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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 주한미대사 평가·후임대사에 주문 ‘친미 반미’ 뛰어넘은 힐 대사 대중외교 호평 그린·롤리스·팔 등 후보자 각축속 후임 미정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가 5개월여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임명받은 그는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도 맡았다. 한반도 안보에 관한 한 그는 대사시절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또 그는 귀국 후 후임 대사 인선에도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5개월, 폭넓은 만남 = 지난해 7월 주한미대사로 부임한 그는 “역대 어느 대사보다 한국국민과의 만남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대북입장이 강경 일변도로 유지돼 왔지만, 그는 한국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애썼다는 것이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6일 평화네트워크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 것처럼 힐 대사가 만난 인사는 이른바 ‘친미와 반미’를 넘나들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는 어느 전임자보다도 한국민 속으로 파고들려는 노력이 남달랐다”며 “그의 대중외교(public diplomacy)가 언론이나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18년전 이미 한국에서 3년간 근무한 힐 대사가 이처럼 왕성한 대외 접촉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힐 대사와 친밀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그는 미군장갑차사건이 단순한 안전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한 군중심리 확산을 통해 정치쟁점화한 점을 주목했고, 인터넷의 보급이 한국사회를 변화 시킨 데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힐 대사는 ‘까페 USA’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네티즌과 직접 만나기도 했고 광주5·18 묘소를 참배하는가 하면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진보적 성향의 남북관계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 토론회 참석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정관계 상층인사만을 상대했던 과거의 미국대사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정의용 의원(열린우리당)은 힐 대사에 대해 “한국정치가 그 동안 보수에서 진보쪽으로 옮겨온 점을 이해했던 인물”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판을 단순히 ‘반미’라고 매도하는 미국현지정치인들과는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동맹’이라는 이슈를 우리측 시각에서 보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대화 나누기가 편했던 인물’이라고 정 의원은 말했다. 공성진 의원(한나라당)도 “그는 한국이 과거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로 끌고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고 정부만 상대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었다”고 힐 대사를 평가했다. 그가 6자회담 대표로 가더라도 남다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하는 이유다. ◆후임자 누가되든 힐 같은 노력 필요 = 현재 힐 대사 후임에는 더글러스 팔 전 미국대만협회(AIT) 대표와 톰 쉬퍼 호주 대사,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과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도 후보군에 올라있다. 하지만 누가 되더라도 힐 대사처럼 변화하고 있는 한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박용성 회장은 “차기 대사도 우리 입장이 미국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정 의원도 “힐 대사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 의원은 “소원해져 있는 한미동맹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중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실무관료형 외교관이 부임하면 한미관계는 복원이 아니라 해체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해 힐 대사 초청강연을 가졌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이승환 정책위원장은 “힐 대사가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인정하나 북핵문제를 포함해 미국 정부의 전략과 방향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며 “후임 대사가 누가 되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서로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8일 한국에서 동아태 차관보 취임식을 가진 힐 대사는 “한국은 친구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나라이며 솔직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솔직하면 그들도 (우리에게) 솔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2005-04-11
- 대학 도서관에 클래식 선율이 서울의 한 대학이 봄을 맞아 도서관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열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3월부터 중앙도서관에서 ‘동국사랑 수요음악회’를 열고 있는 동국대. 동국대에 따르면 ‘동국사랑 수요음악회’는 학내 중앙도서관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피로도 풀어주고, 도서관을 단순한 서고와 열람실이 아닌 복합문화정보센터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처럼 도서관 공연이 가능한 것은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중심부가 트여있는 건축구조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동국대는 지하 2층 가운데 홀에 무대를 마련해 도서관 내 어느 층에서나 자연스럽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13일 정오에 열릴 예정인 공연에는 줄리어드음대를 졸업하고 삼성 노블카운티 음악영재예비학교 총감독으로 있는 첼리스트 홍지영씨와 동국대 클래식기타 동아리 ‘현여울’, 오케스트라 동아리 ‘OPUS’ 등이 참가한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출입이 많은 도서관 공연을 통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음악회를 계기로 전시실과 멀티미디어실을 갖춘 도서관이 점차 복합문화정보센터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사랑 수요음악회’는 지난 3월 16일 제1회 공연을 시작, 이번에 세 번째 공연을 갖으며 6월 15일까지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공연을 열 예정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2005-04-12
- 두산동아 프라임 전자사전 인기 ‘상한가’ 두산동아(대표 최태경)는 최근 전자사전 시장진출 1호인 ‘프라임 AP350’에 대한 고객반응이 좋아 올해 이 제품으로 매출 3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이 회사에 따르면 두산과 에이원프로는 첫 출시제품을 기반으로 연내에 다양한 기능과 가격의 신제품 3개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을 강화, 선택의 폭을 높일 계획”이라며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동아는 첫 제품에 대한 ‘고객감사행사’를 이달말까지 연다. 홈페이지(www.onlyprime.co.kr)를 통해 진행하는 이 행사는 제품고객중 30명에게 ‘북한어린이 돕기 아이러브 콘서트’ 입장권 등을 증정한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2005-03-15
- “북 협상장으로 부를 유화책 없다” “‘폭정의 전초기지’ 는 북 정권 본질” 강경입장 재확인 … 북미관계 경색 불가피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는 6일 “북한은 6자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전혀 진지하지 않으며 협상테이블로 오지 않는 한 미국이 먼저 요구수준을 낮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임명돼 다음주면 본국으로 귀임하는 힐 대사는 앞으로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맡게 된다. 때문에 이날 힐 대사 발언은 향후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측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평화네트워크(대표 정욱식)이 주관한 월례포럼에 참석한 힐 대사는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 협상모델”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최근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양자회담은 한국과 동북아 사회를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협상복귀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사과에 대해 “사실은 (사실대로) 명확히 말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 정부의 본질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해 사과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힐 대사는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 낱말 풀이까지 해가며 표현에 틀린 점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 “미국은 부시 2기 행정부에 들어서도 북한을 적대시하며 협상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 같다”는 패널(전경란 한반도평화센터 소장) 지적에 대해 “미국은 북핵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한다는 정책 일관성을 갖고 있다”며 “북한과 요구조건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건 오직 협상장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힐 대사는 “상대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뭔가 주기 시작한다면 다음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 큰 것을 줘야 한다”며 유화책을 먼저 내밀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과 비료지원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반대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북, 리비아에 핵무기 수출” =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을 수정협상할 용의가 있느냐”는 정욱식 대표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 북한이 반응을 보이고 쌍방간 교류가 있다면 수정 제안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 반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북한의 회담복귀가 선결조건임을 밝혔다.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의 골자는 ‘북한이 3개월 동안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을 포함한 핵폐기 선언을 하고, 핵프로그램과 시설 제거를 위한 준비 등의 조치를 이행하면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이행하겠다’로 요약된다. 핵심은 북한의 유일한 카드라 할 수 있는 ‘핵’을 먼저 포기하라는 것.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에는 단계별로 한 중 일 러의 대북 중유제공 허용, 불가침보장을 포함한 다자안보 보장, 비 핵에너지 제공,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 비핵화 종료 후 국교정상화 등 그간 북한이 요구해온 거의 모든 조치들이 망라돼 있다. 이에 따라 6일 외신을 통해 ‘북한 5월 회담 조기 복귀설’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실제 미국 정부가 어떤 화답을 할 지 주목된다. 힐 대사는 최근 미 대통령위원회가 “북한 핵개발에 대해 심각할 만큼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보고서를 낸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리비아로 핵무기를 수출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북한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자랑하는 것이 눈앞의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군축·정전협정 논의는 즉답 피해 = 힐 대사는 지난달 31일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전환하자’는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미국은 이미 한국에 핵무기를 주둔시키지 않기 때문에 협상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며 “6자회담 성격을 바꾸는 발표를 평양에서 한 것은 협상을 진지하게 보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전협정은 기술적 문제여서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사 답변에 대해 “미국의 강경입장을 재확인했다”며 “당분간 6자회담은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2005-04-06
- 힐2 캡션 힐 미대사 이임식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겸 주한 미대사가 6일 용산 나이트필드 연병장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과 함께 사열을 받고 있다./전수영/정치 2005-04-07
- 주요 백화점 CEO들 ‘일본으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백화점 사장들이 일본 방문길에 오른다. 한국백화점협회는 6일~9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 일본백화점협회와 교류간담회를 갖고 미츠코시백화점 도쿄본점과 다까시마야백화점 나고야점 등을 시찰할 계획이다. 이번 일본 방문에는 한국백화점협회 하원만 회장(현대백화점 사장)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이인원 사장, 신세계백화점 석강 사장, 갤러리아백화점 양욱 사장, GS스퀘어 허승조 사장, 동아백화점 이인중 회장, 대구백화점 구정모 사장 등 국내 주요 백화점 CEO 7명과 각 백화점의 상품 및 영업본부장 등 총 14명이 참석한다. 오는 7일 오후 2시 나고야에서 열리는 ‘한·일 백화점협회 교류 간담회’에서는 일본백화점협회 회장인 미츠코시백화점 나까무라 다네오 사장 등 일본 대형백화점 CEO 15명이 참석한다. 한국백화점협회 하원만 회장은 “일본 백화점과의 업무제휴나 공동협력, 향후 중국의 유통경제 주체와도 다양한 경제협력 관계를 모색해 한중일 유통관련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2005-04-05
- <내일시론>‘한미관계 우려’에 대한 우려(임춘웅 2005.04.06) ‘한미관계 우려’에 대한 우려 요즘 신문을 보면 한미동맹이 삐걱거리고 있고 한미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사이가 긴장관계에 있다. 당연하게 이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찰스 캠벨 주한 미8군사령관이 1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주한미군부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중 1000명을 줄이고 전차, 야포, 탄약 등 사전배치 물자의 규모 수정을 비롯한 추가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요즘의 불편한 한미관계를 반영한 보복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캠벨 사령관만이 아니다.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영전하는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국 대사도 이런 저런 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은 더욱 거칠고 생경하기까지 하다. 한미간 마찰, 변화에서 오는 필연적인 것 이런 것들이 모두 요즘의 한미관계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측에서 한국에 이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응 수긍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한국이 전과 달라졌기 때문인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미국이 한마디 하면 그대로 따라갔고 대북한 정책에서나 다른 어떤 문제에서도 미국과 크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과 같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속셈을 번연히 알면서도 한국은 가끔 딴전을 피우고 더러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 듯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왜 생기게 됐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십수년 전에 냉전이 종식됐고 그것도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독 한반도에서만은 냉전체제 유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삐걱거리는 한미관계는 이런 변화를 미국이 수용하려 하지 않고 있는데서 오는 불협화음인 것이다. 한국은 그런 변화에 적응하려 하고 미국은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데서 오는 마찰인 것이다. 전과 같지 않은 한국에 미국이 심정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본능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과장해서는 곤란하다. 한미관계가 잘못돼 간다는 지나친 우려는 한미관계를 실제로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캠벨 사령관의 회견만 해도 주한미군의 3분의 1 병력이 줄어드는데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수도 줄어들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번 회견 분위기로 보아 상당부분 감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보복 운운하는 것은 사태를 오히려 그르칠 우려가 없지 않다. 미군도 필요하면 인원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서 생기는 실업의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것을 한미관계의 위기로 보는 것은 사안의 본질도 아니려니와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놓을 위험마저 없지 않다. 북한과 화해 협력하려는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필연이다. 우리는 묵묵히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 국가전략을 스스로 구상하는 발상의 전환 필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동북아는 탈냉전 이후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확한 분석이다. 해빙기의 길은 질척거리게 마련이다. 한미간 사소한 마찰이나 불협화음은 양국관계 재정립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일 뿐이다. 미국이 동북아 세력으로 남아 있어야 할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있고 미국의 힘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자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한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한 한미관계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우리는 자율적인 국가 행위자로서 외교적 상상력을 통해 국가전략을 세운 경험이 일천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우리도 외교적 상상력을 키우고 국가전략을 스스로 구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의 특수한 안보환경과 거기서 비롯된 한미관계에 안주하는 것은 편한 방편일수는 있어도 옳은 길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도태되게 마련이다. 외교적 힘은 스스로 인식하지 않으면 형성되지 않는다. 힘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임 춘 웅 객원논설위원 2005-04-05
- [달라진 교정행정 현장을 가다]④ 청주여자교도소 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청주시 신남동 청주교도소 맞은편에 위치한 청주여자교도소.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한 여자교도소다. 여자 수용자들만 있는 곳이라 다른 교도소와는 차이가 많다. 수용자는 물론이고 교도관들 대부분이 여성이며 모든 일에 여성이 최우선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교도소처럼 위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친자매들 같은 정감있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여성 중심의 시설환경 = 청주여자교도소는 시설에서부터 여느 교도소와 다르다. 지하1층 지상5층인 현대식 건물에는 여성의 신체특성을 고려한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모든 거실에 온돌식 난방과 수세식 화장실(좌변기)을 갖췄다. 또 거실별로 싱크대를 마련했고, TV와 선풍기 그리고 개인별 수납장이 따로 있다. 여기에 문화의 집과 양육유아거실이라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설도 있다. 또 별도 부속시설로는 직원들을 위한 탁아소까지 마련돼 있다. 충청대학에서 위탁운영하는 법무부 산하의 유일한 보육시설인 햇살어린이집이다. 단순히 시설만이 아니다. 여성질환 정기검진 등 의료처우도 각별하다. 매년 1회 암검진을 실시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주한다. 또 신체검사실을 별도로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매월 외부 치과의사를 초빙해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아이 웃음소리가 들린다? = “수진아 사랑해~~” “엄마 뽀~~” 놀이방에서 엄마와 16개월 된 딸 수진(가명·16개월)이가 정겹게 놀고 있다. 엄마가 곁에 있어서인지 아이 얼굴엔 환한 웃음이 묻어난다. 이 모습만 보고는 교도소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청주여자교도소에 있는 양육유아거실의 한 장면이다. 양육유아거실은 젖먹이 아이와 떨어지기 힘든 여자 수용자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마땅히 돌볼 가족이 없는 생후 18개월 미만의 아이가 있는 여자수용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에게 18개월이 될 때까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작지만 놀이방 같은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여기엔 경험과 나이가 많은 여자교도관이 부모와 아이를 함께 돌본다. 아이의 나이가 18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떨어져야 한다. 많을 때는 네 쌍의 엄마와 아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진이네 한 가족이 있다. ◆다양한 직업훈련과 문화활동 = 문화가 사람을 바꾼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지향점 가운데 하나가 문화교정이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왜곡된 인성을 바로 잡는 것이다. 특별한 공간이 별도로 있다. 지난 1월 7일 개관한 ‘다솜 문화의 집’이 그것이다. 문화관광부에서 사업비 2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공사를 진행했다. 이곳에는 대공연장, 문화교실, 정보자료실, 동아리방, 에어로빅실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여기에서 수용자들이 합창반, 꽃꽂이반, 서예반 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하고 있다. 합창반의 경우 실력이 알려져 외부에서 초청 공연을 요청할 정도다. 직업훈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여성수용자들에게 맞는 직업 훈련을 전문적으로 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6개의 전담소를 설치했다. 미용 한식조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양재 기계자수 제과제빵 등 6개 분야다. 올 하반기에는 화훼장식 분야 20명을 신설할 예정이다. 훈련실적이 좋아 대외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능대회에서 3명이나 입상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국기능대회 동상을 수상했다. 청주여자교도소 송영삼 소장은 “수용자들이 출소해 나갔을 때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사회친화적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가족과 친지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교정직 인기짱이네 = 수용자만이 아니다. 직원들 또한 여성파워가 대단하다. 숫자만 봐도 그렇다. 남성보다는 여성교도관들이 훨씬 많다. 150여명의 직원 가운데 여성이 110명 정도로 75% 이상이다. 간부진도 마찬가지다. 과장 6명 가운데 여성과장이 2명이나 된다. 또한 오는 2일 여직원들로 구성된 축구단인 ‘보라미’가 정식 창단한다. 최순호 전 국가대표가 지도하는 ‘보라미’에는 여직원 30~4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여성교정직 인기는 뜨겁다. 지난해 여성교도관 채용시험 경쟁률이 108대 1이었다. 그만큼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강하다. 지난 95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한 10년차 여성교도관인 김송희(31·8급 교사)씨. 김씨는 고충처리반에서 수용자 상담업무 등을 맡고 있다. 김씨는 “3교대 근무로 가정 대소사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출소한 수용자들이 재범을 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고 편지를 쓰거나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흔히 수용자들로부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는데 그런 호칭에 맞게 생활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2005-04-01
- “선생님들 학교폭력 실상 너무 몰라요” “학교 선생님과 교육청 높은 분들은 학교폭력 실상에 대해 너무 몰라요. 정말 학교폭력 실상을 몰라서 그런 건지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알수가 없어요.” 지난달 31일 학교폭력국민협의회(www.ttastop.org)가 주최한 ‘학교폭력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100인 토론회’ 학생 분임 토의에 참가한 학생들이 쏟아낸 불만이다. 이날 토론회는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박병식 교수의 기조 발제후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단체로 나뉘어 분임토론이 이어졌다. 이중 학생과 전문가 토론이 가장 뜨거웠다. 학생 토론에 참석했던 20여명의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대응 수준이 방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장지민 학생은 “학교폭력 때문에 발생한 자살 사건이 비일비재하다”며 “올해에도 10건에 가까운 자살 사고가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은폐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 감사 역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가해 학생들은 전학가는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목동의 한 여고생은 “일진 짱 남학생과 모범 여학생이 사귀었는데 이것을 질투한 일진 여학생 짱이 모범 여학생을 구타한 사건이 있었다”며 “유리가 박힌 모래 바닥에 얼굴을 문질러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에선 쉬쉬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천안대 청소년학과 서에스더 학생은 중학교 시절을 기억하며 “예쁜 아이가 전학을 왔는데 남학생들이 관심을 보이자 일진 여학생 30여명이 이 학생을 집중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결국 이 학생은 학교생활도 잘 못하고 정신이상 상태에 빠져 지금은 나이트 클럽에서 삐끼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의 한 학생은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폭력 설문조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선생님은 설문지만 나누어 주고 일진학생들이 이 설문지를 걷어 선생님께 드리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에 대한 불만 높아 = 학교폭력에 대해 교사들이 왜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 학생은 “선생님들도 일진회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일진회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훈계를 하면 이 학생들이 자동차 유리를 박살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뺨을 때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학생은 “무서워 한다기 보다 학교폭력 실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귀찮고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장지민 학생은 “모 고등학교에서 선생님 초청으로 단체에서 학교폭력 강연을 갔는데 교장 거부로 그냥 오는 일도 발생했다”며 “일단 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종 학생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교사의 자질과 열정도 아이들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많았다.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는 장 만들어야 = 학생들은 학교 폭력의 대안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 놓았다. 학생회가 자치 조직으로 자리를 잡으면 학교 폭력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래호 학생은 “현재 중·고교 학생회는 동아리 수준이기때문에 자치기구로써 활동이 전무하다”며 “학교에서도 자치활동을 인정하고 학생회를 구성할 때 학교폭력 근절부서를 만들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백건 학생도 “학생회를 통해 일진회를 해체시킨 사례가 있다”며 “학생회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다혜 학생은 “사회복지사와 상담이 매우 유익했다”며 “학교마다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상담교사가 배치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백건 학생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외부 기관에 위탁해 교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쿨폴리스 제도에 대해선 찬성 5명, 반대 18명으로 나타났다. ◆학교가 외부도움 적극 구해야 = 소그룹 토론회 가운데 전문가 토론에서는 청소년 관련 학계 의료계 경찰청 교육부 사회복지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학일 교육부 학교폭력대책팀장은 교육부의 향후 대책에 대해서 설명하며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자원봉사자를 학교에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우선 2009년까지 전국 모든 초중고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해 학교폭력 등 학내 문제에 대한 학생 상담을 벌일 예정이다. 또 김 팀장은 “4월부터 전문상담 자원봉사자를 규모가 큰 학교에 2명, 작은 학교에는 1명을 일주일에 3일씩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이같은 내용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건의했다”며 “학생들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강의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국내 신경정신과 전문의 가운데 청소년 정신과 의사들이 200여명 있다”며 “이들이 전담으로 학교폭력 상담은 못해도 상담교사나 학교에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규미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상담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들이 학교에 많다”며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학교가 폐쇄성을 벗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피해 가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곤 안산 1대학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교육부나 교육계가 하는 모습을 보면 해결의 비전이 없다”며 “기존 교육제도와 교사라는 틀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경기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도 “학교가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과 지원을 거부하면 학교폭력 대책이나 피해 학생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석용 김남성 기자 syjung@naeil.com 2005-04-01
- <안병찬 칼럼>동아 삼국의 상호 혐오증(2005.04.01) 동아 삼국의 상호 혐오증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동양 사람은 생사대해(生死大海)에 산다고 여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의 모든 현상을 큰 바다에 비유하는 불문(佛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 역시 생사존망을 범상히 보지 않는다. 결국 사람은 모두 천수(天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스티븐 호킹은 상상력과 사고 작용을 통일시켜 ‘상상력으로 사고하라’고 말하는 영국 천재 우주물리학자이다. 10여 년 전에 그를 인터뷰하면서 생일과 사망일의 일치에 관해 질문 한 적이 있다. 질문: 생일에 관한 질문을 하겠다. 호킹 교수의 생일은 1월 8일이다. 같은 날 갈릴레오가 태어났다(이때 호킹 박사는 컴퓨터 언어합성기의 키보드를 눌러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리고 갈릴레오의 사망일이 뉴튼의 생일과 같다고 들었다. 맞는가? 이는 매우 ‘운명적’으로 들리는데(이때 그는 또 한 번 ‘아니다’의 키보드를 눌렀다). 호킹 답변: 나는 갈릴레오가 태어난 것과 같은 날짜에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가 죽은 것과 같은 날짜에 태어났다. 또 뉴튼은 갈릴레오가 죽은 그 해에 태어난 것이지 생일날짜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뉴튼 보다 약 300 살 젊다고 말할 수 있다. 질문: 바로잡아주어 감사하다. 생일이 일치 하던가 생일과 사망일이 일치 한다면 ‘운명적’이라고 느낄 법도 한데 호킹박사는 지극히 이성적으로 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답변을 했다. 안중근 95주기, 베토벤 178주기 일전에 전자편지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배동인 교수(전 강원대학교 사회학과)이다. “2005년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께서 돌아가신지 95주기 되는 날입니다. 독도를 지키라고 우리들에게 외치고 계시는 듯합니다. 그리고 또한 루드비히 판 베토벤 선생께서 돌아가신지 178주기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두 영웅을 기리며 우리 모두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을 함께 들읍시다!” 배교수는 동서양의 두 ‘영웅’을 운명론으로 연결지으며 영웅 교향악을 모두 함께 듣자고 제창했다. 가까운 중국 산둥대학(山東大學)에 유학한 제자 하나가 중국인과 일본인에게서 느끼는 인상을 전해왔다. 일본인 친구와 중국인 친구를 몇 명 사귀었는데 양국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친절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 같고, 중국인은 수수하고 명랑하게 여겨진다는 것이 한국 신세대가 첫 눈으로 전하는 중국인과 일본인의 특징 비교이다. 중국인이 일본인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내가 홍콩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할 때의 일이다. ‘동양반 강의실’은 동아시아 사람만 모인 자리였다. 교수진은 북경계·대만계·홍콩계의 중국인으로 짜여지고, 수강생은 일본인과 한국인으로 구성되었으니 영락없는 삼국인의 축도였다. 어느 날 중국어 작문시간에 나는 한·중·일 삼국인이 서로 비하하는 말을 소재로 삼았다. 중국인은 일본인을 ‘꾸이즈(鬼子)’라고 욕했다(국내에서 몇 년 전에 상영된 중국 영화 ‘귀신이 온다’는 바로 못된 일본 침략자를 가리킨 제목이다). 또 중국인은 일본인을 경멸하고 혐오할 때 동양 까마귀라는 뜻으로 ‘둥양우(東洋烏)’를 썼다. 일본인은 힘든 일만 하는 하급 노동자라고 하여 중국인을 ‘쿨리(苦力)’라고 경멸한다. 일본인은 한국인을 ‘조센징(朝鮮人)’이라고 깔봤다. 중국인은 한국인과 만주족을 동쪽의 오랑캐로 멸시하여 ‘둥이(東夷)’라고 지칭했다. 이에 대해 한국인은 중국인을 ‘되놈’ 또는 ‘왕서방’이라고 낮추어 불렀다.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비칭은 ‘왜놈’ ‘왜년’과 ‘쪽발이’가 대표적이다. 한·중·일 비어(卑語)의 비교 한반도가 큰 전란에 휩싸인 일은 역사상 세 번 있었다. 몽골의 침략,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침략 그리고 한국전쟁(6·25)이다. 그 중 민족적으로 가장 원망을 산 것은 일본인의 침략전쟁(도요토미의 침략전쟁)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제주대학 조문부 명예교수의 견해). 요즘 한국인은 ‘죽도는 우리 땅’이라고 우기는 ‘신일본 패권주의’로 심화를 끓이고 있다. 중국 역시 ‘고구려는 우리 땅’을 강변하는 현실이다. 이렇게 동양 삼국은 영토분쟁의 천하대란 상태에 빠졌다. 영토 욕심 앞에서는 중국도 일본도 한 치의 양보가 없다. 한국에 와서 민속학을 전공한 일본 학도 사카쿠라 마사야스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그는 과거의 일본 쇼비니즘의 폐해를 알고 천황제도에 대한 반 테제로 한국 무속연구에 몰두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우리문화를 연구할 때의 어려움은 문화의 덩어리가 크고 성격이 복잡한 터에 민족주의 감정을 너무 강하게 드러내는 점이라고 했다. 사카쿠라 같이 과거의 침략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한일 간의 문화적 뿌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우리 편이다. 편협한 민족주의 감정을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200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