 휘황찬란한 수만개의 유등이 남강에 화려하게 내려앉자 관광객들은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다.
논개의 얼이 살아 숨쉬는 의암바위 앞 남강에서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동안 펼쳐진 유등축제는 이른바 ‘사진찍기 좋은 축제’로 이미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배재대 문화관광대학 정강환 학장은 “설문조사 결과, 관광객들의 98.7%가 사진촬영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나타내 다른 문화관광축제와 비교해 ‘사진촬영하기 좋은 축제’로 큰 장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서울시 공무원 사진동호회는 새벽까지 축제장을 돌며 사진촬영을 하는 등 관광객 가운데는 사진찍기 협회나 각 지역 사진동우회의 방문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정강환 교수는 “축제 홍보에 있어서도 사진이 주요한 키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서 추후 축제의 홍보 및 축제 프로그램 편성시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등축제가 다른 문화관광축제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야간축제’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화관광축제들이 낮 시간대에 방문객들의 집중도가 높은 것에 반해 진주남강 유등축제는 야간 방문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간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재대 관광이벤트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지역축제들에서는 방문객들이 주로 오후 2∼3시경 높은 집중도를 보이고 있으나, 진주남강 유등축제의 경우는 타 축제들에서 방문객들이 축제장을 떠나는 오후 5∼8시에 약 60%의 방문객들이 축제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올 축제에서도 축제장을 떠나는 방문객들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밤 10시경(29.3%)으로 조사되었다며 관광객들은 축제장의 등이 꺼지는 새벽 2시까지 축제장에 머물거나 소등 이후에도 축제장내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등축제의 성공 포인트는 행사내용의 다양성에 있다.
정 교수는 “축제프로그램의 다양성에 대한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결과를 보인 것은 지난해와 비교해 전시된 등의 양적 증가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며 “행사내용의 다양성 부문은 타 문화관광축제와 비교해 진주남강 유등축제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축제 방문객들이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지목한 ‘세계등 전시’에는 지난해 참가한 중국 일본 대만 이외에 태국 싱가포르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새로 참가해 모두 7개국 24개의 전통등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유등(소망등) 띄우기’ 역시 방문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그램인 데다 유등을 띄우는 장소의 색다른 분위기가 영향을 미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등띄우기는 특히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다른 체험프로그램에 비해 저가로 운영된 데다 수능시험 등을 앞둔 방문객들이 자신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유등에 붙여 강에 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종교참여등 코너를 신설하는 등 참여 및 화합의 장을 통한 다양한 등 전시도 관광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그러나 유등축제는 다른 문화관광축제와 달리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유등띄우기, 창작등만들기, 풍등날리기, 등관람부교 등의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와 흥미도가 낮게 나타난 이유는 우선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이 남강과 둔치에 설치된 각종 등을 관람하는 전시중심의 행사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풍등날리기’와 같은 경우는 색다른 체험임에도 높은 체험비(3만원)로 인해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축제의 경향이나 관광객들의 요구에 비추어 체험프로그램의 개발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야간축제로서 프로그램 빈약 등 주간방문객들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한 점은 축제기간 진주시내 일원에서 개최된 개천예술제와의 상호 연계를 통해 상당부분 극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 대구 약령시축제
대구 약령시축제는 도심 속에서 우리문화를 간직한 몇 안 되는 문화관광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문화관광축제가 군소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비해, 약령시축제는 대도시의 중심가에서 개최돼 주로 도시민들이 즐겨 참여하는 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5월 7일부터 11일까지 대구시 약전골목, 약령시전시관 등에서 열린 올 축제는 국산 한약재와 수입 한약재 비교전시, 한방 떡 개발 전시회 등의 전시행사와 한방무료진료 및 체질감별, 약첩싸기, 한약재 달이기 등 체험행사, 청년 허준 선발대회, 약초 썰기 등 경연대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축제의 주제에 맞게 잘 짜여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한방 무료진료장은 약령시 축제의 주 구성원인 40∼50대 이상 연령층의 건강에 대한 욕구를 잘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약전골목에 조성된 약초꽃 동산도 도심에서 자연을 느끼며 잠시나마 탈일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도자기빚기, 장승깎기 등 주제와 관련성이 적은 체험프로그램들과 젊은 층들의 축제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일부 프로그램들은 축제의 정체성을 훼손하여 축제의 생명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건양대 지진호 교수는 “축제 전에 발생된 지하철 화재참사로 분위기가 매우 좋지 못했으나 사단법인 약령시 보존위원회 임원들의 노력 등으로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됐다”면서 “특히 약령시 보존회에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개발 진행함으로써 민간 주도형 축제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기타 축제들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에서 펼쳐진 경주 술과 떡 축제는 사라지고 있는 우리 전통 먹거리를 테마로 한 축제였기에 축제참가자들에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국의 술과 떡 전시장 내에 마련된 몇몇 전통 술 제조 참여업체의 술 시음장 및 떡 시식장은 관광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단조로웠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건양대 지진호 교수는 “먹거리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적 프로그램의 편성이 쉽지는 않으나 전시 및 공연 위주의 평면적 구성보다는 관광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입체적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풍기 인삼축제의 경우는 인근지역의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양 축제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 관광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같은 테마의 금산 인삼축제와 차별전략을 세우는 것이 축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인사·가야산 국립공원 일대에서 벌어진 팔만대장경축제는 축제의 소란스러움과 산사의 경건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축제의 성패가 달려있다. 올 축제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팔만대장경 인경체험과 판각체험에서는 반야심경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깊이 있는 체험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솟구치는 힘, 살아나는 흥’을 주제로 한 ‘2003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백정을 캐릭터로 선정, 건강한 노동과 자유로운 생각으로 관념의 허울을 벗겨냄으로써 흥과 신명의 한바탕을 연출했다.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낙동강변 이벤트공원 및 하회마을 등지에서 펼쳐진 이번 축제는 ‘보는 축제에서 참여하는 체험축제로’의 대변혁을 이룬 점이 가장 큰 특징. 탈춤 및 인형극 따라 배우기, 탈 만들기, 탁본 뜨기, 한지관련 체험코너, 페이스페인팅, 인형 만들기 등 체험코너의 확대와 온돌방에서 새끼꼬기, 장작패기, 고구마 구워먹기 등 지례예술촌, 농암종택, 하회마을 등에서의 전통민박체험이 축제의 꽃을 활짝 피웠다.
이와 함께 진주오광대보존회의 ‘백정’ 등 수준 높은 창작탈춤공연들이 관람객의 높은 호응을 얻어 마당극(창작탈춤)이야말로 탈춤페스티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갈 공연물임을 입증시켰다.
이는 이번 축제가 남긴 가장 큰 의미중의 하나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탈춤을 주제로 하는 축제로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통탈춤은 그대로 유지하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창작탈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다.
마당극이 탈춤의 현대적 계승자라는 점에서, 또 창작탈춤은 그 가운데서도 적자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작품발굴과 창작지원 및 공연기회의 확대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축제에서는 또 탈춤 공연장에 최첨단 전광판을 설치하여 공연내용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높이고, 탈 공모작품과 안동관광기념품·공예품 전시매장을 전통적 부스로 설치, 전통미를 살린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등 시설면에서도 국제적인 축제로서 손색없는 면모를 갖추었다.
이러한 결과, 안동대 민속학연구소의 조사에서는 내국인 관람객의 54.1%가 과거 축제에 비해 좋아졌다고 답하였으며, 외국인들의 98.8%가 만족감을 나타냈다.
기존의 동아리를 활용하여 탈과 탈춤을 응용한 동작을 새롭게 시도한 탈춤 태권무, 탈춤 에어로빅, 탈춤 댄스 등은 틈새공연으로서 관람객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으며, 각자의 참가팀이 나름대로 만든 다양한 탈을 쓰고 나와 일정한 주제 하에 춤을 춘 탈놀이 경연대회 역시 지역의 유소년들을 탈춤매니아로 만듦으로써 탈춤축제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외국공연팀이 안동병원, 유리한방병원, 안동재활원 등 소외계층은 물론 신시장, 구시장 등 재래시장에도 찾아가 축제분위기를 전함으로써 도시전체를 축제분위기로 이끌고 모든 축제를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3년 연속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돼 한국 최고의 축제로 인정받고 있는 안동국제탈춤축제만의 자랑이다.
뿐만 아니다. 이번 축제는 민간이 주체가 되는 축제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차전놀이보존회 등 160개 시민단체에서 총 8만6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는 행사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단체가 늘어나 시민, 민간단체에 의해 이루지는 축제로 더욱 발전하는 기반을 이루었다.
하회탈놀이의 백정이 판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인도하여 개막사를 하게 한 것도 참신한 시도로서 틀에 박힌 관주도형 개막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외국 공연은 올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안동대 민속학과 한양명 교수는 “항공비를 자부담하고 공연비를 높게 요구하지 않는 팀들을 초청하다보니 기획의도에 맞는 수준 높은 공연팀을 초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이제 외국팀의 공연문제를 축제의 장기적 발전전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공연프로그램을 메우기 위해서나 ‘국제탈춤축제’라는 명분을 세우기 위해 구색맞춤으로 하는 수준 낮은 공연, 그리고 탈춤과 무관한 공연은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하회마을 행사 역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고 새로운 면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회의 큰집 마당과 골목 등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공간활용이 만족스럽지 못했으며 줄불놀이는 예전보다 못했다는 평가다.
양 교수는 선유줄불놀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회주민과 현재의 전승자들이 동참하는 보존회를 결성하고 문화재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먼저 선유줄불놀이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와 학술적 조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 부부 또는 가족동반 참가자가 47%에 달하는 등 해마다 그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을 고려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이들이 많이 찾는 인기 체험부스 폭의 크기를 확대하여 이동동선에 지장을 주지 않고 체험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행사장 배치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탈 및 안동 전통문화와 관련된 새로운 체험코너의 개발도 절실해 보인다.
끝으로 하회마을, 도산서원처럼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안동만의 고유한 관광지가 외국인들에게 축제연계 관광상품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드러내는 등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음에도, 정작 탈춤축제와 연계한 관광상품의 개발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축제장, 하회마을, 봉정사, 도산서원, 민속박물관 등을 연계하는 체험관광상품의 개발, 홍보와 순환셔틀버스의 운행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진주남강 유등축제
강변에는 1만개의 소망등이 내걸리고 강물에는 5000개의 유등이 띄워졌으며 풍등 200개는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중국 일본 태국 등 등문화권 국가의 전통등 24개와 시민, 청소년들이 만든 창작등 1만개가 더해져 남강일대는 오색등불로 뒤덮였다.
‘찰칵 찰칵’. 형형색색 휘황찬란한 수만개의 유등이 남강에 화려하게 내려앉자 관광객들은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다.
논개의 얼이 살아 숨쉬는 의암바위 앞 남강에서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동안 펼쳐진 유등축제는 이른바 ‘사진찍기 좋은 축제’로 이미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배재대 문화관광대학 정강환 학장은 “설문조사 결과, 관광객들의 98.7%가 사진촬영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나타내 다른 문화관광축제와 비교해 ‘사진촬영하기 좋은 축제’로 큰 장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서울시 공무원 사진동호회는 새벽까지 축제장을 돌며 사진촬영을 하는 등 관광객 가운데는 사진찍기 협회나 각 지역 사진동우회의 방문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정강환 교수는 “축제 홍보에 있어서도 사진이 주요한 키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서 추후 축제의 홍보 및 축제 프로그램 편성시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등축제가 다른 문화관광축제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야간축제’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화관광축제들이 낮 시간대에 방문객들의 집중도가 높은 것에 반해 진주남강 유등축제는 야간 방문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간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재대 관광이벤트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지역축제들에서는 방문객들이 주로 오후 2∼3시경 높은 집중도를 보이고 있으나, 진주남강 유등축제의 경우는 타 축제들에서 방문객들이 축제장을 떠나는 오후 5∼8시에 약 60%의 방문객들이 축제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올 축제에서도 축제장을 떠나는 방문객들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밤 10시경(29.3%)으로 조사되었다며 관광객들은 축제장의 등이 꺼지는 새벽 2시까지 축제장에 머물거나 소등 이후에도 축제장내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등축제의 성공 포인트는 행사내용의 다양성에 있다.
정 교수는 “축제프로그램의 다양성에 대한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결과를 보인 것은 지난해와 비교해 전시된 등의 양적 증가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며 “행사내용의 다양성 부문은 타 문화관광축제와 비교해 진주남강 유등축제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축제 방문객들이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지목한 ‘세계등 전시’에는 지난해 참가한 중국 일본 대만 이외에 태국 싱가포르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새로 참가해 모두 7개국 24개의 전통등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유등(소망등) 띄우기’ 역시 방문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그램인 데다 유등을 띄우는 장소의 색다른 분위기가 영향을 미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등띄우기는 특히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다른 체험프로그램에 비해 저가로 운영된 데다 수능시험 등을 앞둔 방문객들이 자신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유등에 붙여 강에 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종교참여등 코너를 신설하는 등 참여 및 화합의 장을 통한 다양한 등 전시도 관광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그러나 유등축제는 다른 문화관광축제와 달리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유등띄우기, 창작등만들기, 풍등날리기, 등관람부교 등의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와 흥미도가 낮게 나타난 이유는 우선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이 남강과 둔치에 설치된 각종 등을 관람하는 전시중심의 행사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풍등날리기’와 같은 경우는 색다른 체험임에도 높은 체험비(3만원)로 인해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축제의 경향이나 관광객들의 요구에 비추어 체험프로그램의 개발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야간축제로서 프로그램 빈약 등 주간방문객들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한 점은 축제기간 진주시내 일원에서 개최된 개천예술제와의 상호 연계를 통해 상당부분 극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 대구 약령시축제
대구 약령시축제는 도심 속에서 우리문화를 간직한 몇 안 되는 문화관광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문화관광축제가 군소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비해, 약령시축제는 대도시의 중심가에서 개최돼 주로 도시민들이 즐겨 참여하는 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5월 7일부터 11일까지 대구시 약전골목, 약령시전시관 등에서 열린 올 축제는 국산 한약재와 수입 한약재 비교전시, 한방 떡 개발 전시회 등의 전시행사와 한방무료진료 및 체질감별, 약첩싸기, 한약재 달이기 등 체험행사, 청년 허준 선발대회, 약초 썰기 등 경연대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축제의 주제에 맞게 잘 짜여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한방 무료진료장은 약령시 축제의 주 구성원인 40∼50대 이상 연령층의 건강에 대한 욕구를 잘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약전골목에 조성된 약초꽃 동산도 도심에서 자연을 느끼며 잠시나마 탈일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도자기빚기, 장승깎기 등 주제와 관련성이 적은 체험프로그램들과 젊은 층들의 축제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일부 프로그램들은 축제의 정체성을 훼손하여 축제의 생명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건양대 지진호 교수는 “축제 전에 발생된 지하철 화재참사로 분위기가 매우 좋지 못했으나 사단법인 약령시 보존위원회 임원들의 노력 등으로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됐다”면서 “특히 약령시 보존회에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개발 진행함으로써 민간 주도형 축제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기타 축제들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에서 펼쳐진 경주 술과 떡 축제는 사라지고 있는 우리 전통 먹거리를 테마로 한 축제였기에 축제참가자들에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국의 술과 떡 전시장 내에 마련된 몇몇 전통 술 제조 참여업체의 술 시음장 및 떡 시식장은 관광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단조로웠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건양대 지진호 교수는 “먹거리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적 프로그램의 편성이 쉽지는 않으나 전시 및 공연 위주의 평면적 구성보다는 관광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입체적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풍기 인삼축제의 경우는 인근지역의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양 축제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 관광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같은 테마의 금산 인삼축제와 차별전략을 세우는 것이 축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인사·가야산 국립공원 일대에서 벌어진 팔만대장경축제는 축제의 소란스러움과 산사의 경건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축제의 성패가 달려있다. 올 축제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팔만대장경 인경체험과 판각체험에서는 반야심경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깊이 있는 체험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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