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 더불어 사는 사회

지역내일 2004-02-02 (수정 2004-02-02 오후 4:40:24)
나의 삶 속에서 가장 행복을 느꼈던 것은 내가 하얀 분필을 잡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때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내가 이 학교로 정근을 온 첫해의 일이다.
3월 초 학생들과 처음 만나는 날, 나는 아이들을 익히기 위하여 출석을 부른 적이 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이정우’라고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번 ‘이정우’라고 불렀다. 정우는 나의 억압된 목소리에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지만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디 손 한번 들어봐!’ 하고 고함을 질렀다. 교실은 냉기류가 흘렀고 난 더 격한 목소리로 ‘누가 정우야! 응!’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의 시선은 한 학생에게 쏠려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외모는 장애를 가진 학생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우의 눈빛을 보는 순간 일이 잘못 돼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무실에 돌아와 정우의 1학년 가정환경조사서를 보았을 때 나는 너무도 놀랐다. 정우는 4살 때 약을 잘 못 먹어 말이 어둔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장애가 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중3 때는 교통사고로 몸까지 불편하게 되었다. 조금 전 나의 모욕적인 말에 정우가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까를 생각하니 미안하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방과 후 다리를 절며 걷는 정우의 모습을 보았을 때, 안스러움과 죄책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우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처다 보았다. 떨고 있는 정우의 손을 꼭 잡고 “정우야 미안하다. 선생님이 너의 사정을 모르고 실언을 했구나. 아이들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니”라고 말했더니 정우는 눈물을 글썽였다.
다음 날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한 학생이 “선생님 어제 집에 갈 때 정우책가방 들어주시는 거 다 봤어요. 정우는 우리 반이니까, 우리가 책임질 거예요”라며 “등하교시 가방 들어줄 당번까지 정했는걸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진정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얀 백지를 가진 아이에게 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물감을 뿌리려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남부호 교육인적자원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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