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다운 선거 해 보겠다"

지역내일 2004-01-26 (수정 2004-01-26 오후 2:54:22)
설 민심의 내면에는 ‘추잡한 꼴 보기 싫어서라도 제대로 뽑아야 하지 않겠냐’는 선택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23일 남원터미널에서 만난 이강현(38. 농업)씨는 “솔직히 민주당 먼저 보고 사람 봤는데 이번에는 사람 먼저 보고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창 처가를 다녀온다는 박전수(40. 유통업)씨는 “상품도 경쟁을 해야 좋은 물건이 나오는데 그동안 전북은 민주당 독점만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을) 배신자라고 욕하는데 어쨌든 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거다운 선거 해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심의 이러한 변화는 민주당 분당직후 거세게 일었던 ‘열린우리당=노무현=배신자’라는 등식이 점점 엷어짐을 의미한다. 또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수십년의 통념이 깨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자신을 열성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오종수(60. 농업)씨는 “서울서 내려온 아들이 민주당 욕을 하길래 한바탕 했다”면서 “민주당이 젊은 사람들 표 얻으려면 자리 욕심 버리고 개혁할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민주당이 최근 겪고 있는 부진은 각종 현안사업에서 도민기대에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열린우리당과 분명한 차별화가 가능했던 부안 방폐장 문제의 대립각도 상당히 무뎌진 상태. 정치권에 쏟아지는 불만이 고스란히 현역 의원과 지역정계를 주도해 온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익산에 출마하려는 민주당 전북도지부 이한수 대변인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현역 의원들의 모습이 주민들에게 실망감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종 전주포럼 대표는 “김제 장성원 의원 같은 자발적 용퇴 의원이 2~3명은 더 나와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6년전 대구로 이사를 간 임종빈(44. 한의사)는 “당 보고 찍는 시대는 간 것 같고, 경선 잘해서 좋은 인물 내고 시민들이 잘 보고 선택하면 그것이 개혁 아니냐”고 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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