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설 연휴 마지막날인 25일 아침. 콩나물 해장국집이 몰려 있는 전주 남부시장의 ㄱ식당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4월 총선 도내 출마예정자들의 사진과 이력이 실린 신문을 찢자 옆자리 손님과 시비가 붙은 것. 신문을 찢고서도 연신 육두문자를 쏟아낸 조종현(40.자영업)씨는 “정치인이라면 꼴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자주 찾는 호프집 주인에게 ‘난장판에 뭣하러 들어가려 하느냐’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정치권에 대한 설 전북 민심은 근 20여년 만에 몰아 친 설 한파만큼 차갑고 냉소적이었다.
◇ ‘첨으로 선거다운 선거 해 보겠다’= 그렇다고 무작정 싫은 외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잡한 꼴 보기 싫어서라도 제대로 뽑아야 하지 않겠냐’는 선택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23일 남원터미널에서 만난 이강현(38. 농업)씨는 “솔직히 민주당 먼저 보고 사람 봤는데 이번에는 사람 먼저 보고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창 처가를 다녀온다는 박전수(40. 유통업)씨는 “상품도 경쟁을 해야 좋은 물건이 나오는데 그동안 전북은 민주당 독점만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을) 배신자라고 욕하는데 어쨌든 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거다운 선거 해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심의 이러한 변화는 민주당 분당직후 거세게 일었던 ‘열린우리당=노무현=배신자’라는 등식이 점점 엷어짐을 의미한다. 또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수십년의 통념이 깨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자신을 열성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오종수(60. 농업)씨는 “서울서 내려온 아들이 민주당 욕을 하길래 한바탕 했다”면서 “민주당이 젊은 사람들 표 얻으려면 자리 욕심 버리고 개혁할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민주당이 최근 겪고 있는 부진은 각종 현안사업에서 도민기대에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열린우리당과 분명한 차별화가 가능했던 부안 방폐장 문제의 대립각도 상당히 무뎌진 상태. 정치권에 쏟아지는 불만이 고스란히 현역 의원과 지역정계를 주도해 온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익산에 출마하려는 민주당 전북도지부 이한수 대변인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현역 의원들의 모습이 주민들에게 실망감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종 전주포럼 대표는 “김제 장성원 의원 같은 자발적 용퇴 의원이 2~3명은 더 나와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동영 효과’ 어디까지= 호남권 총선 판도는 물론 전북 민심의 절대적인 양대 기준이던 DJ와 민주당의 색채가 흐려지고 있다. 대신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복합적인 변수가 그 위로 겹쳐지고 있다.
그 핵심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서 있다. 택시운전을 하는 정재길(47)씨는 “먹고 살기는 힘들고 대통령도 자꾸 말실수 하고 민주당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솔직히 별 기대 안하고 산다”면서도 “정동영씨가 당 대표 됐다니까 기대를 가져보기는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장의 지역구 이전논란이 주요 이슈가 될 만큼 논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수도권 전북 출향인들의 표심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동영 효과’의 종착점을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민주당 주도의 도내 총선 흐름을 상당부분 흔들어 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도내 열린우리당의 세를 확장 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것. 당장 민주당적으로 갖고 있는 도내 단체장들의 당적이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 색깔을 누구보다 분명히 했던 김세웅 무주군수가 ‘민주당 개혁 부진과 지역사업 수행’을 이유로 열린우리당행을 택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강현욱 도지사의 총선 전 열린우리당행은 90% 이상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DJ와 민주당’이 차지하던 만큼은 아직 아니라는 평가다. 25일 익산역을 찾은 이정후(43. 건설업)씨는 “정동영씨가 ‘올인’ 한다고 했는데 그 양반이 뭘 희생하고 버렸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우리 지역 출신이라 관심을 갖고 있는데 아직은 헛갈린다”고 전했다.
전주에서 6년전 대구로 이사를 간 임종빈(44. 한의사)는 “당 보고 찍는 시대는 간 것 같고, 경선 잘해서 좋은 인물 내고 시민들이 잘 보고 선택하면 그것이 개혁 아니냐”고 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25일 아침. 콩나물 해장국집이 몰려 있는 전주 남부시장의 ㄱ식당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4월 총선 도내 출마예정자들의 사진과 이력이 실린 신문을 찢자 옆자리 손님과 시비가 붙은 것. 신문을 찢고서도 연신 육두문자를 쏟아낸 조종현(40.자영업)씨는 “정치인이라면 꼴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자주 찾는 호프집 주인에게 ‘난장판에 뭣하러 들어가려 하느냐’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정치권에 대한 설 전북 민심은 근 20여년 만에 몰아 친 설 한파만큼 차갑고 냉소적이었다.
◇ ‘첨으로 선거다운 선거 해 보겠다’= 그렇다고 무작정 싫은 외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잡한 꼴 보기 싫어서라도 제대로 뽑아야 하지 않겠냐’는 선택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23일 남원터미널에서 만난 이강현(38. 농업)씨는 “솔직히 민주당 먼저 보고 사람 봤는데 이번에는 사람 먼저 보고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창 처가를 다녀온다는 박전수(40. 유통업)씨는 “상품도 경쟁을 해야 좋은 물건이 나오는데 그동안 전북은 민주당 독점만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을) 배신자라고 욕하는데 어쨌든 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거다운 선거 해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심의 이러한 변화는 민주당 분당직후 거세게 일었던 ‘열린우리당=노무현=배신자’라는 등식이 점점 엷어짐을 의미한다. 또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수십년의 통념이 깨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자신을 열성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오종수(60. 농업)씨는 “서울서 내려온 아들이 민주당 욕을 하길래 한바탕 했다”면서 “민주당이 젊은 사람들 표 얻으려면 자리 욕심 버리고 개혁할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민주당이 최근 겪고 있는 부진은 각종 현안사업에서 도민기대에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열린우리당과 분명한 차별화가 가능했던 부안 방폐장 문제의 대립각도 상당히 무뎌진 상태. 정치권에 쏟아지는 불만이 고스란히 현역 의원과 지역정계를 주도해 온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익산에 출마하려는 민주당 전북도지부 이한수 대변인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현역 의원들의 모습이 주민들에게 실망감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종 전주포럼 대표는 “김제 장성원 의원 같은 자발적 용퇴 의원이 2~3명은 더 나와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동영 효과’ 어디까지= 호남권 총선 판도는 물론 전북 민심의 절대적인 양대 기준이던 DJ와 민주당의 색채가 흐려지고 있다. 대신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복합적인 변수가 그 위로 겹쳐지고 있다.
그 핵심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서 있다. 택시운전을 하는 정재길(47)씨는 “먹고 살기는 힘들고 대통령도 자꾸 말실수 하고 민주당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솔직히 별 기대 안하고 산다”면서도 “정동영씨가 당 대표 됐다니까 기대를 가져보기는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장의 지역구 이전논란이 주요 이슈가 될 만큼 논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수도권 전북 출향인들의 표심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동영 효과’의 종착점을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민주당 주도의 도내 총선 흐름을 상당부분 흔들어 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도내 열린우리당의 세를 확장 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것. 당장 민주당적으로 갖고 있는 도내 단체장들의 당적이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 색깔을 누구보다 분명히 했던 김세웅 무주군수가 ‘민주당 개혁 부진과 지역사업 수행’을 이유로 열린우리당행을 택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강현욱 도지사의 총선 전 열린우리당행은 90% 이상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DJ와 민주당’이 차지하던 만큼은 아직 아니라는 평가다. 25일 익산역을 찾은 이정후(43. 건설업)씨는 “정동영씨가 ‘올인’ 한다고 했는데 그 양반이 뭘 희생하고 버렸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우리 지역 출신이라 관심을 갖고 있는데 아직은 헛갈린다”고 전했다.
전주에서 6년전 대구로 이사를 간 임종빈(44. 한의사)는 “당 보고 찍는 시대는 간 것 같고, 경선 잘해서 좋은 인물 내고 시민들이 잘 보고 선택하면 그것이 개혁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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