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산터널, 백지화에서 ‘강행’까지

노 대통령 스스로 ‘공론조사’ 포기

지역내일 2003-12-23 (수정 2003-12-23 오후 4:31:40)
DJ 당시 청와대가 공사중단시켜 … 공사재개시 에덴·정원건설이 터널 시공할 듯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서울 및 수도권 주변 도시를 연결하는 환상도로(環狀道路·Ring Road)로 계획됐다.
1989년부터 사업에 들어가 전체 127km 구간 가운데 퇴계원-판교-평촌-부천-김포-일산을 잇는 91km는 이미 완공됐다.
지난 97년 일산-벽제-의정부-퇴계원 구간(36.3km)이 왕복 8차선 터널로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운동이 시작됐다.

◆ “국립공원 우회노선은 없다” = 반대운동 초기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은 북한산국립공원을 우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건교부와 한국도로공사는 97년 이후 계속 ‘우회노선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쟁점이 된 ‘의정부 북측 우회노선’은 지난 2000년 환경영향평가 협의 직전 도로공사가 아닌 환경단체에서 먼저 제시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도로설계자들이 모인 도로공사에서 3년 동안 찾지 못했던 우회노선이 환경단체에 의해 제시됐으나, 환경부는 결국 당초 실시설계노선대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해주었다. 우회노선의 경우 식생훼손 면적이 더 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이로써 환경부는 국립공원을 지켜야 할 주무부처가 국립공원 훼손을 방기했다는 비난과 함께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극한대립 상황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사패산터널이 회룡사 등 주요 사찰의 수행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교계가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선 것도 이 즈음이다.
2001년 11월에는 사패산 터널 입구에 불교계의 농성장이 만들어졌고 그 직후 시공사인 LG건설이 폭력배들을 동원, 농성중인 비구니 스님들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당시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재에 나섰다. 시공사는 공사를 중단하고 불교계는 농성장을 철수하는 조건으로 ‘노선재검토위원회’가 구성됐다. 당시 청와대가 중재에 나선 것은 LG건설 하청업체인 에덴건설과 김홍일 의원의 유착관계가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 “꼭 챙기겠습니다” =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모두 ‘사패산터널 백지화’를 공약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도 수락산·불암산 터널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불교계와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졌다. 농성장까지 철수하고 노선재검토를 하는 마당에 수락산·불암산 터널공사가 계속된다면 대통령 당선자의 ‘백지화’ 약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노무현 당선자는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패산 문제를) 꼭 챙기겠다”는 말로 불교계를 달랬다.
수락산과 불암산 터널 공사가 중단된 것은 지난해 4월. 양측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노선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다음의 일이다.
노선재검토위원회는 지난 45일간의 활동기간 동안 3가지 범주의 노선에 대한 연구조사활동 및 현장답사, 내부워크숍 등을 진행했으며, 위원별 보고서를 발간했다.
10명의 위원들은 △의정부 북측 우회노선 5명 △북한산국립공원 외곽 우회노선 1명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노선 4명 등으로 의견을 표시했다.
8명 이상의 합의원칙(위원 3분의 2)에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북한산 관통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 북측 우회노선과 국립공원 외곽노선을 주장한 위원들은 그 근거로 △북한산국립공원 보호 △균형적인 지역발전 △사회적 편익 △서울동북부 지역의 대기오염 가중 방지 △역사·문화유산의 보호 △풍수지리적 판단 등을 들어 북한산국립공원 관통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 4km 광폭터널 유지보수비 과다 = 당시 의정부 북측 우회노선을 채택한 (주)한국도로기술의 위성동 박사는 “길이 4km가 넘는 사패산터널은 광폭장대터널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어 비경제적”이라며 “터널 화재시 위험한 관통노선보다는 의정부 북측 우회노선이 유지비용도 덜 들고 동두천이나 포천 방면의 교통량을 흡수하는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각 노선의 경제성 분야 가치를 분석한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승헌 박사는 “북한산국립공원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서 평가하면 △관통노선 -4조 2906억원 △인접 우회노선 -3조 2093억원 △의정부 우회노선 +6255억원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런 명백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당초 실시설계노선대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월 19일 국무회의에서 “공론조사 뒤 노선을 결정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번 해인사 방문에서 공론조사 방안을 스스로 철회하고 사실상 관통노선을 강행하는 쪽으로 불교계의 협조를 구했다.

◆ “에덴·정원건설이 시공” = 한편 사패산터널이 강행될 경우, 터널공사는 에덴건설과 정원종합건설이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사인 LG건설 관계자는 “아직 공사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하도급계약을 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터널굴착장비가 많고 시공실적이 많은 에덴과 정원에서 공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덴건설은 현재 공사중단 중인 수락산 서쪽 터널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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