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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사람들 - 노동|김남일 도시철도공사노조 신임 위원장 노동조합의 활동방향과 관련해 그의 첫마디는 “투쟁만을 위한 투쟁을 지양하고, 사회적 합의나 협약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합리적 정책노조로 거듭 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돼 25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남일 도시철도공사노조 위원장(사진)은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 등을 고려해 투쟁하고 대화하는 공기업노조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노조의 최대 혁신과제로 “‘노동귀족의 파업’이라는 여론의 공격에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노조가 언론이나 시민의 여론으로부터 힘을 얻지 못하고 선명성 경쟁에 빠진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환경의 변화와 관련, “사회적으로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고용조정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고용안정과 확대를 위한 사회적 참여와 대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이 80~90년대 사회의 민주화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리투쟁이나 파업투쟁만으로 성숙한 시민사회의 발전을 따라 갈 수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통성 있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운동이 흑백논리의 함정에서 벗어나 제3의 의견 등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공사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면서 수익성도 추구해야 하지만 공공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사는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기본적 임무”라며 “수익성만을 위해 요금인상 등을 추구할 경우 결과적으로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위해 핵심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예산운용의 비효율성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에서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나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사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서 특히 강조했다. 그는 “10년이상 지하에서만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지하근무·야간노동 등 최악의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획기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역학조사와 직원들에 대한 정신적·육체적 건강권 등 산업안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제시했다. 실제로 얼마전 전동차 운전자 등 지하에서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공황장애로 집단적인 산재인정을 받은 적도 있다. 아울러 그는 직원들의 처우개선과 관련 불공정한 ‘퇴직금 단수제’의 개선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이후 입사자들의 경우 이전 입사자들과 달리 퇴직금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합리적인 퇴직금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공사 내 노사현안과 관련해 주5일제 도입과정에서의 인력충원과 휴무확대 및 학자금 문제 등에서도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돼 직권중재로 인한 단체행동권의 제약 등 각종 제도적 규제를 시급히 철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1995년 공사 공채 1기로 입사한 김 위원장은 주로 기술신호 분야에서 근무했으며, 노조위원장에 재수 끝에 이번에 처음으로 당선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2005-08-24
- 서울지역 과학고 출신 80% ‘명문대’ 진학 서울지역 과학고교생 10명중 8명은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2월에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졸업생 10명 중 약 2명만이 어문계열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과학고와 한성과학고 등 서울시내 2개 과학고를 올 2월 졸업한 학생 274명 가운데 명문대에 진학했거나 해외대학으로 유학을 간 학생이 78.8%(216명)에 달했다. 특히 의대·치대·한의대 등 상위권 성적을 받아야 입학할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지방대 등에 진학한 학생까지 합한다면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과는 253명 중 189명이 명문대에 진학했던 두 학교의 지난해 명문대 진학률(74.7%)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서울과학고와 한성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진학한 대학은 KAIS로 87명이었다. 이어 서울대 57명, 연세대 43명, 고려대 15명, 포항공대 11명, 외국대학 3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에 비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진학자가 증가한 반면 KAIST와 포항공대가 감소한 것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44명에서 올해 57명으로 늘었고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36명과 4명에서 43명과 15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KAIST와 포항공대는 각각 89명과 13명에서 87명과 11명으로 약간 줄었다. 특히 이들 과학고 출신자들 중 재수생를 택한 졸업생은 21명에서 17명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올해 대원외고와 대일외고, 한영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 이화외고 등 6개 외국어고를 졸업한 학생 2175명 가운데 어문계열에 진학한 사람은 18.4%(40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외고 졸업생 중 경영학과와 법학과 등 비어문계열에 입학한 학생은 875명(40.2%)에 이르렀다. 또 자연계열에 진학한 학생도 411명(18.9%)이나 됐다. 또한 해외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50명(2.3%)이었고 재수를 선택한 외고 졸업생은 438명(20.1%)이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특목고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외고나 과학고를 선택하고 있고 이들 학교에서 수월성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2005-07-04
- 논술 강화하고 수시모집 확대한다 현재 고교 1학년들이 치르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는 전형유형과 방법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논술·면접의 중요성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고1 학생들은 주관식 서술형으로 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주요 대학들이 잇따라 2008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수능 비중을 축소하고 논술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입전형계획을 마련했다. ◆통합교과형 논술 확산 = 서울대는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수능성적은 지원 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고 논술 비중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희대는 수능 등급을 점수화해 반영하고 통합교과형 학업적성 논술고사를 시행하며, 성균관대는 일반전형에서 학생부, 수능,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고른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앙대는 학업적성논술 문항수를 늘리기로 했으며, 한양대는 수능의 경우 총점에 의한 선발보다 최저자격기준으로 활용하거나 일부 영역만 가중치를 둬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외국어대는 수능성적은 등급별 환산성적을 반영하고 논술고사를 강화해 변별력을 높이는 한편 교과성적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부분 대학들은 논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학생부 반영에 대해서는 학생부 내용을 중시하겠다는 원칙만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대학들은 우수학생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시모집을 확대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수시모집에서 50~60%(독자적 기준 30~40%, 특기자전형 10~20%)를 선발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수시모집에서 60~70%를, 서강대는 수시1학기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10%를, 수시2학기에서 60%를 각각 선발하기로 했다. 한국외국어대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선발 비중을 각각 50% 안팎으로 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형유형도 지금보다 다향해질 전망이다. 연세대는 ‘연세 한마음 장학 전형’, ‘사회기여자 및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 ‘언더우드 국제학부 전형’,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서강대는 알바트로스 국제화 전형을, 한양대는 ‘21세기 한양인’, ‘세계화’, ‘한양2010’, ‘사랑의 실천’, ‘지역균형선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평소 주관식 서술형으로 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주요 대학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준비하고 있어 희망 대학과 모집단위에서 요구하는 교과목의 심층적 학습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정시모집 뿐 아니라 수시모집에도 상당수 대학이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데다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돼 교과목에 관한 지식을 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문계열은 사회과목, 자연계열은 과학과목을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한다”며 “학교수업을 충실히 들으면서 내신성적을 관리하는 동시에 200~500자의 주관식으로 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시모집 비중이 커짐에 따라 재학생 수험생들은 ‘수시 우선 및 정시 나중’의 단계별 지원 전략을 짜 가급적 수시모집에 합격해놔야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재수생이 대부분 지원하는 정시모집 비중이 크게 축소돼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논란 예상 = 주요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이유로 논술을 강화하거나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일부 교원·학부모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함께 하는 교육시민모임’은 29일 성명을 통해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을 보면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시키고 특수목적 고교생들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의도가 있다”며 “이는 공교육 정상화를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도 “현재 고교 교육이 교과 단위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치르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과 학생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대학 입학처장 및 교수, 고교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구성, 각 대학이 치르는 논술고사를 심의한 뒤 ‘본고사’ 여부를 가려 시정명령과 함께 행·재정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2005-06-30
- <성균관대>모든 전형, 면접형으로 실시 우리 대학교는 수시1학기 모집에 정원의 10%인 389명을 선발한다. 그 중 341명은 학업우수자로 선발하며, 영어특기자 20명, 리더십특기자 15명, 올림피아드입상자 13명을 선발한다. 수시1학기의 모든 전형은 면접형으로 선발한다. 학업우수자는 1단계에서 학생부 60%와 자기평가서 10%를 반영하여 3배수를 선발하며, 2단계에서 1단계성적 70%와 면접고사 30%를 통해 최종선발한다. 단, 1단계 성적 상위 50%는 면접고사 없이 최종선발한다. 학업우수자는 학생부 평어평점이 4.2 이상 되어야 하며, 재학생과 재수생까지만 지원 가능하다. 영어특기자의 지원자격은 토플 250, 토익 900, 텝스 800점 이상이며, 리더십특기자는 총학생회장 출신이어야 한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올림피아드 입상자에 한해 지원가능한 올림피아드입상자 전형은 의예과 8명, 약학부 5명을 선발한다. 특기자는 1단계에서 실적 60%와 학생부 10%를 반영하여 3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70%와 면접고사 30%를 통해 최종 선발한다. 학생부는 1학년 성적 40%, 2학년 성적 60%를 반영하며, 반영교과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교과(인문계)/과학(자연계) 중 학생이 이수한 전 과목이다. 평어와 석차의 반영비율은 각각 6 : 4이다. 면접고사는 고교학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한 것을 전제로 하여 기초수학능력을 평가하며, 수험생 1인당 약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단, 영어특기자는 원어구사능력, 독해능력 등을 평가하며, 리더십특기자는 사회적 쟁점에 대한 집단토론 평가로 이루어진다. 자기평가서는 성격의 장단점, 학업계획, 특별활동, 봉사활동, 우수실적 등에 대해 수험생 본인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으로 반영비율은 10%에 불과하나, 중요한 전형자료이므로 결코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된다. 성균관대학교는 21세기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세계 속에 당당히 뿌리내릴 인재를 키우고 있다. 2005-06-23
- [전문가 기고]수시 1학기 전략, 이렇게 짜라 2006학년도 수시 1학기 원서 접수가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간 실시된다. 매년 대학의 수시모집 인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수시모집의 경우 재수생보다는 재학생들의 지원이 보다 열려 있으므로, 수시모집도 정시모집처럼 철저한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건을 정확히 파악해 본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전형 유형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같은 전형 유형이라 하더라도 대학마다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 및 전형활용지표가 다른 경우에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 자신의 희망 전공 위주로 소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지원 조건이나 자격 등이 해당된다면 3-4개 정도의 대학에 복수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원을 희망하는 대학의 정시 모집 합격 가능성을 모의고사 성적 변화의 추이와 학습 패턴 등으로 종합적으로 예측해 본 후, 그에 비하여 수시에 하향 지원하지 않도록 지원 수위를 결정하도록 한다. 각 대학별 특성에 따라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수시 모집의 경우에는 대학의 요구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실시하는 대학별 고사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학생부 성적이 월등히 좋다고 해서 반드시 수시 1학기에 합격하는 것은 아니며, 대학별 고사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 효율적인 대학별 고사에 대한 대비 방법은 다음과 같다. 수시 1학기 모집의 경우에는 학생부와 대학별 고사로 합격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참고 자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홈페이지 및 여러 입시 사이트는 물론,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수시로 합격한 선배들이나 학교 선생님의 조언과 입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유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대학 홈페이지는 수시로 접속하여 새로운 요강이 올라와 있진 않은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전형 계획만 믿고 준비하고 있다가 최종 요강의 내용이 변경되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최종 요강을 확인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시 1학기는 2006 대학 입시의 시작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시 1학기에 모든 승부를 보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수시1학기 모집 전형 기간이 수능에 박차를 가해야할 여름 방학시기이므로, 수시 1학기에 올인 하여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는 슬럼프에 빠질 수 있고 이후 입시일정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해 수시 2학기와 모집정원이 가장 많은 정시모집에 실패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시 1학기 모집에만 전력을 기울이지 말고, 수시 2학기와 정시 모집을 병행하여 준비해야 하며, 학생부 관리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2005-06-23
- 직장인 10명 중 3명 ‘새 직장 찾기 노력’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은 현 직장에 입사한 후 업무보다는 구직활동에 치중하는 이른바 ‘취업반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수생’이란 말 그대로 절반의 재수생. 대학에 합격해 학교를 다니면서 다시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지칭한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12일부터 27일까지 20~30대 직장인 112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3.8%(378명)가 애초에 현 직장에 다닐 의사가 없으면서 임시방편으로 입사한 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직장인 10명 중 3명은 ‘무늬만 직장인’으로 사실상 구직자인 셈이다. 이들중 26.5%(100명)가 ‘원하는 수준의 기업에 입사할 때까지 임시직장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겠다’고 응답해 심각성을 더해줬다. 이들이 본격적인 구직활동이 아닌 직장을 다니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50.8%(192명) △실업기간을 두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 33.3%(126명) △취업준비하기에 편하기 때문 7.4%(28명) 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2005-05-31
- 광주, 인권·평화 도시로 거듭나 ‘진실 평화 그리고 연대’를 주제로 한 5·18광주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행사가 1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특히 이번 기념행사에는 청소년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 ‘청소년 5·18 교육’에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는 크게 학술행사,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전시·공연 등으로 구분된다. ◆학술심포지엄 ‘다양’ = 학술행사로는 우선 80년 해직언론인협회가 오는 20일 전남대학교에서 개최하는 ‘언론자유 및 민주와 통일’을 주제로 학술 세미나가 열린다. 해직언론인협회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 정치 격동기에서 언론자유 쟁취 항쟁사와 향후 언론자유 및 사회 민주화, 통일 문제’ 등을 다뤄, 광주 정신 전국화에 기여할 생각이다. 전남대학교 5·18 연구소도 19일부터 21일까지 전남대 용봉문화관에서 ‘21세기 민주주의와 한국정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5·18연구소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광주가 미래 지향적인 민주주의, 인권·평화의 담론’을 정립하는 출발점을 만들 계획이다. 이밖에도 미군학살만행규명 진상위원회 22일 광주YMCA 무진관에서 ‘광주와 미국 25년’을 주제로 토론의 장도 마련됐다. ◆청소년 체험행사 ‘풍성’= 이번 25주년 기념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소년 참여 행사이다. 지난해 처음 개최됐던 5·18청소년 문화제인 ‘레드페스타(RED FESTA)''가 오는 21일 금남도 일대에서 열려, 청소년들의 참여 열기를 한층 고조시킬 계획이다. 이번 청소년문화제는 민주마당·평화마당·나눔마당 등으로 나눠, 시민군, 계엄군 퍼포먼스, 청소년 희생자 소개, 5월 기념품 공동제작 등 다양한 행사를 꾸며진다. 중·고생이 체험학습행사인 중·고등 테마현장학습도 개최된다. 테마현장학습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5·18기념공원과 5·18자유공원 등에서 5·18 사적지를 돌아보면서 5·18 민주화운동에 스며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 등을 교육 받는다. 이밖에도 청소년 민주주의 역사캠프, 상무대 영창 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개최된다. ◆전시·공연, 시민 기다려 = 오월 ‘대동세상’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시·공연이 시민들을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5·18기념행사가 펼쳐지는 국립5·18 묘역과 금남로 곳곳에 만장, 걸개 등이 설치된다. 특히 망월동 구 묘역에는 ‘5월의 하늘’이라는 걸개그림이 세워져 80년 5월의 광주를 회상하게 만든다. 시화전으론 ‘진실과 평화를 위한 발자국’과 ‘4월에서 5월로, 그리고 통일의 바다로’가 눈길을 끈다. 진실과 평화를 위한 발자국에선 동티모르와 이라크, 이집트 작가들이 참가, 전쟁의 참상을 전한다. 공연으로는 ‘오월의 신부’ ‘5·18광주음악회’ 창작 판소리 ‘5월 광주’ 등이 열린다. 황지우 시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오월의 신부’는 80년 5월 27일 전남 도청을 지켰던 교사, 재수생, 황금동 건달 등 사라진 영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광주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2005-05-18
- <이 사람>학교 현실 패러디해 <학교대사전> 만든 이세준 주덕진 백인식 군 고등학생 세 명이 이름도 거창한 을 집필했다. 사전이긴 하지만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전이 아니라 학생들의 재기발랄한 생각과 사고를 담아 만든 톡톡 튀는 패러디 사전이다. 학교에서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이 기발한 사전 한 권으로 정리해낸 주인공은 이세준 주덕진 백인식 군. 지난 2월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의 블로그(myhome.naver.com/ssanzing2)는 지난 1월 25일 공개된 후 52만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고등학생의 눈으로 본 적나라한 우리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진부한 어른의 시각이 아닌 신세대만의 톡톡 튀는 재치가 돋보인다. 읽다보면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의 저자들,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아웃사이더 학생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실제 만난 이들은 이른바 ‘모범생’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연습장에 재미 삼아 여러 단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계속 쓰게 됐어요. 그걸 인터넷에 올렸더니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더군요. 처음 이걸 쓸 땐 책까지 낼 줄은 몰랐죠.” 세 학생 중 가장 먼저 에 나온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 이세준 군의 이야기다. 세준 군은 중학교 시절에 읽었던 미국 작가 비어슨이 쓴 책 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뒤이어 주덕진 군이 합류했다. “고3 때 세 명이 모두 같은 반이었어요. 세준이가 만든 단어들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 집에서 공부하다가 생각나는 단어를 그때그때 적었습니다. 그러곤 세준이에게 보여주고 재미있다고 하면 또 다른 단어를 만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셋이서 을 만들게 됐어요.” 친구들이 ‘재미있다. 뭐 또 다른 거 없어’라며 반응을 보이자 문서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졸업 선물로 제본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던 것. 그런데 블로그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자 10여 군데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들어왔고 급기야 책까지 만들게 됐다. “벌써 소원 하나는 이룬 셈이에요. 죽기 전에 뭔가 하나는 남기고 가자는 게 저의 평소 신념이었거든요.” 뉴튼처럼 과학사에 남는 법칙을 남기고 싶다는 주덕진 군(서울대 전자공학과 1학년)의 얘기다. 이들이 처음 블로그에 을 올렸을 땐 이름은 물론, e-메일 등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최소한 졸업은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학교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보니 몸을 사렸던(?) 모양이다. “선생님들은 책이 나온 후에 보셨어요. 의외로 재미있다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사실 이 책은 학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의 학교 모습을 담다보니 그렇게 비춰졌을 뿐이죠.”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땅에 떨어진 교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세준 군의 대답. “처음 3월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들겨요. 재미있고 수준 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왜 인기가 없겠어요? ‘어, 이거 들을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수업을 듣는 거고 아니면 자는 거죠.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은 학생들이 먼저 알아봐요. 선생님들도 끊임없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덕진 군 역시 학생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객관적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는 원인이 모두 교사에게 있다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책 쓰느라 공부에 방해를 받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부모님께 많이 혼났죠. 이런 거 쓰다가 대학 떨어졌다고요.” 지금 재수를 하고 있는 세준 군의 얘기다. 그는 을 쓰다가 자신이 이과보다는 문과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지원할 예정. 백군 역시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컴퓨터 관련 학과에 가는 것이 목표다. /김아영 기자 aykim@naiel.com 사진 제공 이레 출판사 2005-05-13
- 인터뷰-청주 우진교통(주) 김재수 대표이사 지난해 상습적인 임금 체불에 맞서 117일간 파업을 벌였던 충북 청주 ‘우진교통’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1월 19일 출발해 만 3개월이 넘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재수 대표이사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 지난 1월 19일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거듭난 지 만 3개월이 지났는데 정신없이 살아서 그런지 특별한 소감은 없고, 어깨만 무겁다. 내부적으로는 책임 있는 자율, 외부로부터는 공격적 방어를 전략으로 하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자율성에 기초해서 모든 것을 운영하는데 그것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꾸준히 수입도 증대되고 있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답게 매달 수입 지출 등 경영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날마다 발생하는 수익금과 지급, 지출 내용도 알린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 경영정상화를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버스는 오는 데로 탄다’라는 개념을 바꾸려고 한다. 브랜드 차별화로 손님이 ‘우진’으로 오게끔 해야 한다. 우선 근무복을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로 바꿨다. 자주관리기업 마크를 달고 근무하는데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버스기사들의 서비스가 좋아졌다. 청주지역의 다른 시내버스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시내버스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공익적인 부분, 즉 공공성 강화를 통해 회사가 안정되어 가고 있다. 수익성도 증가하고 있다. 장기파업을 하면 기업이미지가 안 좋아지게 마련인데 우리는 시민들의 호응이 좋았다. 지역 언론도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신입사원 뽑았는데 경쟁률이 15대 1이나 됐다. 구직난을 반영한 것도 있지만 기대감을 반영한 점도 있다. 부도업체이고 장기간 파업을 해서 우려했는데, 의외로 우진에 대해 희망을 보는 것 같더라. 이처럼 내부적으론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남은 것은 외부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회사의 공익적 기능 말고도 어쨌든 수익이 늘어야 할 텐데 비용절감과 더불어 수익금 향상이 답이다. 승무팀은 인건비 총액이 같은데, 경영관리팀은 인건비 총액이 적어졌다. 기존 인력이 줄었고 지난해 대비 월 450만원, 연간 5500만원 정도 비용을 절감했다. 또 임원진에 대한 급여도 크게 줄었다. 기존의 불필요한 중간관리자들을 모두 없앴다. 지금은 대표이사인 내가 실무를 맡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진에서는 한 푼의 급여도 받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절감된 금액이 연간 1억8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또 수의계약을 없애고 최저가 경쟁입찰을 통한 구매비용 절감효과도 크다. 비용절감과 더불어 수익금 향상도 중요하다. 1월 20일 정상운행을 시작한 이후 2월에는 평균 1대당 30만원, 3월에는 39만원의 수익을 냈다. 4월 들어서는 42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친절서비스가 원인이라고 본다. 이전 경영진들은 대당 수익금과 관련해 40만원을 넘긴 적이 없다. 경영이 정상화되는데 4~5년, 늦으면 6년 정도면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다. - 우진교통을 정상화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경영권을 흔드는 외부의 공격들이 문제다. 파업에서 이탈했던 23명의 임금 채권이 경영권을 노리는 무기가 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받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을 뺐기 위한 일환으로 공작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청주시의 지원도 절실하다. 채권자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청주시가 시보조금(연간 15억원 정도)을 전년도 기준으로 선지급하기로 했는데, 금융권과의 채권조정이 끝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우진을 인수하면서 면허 취소 후 새 면허 받는 방법도 있었다. 그럴 경우 회사가 새로 출발할 몇 달 동안 실업급여만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은 지급됐을 것이다. 이런 공익적 부분을 고려한 청주시의 지원이 절실하다. - 노동운동가로서 기업체 대표이사를 맡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한 달 동안 고통스러운 토론이 있었다. 실패했을 경우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격렬한 갈등도 있었다. 처음에는 민주버스노조에서 기업경영을 책임지는 안을 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 우진교통이 민주노총으로 올 때부터 (민주노총) 충북본부가 기획단을 꾸려서 싸움을 했다. 회사를 정상화시키는데 조합원들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그동안 장기파업을 하면서 만들어진 단결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일을 맡긴 했지만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다. -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소 영세사업장들의 노조 문제가 굉장히 어렵다. 우리의 시도가 그러한 많은 중소영세 부도사업장의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다고 본다. 소유와 경영과 노동을 구분해 내면서 하나의 희망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우진 가족들의 생존권 문제도 있지만, 전국의 많은 휴폐업 사업장 중에서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김재수 대표이사는 - 1960년생 - 2004년 1월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 - 2005년 1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주) 대표이사 /대담 이강연 정책팀장 정리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2005-04-27
-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광주 ‘늘푸른 설비건설’ 대표 김병록 씨 죽어도 못 잊을 내 인생 최악의 날 2001년 1월 16일 오전 11시 45분경. 순천의 모 오피스텔 천정 텍스 작업을 하던 김병록 씨(54세)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3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둔중한 신음만 흘릴 뿐, 그는 통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때만 해도 그는 이 사고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전신을 압박해 오는 숨 막히는 통증도 마치 남의 일인 양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황한 인부들의 우왕좌왕하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그는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큰 공사를 앞두고 재수 없게 다치다니!’ 그는 곧 근처의 성가롤로 병원에 실려 갔다. 엑스레이 판독 결과, 김병록 씨의 요추 1번이 심하게 골절돼 있었다. 이틀 뒤, 그는 여섯 개의 금속 나사못을 이용하여 척추뼈를 고정한 뒤 뼈융합을 시키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 해 3월 15일에 3억짜리 전기공사를 맡기로 돼 있었거든요. 그 일을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래, 아파서 죽겄는데도 하루라도 빨리 나갈 욕심에 수술할 때 무통제 주사, 수술 뒤의 진통제를 일절 거부했어요. 근데 담당의사가 최하 5개월은 입원해야 되고 퇴원 후에도 한 2년 동안은 일을 못할 거라고 하는 거예요.” 돈을 벌기는커녕 당분간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게 생겼으니 그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장해 판정도 6급 5호가 나왔다. 공단에서 조사가 나와 평균 임금을 물었을 때 멋모르고 “한 5만 원 적어 놓으쇼!” 하고 대답한 게 실책이었다. ‘노동법’에 무지한 탓에 그저 임금을 싸게 이야기하는 게 좋은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70~80만 원은 받았어야 할 휴업 급여를 50~60만 원밖에 못 받았다. “지금 당장 현장에 가도 기술이 필요한 일은 15만 원 받거든요. 93년 대우전기 공사부 대리 할 때도 월급이 3백이었어요. 직장생활 했던 기록도 다 남아 있구요. 근데 내가 다칠 때는 이걸 몰랐어요. 억울하지만 어쩌겠어요. 일만 할 줄 알았지 노동법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거죠. 노무사 찾아가 보니까 소송 과정이 복잡하더라구요. 그래서 ‘에이, 괜히 골치 아픈 일에 메이느니 하루 빨리 나아서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이 낫겠다.’하고 마음을 접었죠.” “제 고향은 지금 한창 홍길동 생가를 짓고 있는 전남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예요. 제 아버지는 우리 8남매 키우느라 평생 뼈 빠지게 일만 하신 분이죠. 낮에 농사일 하시고 밤에는 공사장에 야간 경비 서시고 잠도 한두 시간 밖에 못자요. 그렇게 고생하셔서 악착 같이 자식들 공부시키셨어요. 저야 야간고등학교 간신히 마쳤지만 내 밑에 동생들은 다 대학 나왔거든요. 지금도 생각나는 게 저 장성중학교 갈 때 논 두 마지기 팔아서 교복이랑 가방이랑 등록금이랑 자전거랑 마련해 주셨어요.” 야간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광주로 나온 그는 친척 할아버지뻘 되는 분이 운영하는 자동차 부속품 가게에서 먹고 자며 일을 거들었다. 학비 대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월급이 따로 있었겠는가. 비록 주경야독하는 신세지만, 급우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독한 놈’ 소리를 들어가며 밤 한두 시까지 책과 씨름하는 모범 청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동안 자동차 부품 회사를 다니던 그는 70년대 중반에 서울로 올라와 황학동에서 청과물도매를 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부인 김경자 씨. “지금은 저렇게 건장해졌지만, 처녀 적에는 아주 날씬하고 다리가 예뻐서 미니스커트가 잘 어울렸지요. 제가 그때 청과물을 오래 하지는 않았는데 아마 저 사람 만나려고 서울에 올라왔던가 봐요.” 1975년에 결혼한 두 사람이 이듬해 둥지를 튼 곳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농장이었다. 5만4천여 평에 달하는 그 거대한 농장의 소유주는 당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병록 씨의 고종사촌 형으로,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사한 장준하 씨의 부검을 담당했던 사람이다. 젖소 50~60두에 닭 3만 마리, 사료 공장까지 거느린 그 농장에 오는 관리인마다 한 몫 잡아서 나가곤 했다니, 사촌 되는 이가 김병록 씨에게 관리를 맡긴 이유를 알만 하다. 아버지를 닮아 성실하고 부지런한 데다가 착하기까지 한 김병록 씨는 10원 한 장 허투루 돌리지 않고 새벽부터 밤까지 소처럼 일했다. 76년부터 82년까지 7년 동안 일한 대가로 손에 쥔 것은 일금 3백만 원과 위염. 83년에 광양에 내려와 부인 김경자 씨는 만두집을 열고, 김병록 씨는 83년부터 89년까지 고창기계시스템 기술관리과장, 90년부터 대우전기 공사부 대리, 96년부터 금호전력 공사과장 등 쉬지 않고 일했는데도 아직까지 내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했다. 슬하에 둔 자식은 하나뿐이지만 일곱이나 되는 동생들 치다꺼리에 돈 모을 겨를이 없었던 것.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남의 농장과 가겟방을 전전하며 자란 아들 재일 씨가 구김살 없이 성장해 준 것만도 감사할 일이다. “지금까지 한 54년 살아오면서 느끼는 건 사람이 불량기도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남의 것은 10원 한 장 건드리지 않고 사기성 없이 곧이곧대로 산 결과가 이거예요. 우리 고향에서 돼지 한 3천 두 기르는 후배가 있어요. 내가 회사 생활할 때 한 팔년 데리고 있었던 얘거든요. 남보다 기술도 빨리 전수해 주고 반장 주임도 막 시켜 주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봉게 32평짜리 아파트도 사놓고 그랬더라구요. 저요? 그 회사 나올 때 305만 원 갖고 내려왔어요. 팔잔가 봐요, 허허….” 김병록 씨가 요추 골절로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안 그래도 복잡했던 가정은 더욱 엉망이 됐다. 90년대 후반부터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집안의 경제 사정은 몹시 좋지 않았다. 부인 김경자 씨가 광양에서 십여 년간 해 오던 ‘신포우리만두’ 체인점은 IMF의 된서리와 잇단 오토바이 사고로 간판을 내린 지 오래였다. 전국을 떠돌며 음악을 하던 아들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97년에 얻은 손녀 유림이는 쑥쑥 자라는데 그 밑감당을 어떻게 다 할 것인가. 그래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암담함 속에서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에서 보내 준 광주재활훈련원 소개 책자에 그는 눈이 번쩍 띄었다. 그는 7개월여의 병원 생활을 끝나자마자 광주재활훈련원 산업설비과에 입교했다. “나보다 더 심한 장해를 입고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동기생들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어요. 마정용 선생, 김창현 선생 등 도움을 주려는 분들도 많았구요. 제가 원래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인 편이거든요. 그런데 재활훈련원에서 학과 수업과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동안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한 가지, 훈련 기간 동안의 가족들 생계 문제가 걱정거리였다. 6개월이 지나자 그는 훈련원에 취업 허가를 얻어 전기공사며 보일러공사 일을 다녔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었으나 그걸 걱정할 계제가 아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온수온돌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보일러취급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공부에 몰두했다. 얼마나 공부에 몰두했던지 선생들마저 독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가 이처럼 무리를 하면서까지 열심을 부리는 이유가 있었다. 훈련원을 마치는 대로 창업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김병록 씨 같은 산재 노동자를 위해 자립점포 임대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마침내 2003년 12월 1일, 김병록 씨는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늘푸른 설비건설(062-953-4616)’이라는 멋진 간판을 올렸다. 사무실 인테리어는 물론 가게 공터를 이용해서 다섯 식구가 생활할 가건물도 그의 손으로 직접 했다. 때마침 음악 활동을 정리하고 돌아온 아들이 몸이 성치 않은 아버지의 일을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뒤늦게 신학대를 졸업한 아내도 광양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을 개시했다. ‘산재’라는 비싼 수업료는 물었지만 그는 새로 얻은 인생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몸의 한쪽 마비되지 않을 정도로 다친 것이 얼마나 다행하며, 2005-04-27